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대란 대응 허둥지둥``` 국제경쟁력 갖춰야

계해년을 선진경제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정·재계의 신년 선언이 물거품 위기에 놓여져 있다. 청와대와 재경부는 지난 1998년 당시 임창렬 경제 부총리가 IMF 구제금융 신청을 선언한 이후부터 시작된 우리 경제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후유증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급진적 개혁에 따른 피로감 등이 어느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하고 선진 경제 시스템 건설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재계도 신년하례식을 통해 국제경쟁력 강화를 통해 세계적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것임을 천명했었다. 하지만 신년하례식을 마치고 불과 몇시간 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중단, 공장폐쇄 등 극단적인 얘기가 나오고 대기업들도 한층 긴장하고 있다. 또 정부는 한승수 경제부총리와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긴급 회동하는 등 나름대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다. 환율 때문이다. 환율 스나미가 연초부터 우리경제를 덥쳤다. 지난 2일 1008원이던 원·달러당 환율이 3일에는 1005.4원으로 떨어졌고 4일 998.5원을 기록, 1,000원 선이 붕괴됐다. 그러나 환율은 1,000원선 붕괴를 만족하지 못한 채 1달러당 1원 선을 목표로 계속 떨어져 드디어 9일에는 977.5원까지 왔다. 새해 들어 10일만에 무려 34원 1전이나 급전직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진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양 기관의 공조에 합의했다. 하지만 환율은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 대한 예의로 6일 저녁 파장 집계로 전일 대비 0.8원만 상승시켰을 뿐 급전직하를 계속했다. ▲환율대란의 표면적 원인, 달러의 전 세계적 약세 연 초부터 시작된 환율파동은 전 세계적으로 달러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등 부분적으로 예고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올해 미국의 경기가 지난 해에 비해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경제 수장이 긴급 회동을 갖고 재개도 조업중단을 심각히 고려하는 등 국가적으로 당황하고 있는 이유는 속도와 범위 면에서 예상을 훨씬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가 경제의 두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재경부장관과 한은총재가 긴급회동하고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키로 했음에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았던 것은 정부부처 뿐 아니라 재계 및 학계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연구원의 이윤식 연구위원은 “올 연간 평균 환율로는 1000원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환율대란의 이면적 원인, 헤지펀드의 공습 그러나 연 초 환율대란의 이면에는 국제 투기세력들의 공습에 의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제적 투기성 자본의 작전이 개입된 것일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의 강지영 연구원도 “헤지펀드 즉 국제투기세력들이 시티은행 등 외국계 투자은행을 통해 달러매물을 집중적으로 내 놓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제투기세력들은 해가 2006년 외환시장이 처음 개설되자마자 기다렸다는 원화 매수에 나섰다. 한국은행의 외환팀 관계자는 "3일 첫 장부터 투기적 거래에 장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의 흐름은 역외가 주도하는데 단기간 내 그렇게 집중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 이같은 투기세력의 공격은 1000원을 간신히 지킨 지난 3일 특히 심했다고 한다. 3일 한국은행은 달러당 1000원 선을 지키는데 혼신의 힘을 다 썼으나 다음날 천원선이 무너지게 됐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1,000원 선이 무너지자 4일부터는 국내외 은행들이 달러 보유물량을 내놨고 5일에는 국내 수출기업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 것. 이에 따라 환투기 세력은 시세차익을 위해 초반 달러를 매도한 결과 6일에는 전일대비 0.8원 올랐다. 환율 급전직하의 서곡이었다. 7일부터 환투기세력들은 기존 물량에 전일 매수했던 물량을 일시에 푼 결과 9일에는 1달러당 977.5원 선까지 떨어지게 됐다. 그리고 이 때부터 한국은행과 재경부의 공동 대응이 시작돼 결국 1달러당 980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정부가 환율 움직임에 대해 행동에 나서면 먼저 빠져나가는 것도 헤지펀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통화시장 비상 연초 환율대란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한국 원화를 필두로 대만 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 태국 바트 등의 달러대비 환율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요한 심리적 지지선이 잇따라 무너졌다. 미국 달러화는 대만 타이베이 외환시장에서 5일까지 7일 연속 하락세를 보여 4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만달러의 달러 환율은 지난 5일 32.016대만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8월 16일 31.970대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최강세를 기록했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한 대만 중앙은행의 개입도 이렇다 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만달러는 올 들어서만 2.7% 올랐으며 6일 31.800대만달러 선을 시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달러 환율은 전날 3개월 만의 최고치로 마감했다. 역시 외국계 펀드의 자금 유입과 아시아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광범위한 약세 추세가 주요한 원인이었다. 인도네시아의 한 딜러는 “외국계 자본 유입 흐름이 너무 강력해 외환 당국의 적극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저지선인 루피아·달러 44.67선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3일 연속 올랐으며 44.50루피아가 다음 심리적 저지선이 될 것으로 봤다. 태국 바트화의 달러 환율도 최근 수직 하락세를 보여 40.595에서 40.300로 전날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시아 각 국의 환율당국 및 민간 딜러들은 현재 아시아에 불고 있는 환율 폭풍이 예외 없이 핫머니 성격이 강한 외국 자본의 유입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국제 환투기 세력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5일 역외 매물이 최소 10억달러 정도는 될 것 같다. 그정도면 거의 펀드 수준"이라며 "대만달러 환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아시아통화를 대상으로 했다면 규모는 꽤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외국계은행 임원도 "작년에 1040원까지 갔다가 밀리기 시작할 때 투기세력이 붙은 것 같다"며 "헤지펀드가 많은 것 같은데 정확한 규모는 모른다"고 말했다. ▲외국자본의 제2의 공습 지난달 13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중단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공식화 한 이후 국제투기세력들은 아시아 통화에 대한 공습에 적극 나섰다. 그리고 이들은 FRB의 회의록을 지난 3일 공개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 혼란을 줌과 동시에 공격적인 달러 매도로 나선 것. 정부가 이같은 외국자본의 전격적인 공습에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환율대란의 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재경부와 한은이 공조체계가 출범하는 등 외환당국이 매일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속도조절 등 치밀한 전략 부제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투자전략가는 "우리 원화는 이미 상당폭 절상이 돼 이렇게 급하게 밀릴 이유가 없다"며 "심리가 너무 쏠려 있기 때문인데 당국이 달래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재경부는 구두개입을 하면서 역외투기세력을 매도주체로 지목했는데, 이는 시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역외임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원화, 최고의 매력포인트 헤지펀드의 아시아 공습에 대해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 아시아 통화를 대규모로 매수하는 세력은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앞두고 선취매를 하는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헤지펀드 관계자들은 “우리는 투자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다니고 있으며 원화는 아주 매력적인 투자처 중 한 곳”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원화를 강력 매수하라는 추천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계 은행의 한 이코토미스트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펀더멘털이 가장 강하고 외환시장 규모도 크다. 또 최근 경기불안에도 불구하고 증시 호황을 유지하는 등 주식시장의 기초체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JP모건은 연말 국내 환율은 1달러 당 950원, 씨티그룹은 93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침체기 탈출, 국제 경제에서 적극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제2차 외환위기로도 볼 수 있는 이번 환율대란을 제2의 국가 부도 위기로 경계하기 보다는 국가경제의 글로벌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이정도 위기쯤은 넉넉히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재경부 등 경제당국이 적극 개입하여 1달러당 980원선에서 환율을 방어하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원·달러 환율을 980 선에 맞추고 수출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계 자본 현황 그러나 현재의 환율대란을 무조건 헤지펀드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어느 정도의 환율 급락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소유구조를 살펴보면 삼성·LG·대우 등 주요 대기업의 주식지분 50% 이상이 이미 외국계 자본들에게 있다. 특히 은행권은 국책은행들과 농협,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전체 지분 50% 이상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리딩뱅크로 공인된 국민은행의 경우 85.2%가 외국인 소유 지분이고 신한지주와 하나은행의 외국인 지분률도 각각 64.3%, 76.4%에 달한다. 현재 국내 4대 은행 중 우리은행만이 유일하게 외국인 지분률 11.6%로 나왔다. 그러나 우리은행 지분의 대부분을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확보하고 있어 정부 방침에 따라 외국에 소유권이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지방은행의 외국계 지분율도 대구은행 59.8%, 부산은행 61.3% 등으로 외국계 소유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현상은 국민의 정부 당시 외자유치에 모든 정책적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인수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시작된 국가부도 위기를 돌파하고자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으며 그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성공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IMF 자금의 최단기간 상환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이에 대해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과 몇 달 전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를 의심했던 PD수첩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것처럼 당시 외지유치 경계론을 펼쳤던 사람들도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국가 부도위기를 부추긴 사람으로 낙인찍혔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보호정책 보다 국제 경쟁력 확보에 치중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 김대중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부도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당시 정책을 비판하기 보다는 현 상황을 극복하는 데 국력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 경제도 보호장벽 보다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세계 시장에 개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국내자본을 보호하는 것 보다도 금융과 산업의 각 주체들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