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궤적 4년 뒤 ‘평창의 영광’으로 열매 맺어져야

 ‘연아앓이’는 끝났다. 그러나 ‘연아바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피겨 여왕을 향한 온 국민의 환호는 소치의 폐막과 함께 잦아들었다.

하지만 여왕이 보여준 집념과 분투, 그리고 여유는 우리들 가슴 속에 메아리 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김연아 선수. 아이스링크 위로 그녀가 그리는 휘황한 자취(figure)를 좇기 위해 우린 새벽잠을 설쳤다.

금자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 축제는 금빛보다 찬란한 은빛의 잔잔한 여운을 남긴 채 평창으로의 회귀를 약속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

그래서 ‘연아바라기’는 계속돼야 한다. 김연아 선수가 선물해준 자존심, 용기, 기쁨은 점차 에너지를 얻어가면서 4년 뒤의 영광으로 열매 맺어져야 한다.

24일 새벽 러시아 소치 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홈 텃세가 드세 ‘수치’올림픽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돈에 휘감겨 ‘사치올림픽’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젠 우리 차례다. 소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에서 이석래 평창군수는 올림픽 대회기를 전달받았다.

평창의 시대가 열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앞으로 4년 후인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강원도 평창과 정선·강릉에서 열린다.

벌써부터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인 100개국 내외의 선수·임원, 보도진 등 2만6000명이 평창을 찾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 잿더미에서 일어선 우리는 지난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을 통해 세계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26년 만에 G20 회원국이자 선진국을 목적에 둔 GDP 세계 15위의 중견 국가로 동계올림픽까지 열게 됐다.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 개최국이다. 세계 8번째로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함께 치르는 나라가 됐다. 평창올림픽은 우리 역사에서 또 하나의 분수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분 10초 혼신의 연기를 끝내고 김연아는 가쁜 숨을 내몰아 쉬었다.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 진 얼굴에 미소가 지나갔다. 연아는 올림픽 2연패를 속절없이 놓치고도 그렇게 여유롭고 의젓했다.

그녀는 모든 게 끝나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한 건 대한민국이고 앞으로도 행복해야할 건 대한민국이다.

피겨여왕은 꿈을 현실로 승화시켰다. 제대로 된 빙상장 하나 없던 땅에서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는 패기의 선물을 우리 모두에게 나눠줬다. 한국인에게 가능성을 일깨워줬다.

김연아 선수를 통해 금메달 지상주의 편협한 사고도 날려버렸다. 최선을 다하면 그 뿐, 계산적인 결과물은 속물들의 것이다.

우리들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자각하고 있다. 그녀의 은메달은 금메달보다도 빛났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이제 우리도 억지로 무언가를 허장성세해야 하는 그런 수준은 넘어서고 있다.

‘연아바라기’의 연속선상에서 평창올림픽 준비는 성공리에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대망의 2018년도 입춘에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운영을 통해 우리의 국격(國格), 민도(民度), 위상(位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을 기대한다.

그동안 겨울 올림픽을 개최했던 나라들, 그 시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아니 그 이상으로 성숙된 대(大)한국인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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