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에서 연기자로, 드라마 ‘궁’으로 단박에 주연 꿰차는 행운

가수의 연기자 변신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연예계 트렌드이다. 인기 여성 댄스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21)도 그 중 하나인데, 그녀는 제작비 50억원이 투입된 대작 드라마 ‘궁’을 통해 황실의 황태자비로 변신했다. ‘궁’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윤은혜는 극중 귀한 신분답게 의상부터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었다. 캐스팅 단계부터 원작 만화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윤은혜. “만화 속 주인공인 채경과 꼭 닮기 위해서는 인조인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원작과 똑같은 채경이 될 순 없지만 제 색깔이 가미된 또 다른 채경을 연기하겠어요.”라며 또박또박 얘기하는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이어 “캐스팅이 결정된 뒤 너무 기뻤지만 워낙 안티 팬의 비난이 거세 그만둘까도 생각했다”며 그러나 “오기가 생겼고, 제게 그 분들이 모르는 또 다른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가려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안티 퇴치법(?)을 말하며 "첫 드라마라서 부족한 점도 많다. 감독님과 선배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며 자신감을 얻고 있다" 고 밝혔다. 박소희 작가의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궁’은 2006년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설정 하에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윤은혜는 집안끼리의 약속 때문에 하루아침에 평범한 여고생에서 황태자비가 되는 명랑 소녀 채경 역을 맡았다. “밝고 엽기스러운 채경 캐릭터는 실제의 저와 참 비슷해요. 그래도 너무 똑같이 보이면 안 되니까 말투도 더 어리게 하고, 왈가닥처럼 연기했어요.” 그는 자신과 닮은꼴인 채경 역을 통해 보다 캐릭터에 쉽게 동화할 수 있었던 건 다행이라며 웃는다. “솔직히 오디션은 말 그대로 얼굴을 보여드리는 자리였다. 내가 맡게 될 캐릭터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는 상태였고, 집에 돌아와서야 원작 <궁>을 읽어보았는데 ‘채경’이 나와 더 흡사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효린이 아닌 채경으로 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뜻밖의 결과라 나 자신도 상당히 어리둥절하고 당황했었다”라며 개별 인터뷰 중 ‘효린’역에서 ‘채경’역으로 바뀐 캐스팅 과정의 비화를 일부 털어놨다.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는 윤은혜를 만난 후 채경으로 선택하게 된 과정에 큰 고민이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윤은혜 안에 채경의 모습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극중 황태후로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김혜자 역시 “참 자기 나이답다. 철딱서니 없게 연기를 잘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연기자 스스로 디테일을 찾아가길 원하는 황 PD 연출 스타일이 신인인 윤은혜에겐 버거울 때도 있었다고 한다. “촬영하면서 황 PD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알아서 해봐’였다. 드라마 시작 전 영화 한편을 촬영한 것이 전부인 나에겐 매정한 말이다. 어쨌든 너무 자신의 일상 같아 보이면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아 보이스톤도 좀 더 아이처럼 만들어보고 오버액션과 코믹 연기의 적정선을 찾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다. 이 모든 숙제의 마무리는 결국 나의 몫인 만큼 힘들고 벅찬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고민하며 깨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감을 찾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 희열을 느끼고 있다”라며 자신을 다잡아가고 있었다. 사전에 비주얼이 만들어져 있는 만화의 영상화 작업에 기존 팬들의 개입이 늘 있어왔던 만큼 그것을 불식시키는 유일한 길은 채경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드는 길뿐이라는 것을 윤은혜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당장 수목드라마의 ‘퀸’으로 등극한 SBS ‘마이걸’의 이다해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그녀, 천진난만한 새내기 연기자 윤은혜가 ‘궁’을 통해 새해 안방의 신데렐라로 떠오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그녀의 황태자비 행보에 관심이 귀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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