계파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무 계파 의원이 원내대표 돼야

현재, 열린우리당은 당내 계파간의 갈등에서 계파 내부의 갈등으로까지 그 갈등의 범위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원내대표나, 당 의장 후보로 나선 의원들은 당내 계파 간 갈등은 소수 몇몇 의원들에 의한 갈등이며, 굳이 갈등이라고 하기도 뭣 하다고 말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당은 어떠한 국민도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키우며, 대외적으로 갈등의 문제가 번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내대표 선출에 나선 후보들이나, 당 의장 선출에 나선 후보들은 서로 저마다 당내 계파간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자신이 적임자라고 말하며, 지지 세력을 끌어 모으고 있다. 결국, 대외적으로는 당의 분열 모습을 축소시키고 있지만 안에서는 모두가 공공연히 갈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지 호소를 하는 후보마다, 계파 갈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낙동강 오리알’ 오히려 잘 됐다 원내대표 선출과, 당 의장 선출. 이 보다 한 발만 더 앞으로 나가면, 5.31 지방선거가 있다. 모든 선거가 그렇겠지만, 5.31 지방선거는 대선의 판도를 가늠할만한 시험장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그 중요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렇게 따지고 본다면, 당장 눈앞에 다가온 원내대표 선출이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앓고 이겨내야 할 첫 번째, 통과의례인 셈이다. 그러나 첫 통과의례 치고는 그 무게나 부담감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원내대표 선출 이후 이어질 당 의장 선거의 무게가 중압감을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는 당의 운명을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원내대표와 당 의장의 관계가 어떤가에 따라서 당이 화합을 할 수 있게 되느냐, 또 다른 갈등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느냐 하는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는 김한길 의원이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혀왔던 김한길 의원은 18일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마치고는 “힘 있는 후보”, “추진력 있는 후보”를 외치며, 원내대표의 당선을 위한 박차를 가했다. 김 의원의 경우, 당․정․청을 두루 거치며, 3선 의원으로서 쌓은 다양한 행정 경력과 리더십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원내대표가 되어 계파에 속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의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하며, 당락의 중요 변수가 될 중도세력의 지지를 유도하기도 했다. 더불어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에 소속된 의원들은 민주화를 일궈낸 역군들”이라고 하면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지혜와 역량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적으로 자신의 적임자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공공연히 정동영(DY)계로 알려져 있던 김 의원 역시 파벌 세력의 한 인물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이처럼 계파를 떠나서 통합과 단결을 주장하며, 세몰이에 나서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지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지는 2.18 전당대회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져 온 바와 같이, 열린우리당 당 의장 경선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후보는 바로 DY와 GT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당초 유력한 당선 후보로 지목되고 있던 DY와 그와 같은 계파를 형성하고 있던 김 의원이 나란히 당 의장과 원내대표를 맡게 된다면, 금상첨화이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GT의 급부상과, 제 2, 제 3세력의 후보들이 경선에 가세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DY의 세가 당 의장 출마 선언을 했을 때보다는 많이 약해졌다. 현재로써는 오히려, GT나 제 3의 인물이 당선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DY는 김 의원에게 원내대표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하는 뜻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었을 경우, 그와 같은 계파를 형성하고 있던 DY에게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서이다. 우선 GT계 의원들뿐 아니라, DY계가 아닌 중도 의원들도 당이 한쪽 계파에 치우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아 DY를 견제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낳게 한다. 당 의장과 원내대표를 모두 한쪽 계파에서 차지하게 되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경선을 치르는 원내대표가 후에 경선을 치르는 당 대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다시 말해,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게 될 경우에는 당의 세력 균형을 위해 많은 의원들이 DY에게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공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이 되느냐 약이 되느냐의 상황에서 전자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은 답을 요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후보 등록을 결정했다. 김 의원 스스로는 “계보나 계파에 속해서 정치를 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하며, 그동안 DY계파에 속해 있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이처럼 계파에 속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이는 믿어왔던 DY에게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자신의 입장을 역 반전시켜 세를 불려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지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김 의원은 “지난해 한나라당과 행정수도복합도시특별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던 만큼 대화로 정국을 풀어나갈 수 있다. 그런 과거를 보더라도 사학법으로 꽉 막혀 있는 여야 정국을 푸는 데는 적임자다”고 말하며, 자신이 원내대표가 되면 당내는 물론, 대 야 정책에 있어서도 원만한 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보였다. ◈원래부터 무 계파다 아무래도, 경기는 혼자 하는 것보다 경쟁 상대가 있는 것이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이 사실이다. 김 의원의 레이스에도 경쟁 상대가 있으니, 그는 바로 배기선 사무총장이다. 분위기는 일단 오랜 시간을 두고 경선 준비를 해 온 김 의원이 배 의원보다 우세한 분위기다. 그러나 김 의원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만은 사실. 그동안 GT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어 왔던 배 의원은 사실상 DY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의원과 원내대표 경선에서 만나게 되면, 당 의장 경선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그만큼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배 의원은 무계파다. 당내 중진과 소장파로부터 두루 지지를 얻고 있는 그는 계파 갈등과는 관계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특정 입장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과 통합의 중심이 되겠다고 말 하는 배 의원은 당내 어떤 계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아 누구도 도와주겠다는 의원이 없다고 하면서 홀혈단신으로 뛰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7개월 동안 열린우리당의 사무총장직을 해온 것에 대해서 배 의원은 “열심히 당 살림살이만 하다가 뒤늦게 원내대표로 나와서 사실상 의원님들을 일일이 다 뵙고 여러 좋은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다”고 하며, 김 의원보다 경선에 늦게 참여 하게 되어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배 의원은 “나는 허물도 많고 부족하지만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열과 성을 다했고, 당이 요구하는 것이면 어떤 것도 다 감내했다. 민주당 시절에는 자민련도 마다치 않고 다녀왔다”며 당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일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 안팎으로 배 의원의 이 같은 과거와 현재는 김 의원에 비해 결코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이 계파 갈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으며, 대외적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 계파였던 배 의원에게 당심이 쏠릴 수 있다는 논리에서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신임 원내대표인 이재오 의원이 대화와 타협, 그리고 조율을 추구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배 의원은 조금 더 힘을 실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배 의원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오래 전부터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해 오는가 하면, 함께 당을 만들 구상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좋은 파트너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세력 지지가 아닌, 인물 지지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서 향후 당의 운명이 결정되어질 만큼 중요한가하면, 야당과의 협조를 통해 국회를 어떻게 정상화 시킬 수 있느냐 등 수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의원과 배 의원 둘 중 누가 원내대표 자리에 앉게 되느냐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손 안에 있는 것이다. 근래 당의 이미지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자성의 목소리를 키운 의원들을 바탕으로 계파를 떠난 인물에 힘을 실어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해석도 하게 된다. 그러나 김 의원도 배 의원도 서로 무 계파를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기에 결국 이번 경선은 세력 싸움이 아닌, 정책 성향과 인물값으로 결정지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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