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단속에도 불법 음란물 암암리 기승

▲ 일부 10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직접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직접 음란물을 ‘제작’하고 돈을 받고 팔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나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 뉴시스

최근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토렌트 등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관련 불법 음란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동 음란물을 직접 제작한 미국인 영어강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독버섯처럼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활개치고 있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거래 실태를 들여다본다.

상당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음란물이란 미성년자의 실제 성관계를 찍은 영상물이다. 이에 대해 한 성 상담 관련 전문가는 “이 경우도 성인이 의도적·조직적으로 찍은 음란물과, 미성년자들이 자기끼리 스마트폰 등으로 장난삼아 찍은 이른바 ‘셀카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토렌트 보급으로 크게 확산

이 전문가는 “이밖에 직접적인 성 관계는 아니더라도 미성년자가 셀프 촬영 형식으로 반라 또는 완전 나체 상태에서 홀로 노골적인 성 관련 행위를 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도 엄연히 음란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배포·유포할 경우에는 엄벌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한 성 상담 관련 전문가는 “심신이 미약하고 사리 판단이 부족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광범위하게 배포하는 것은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 행위”라고 개탄했다.

이 전문가는 “이 때문에 정부는 작년 6월부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시행했다”며 “현재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유통·소지하는 혐의로 처벌하는 조항에 ‘1년 이하 징역’이 추가됐다. 이는 기존 2,000만 원 이하 벌금형만 있었던 것보다 처벌 기준이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처벌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최근 각종 통계 자료를 보면 아동·청소년을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루는 양상마저 보인다.

지난 2월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 해 단속에 의해 적발된 아동·청소년 음란물은 총 3,31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의 경우 14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년 여 사이에 무려 20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013년 전체 음란물 단속 건수가 9,455건인데 이는 예년에 비해 줄어든 수치”라며 “이러한 상황인데도 아동·청소년 음란물 적발 건수가 예년보다 늘었다는 사실은 무척 심각하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 경찰이 지난해 12월 압수한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자들은 해외 서버를 이용해 경찰의 단속을 피했다. ⓒ 부산북부경찰서

실제로 이 통계 자료를 보면 2013년 한 해 경찰이 단속·적발했던 전체 음란물 가운데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35% 가까이 급상승한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어 향후에도 보다 강화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이에 대해 전문가들 상당수 가운데에는 “작년부터 올해 사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유독 범람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작년 6월부터 관련법이 강화되어 경찰이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바람에 그만큼 적발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인터넷에서 미성년자 유혹해 동영상 찍기도

이들은 “그렇지만 이와 같은 측면을 감안 하더라도,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유난히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감성하거나 배포하는 사례, 여기에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어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사례 또한 눈에 띠게 늘어난 것을 반영하는 상황임에 틀림없다”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대해 한 성 상담 관련 전문가는 “무엇보다 최근 몇 년 간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급속도로 팽창하게 되어,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범람하게 된 가장 주된 이유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이용해 예전보다 더욱 손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고, 특히 청소년층이 ‘셀프 카메라’ 형태로 직접 음란 동영상을 만드는 상황까지 이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러시아나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처럼 수익을 거두기 위해 조직적으로 미성년자 출연 음란물을 대량 제작하는 사례는 아직까지는 적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관련 통계를 보면 작년 4~10월 아동·청소년 음란물 집중 단속 기간에 적발된 아동 음란물 제작 사범은 71건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아마추어’ 수준으로 분류되고 있다.

▲ 경찰이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근절을 위해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고 이를 막기 위한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음에도 불법 음란물은 암암리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 뉴시스

즉 대부분 십대 여학생을 돈으로 꾀어 신체 사진을 찍는다든지, 가출 청소년과 성관계를 담은 장면을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촬영한 영상물이 상당수다. 여기에 스마트폰 등의 대중화로 미성년자들이 자기끼리 찍어서 보관하다 유출된 음란 영상물도 통계상으로는 제작 사범으로 포함되기도 한다.

이렇게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를 직접 제작·유포하다 적발된 범행 가운데 가장 최근에 일어난 유명 사례가 바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흑퀸시 사건’이다. 지난 2월 12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기룡 부장검사)는 여고생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퍼뜨린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미국인 영어강사 A(29)씨를 구속기소했다.

▲ 여고생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퍼뜨린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일명 ‘흑퀸시’로 불린 미국인 영어강사 A씨가 구속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 뉴시스

A씨는 ‘흑퀸시(Quincy Black)’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인터넷상에서 악명을 떨쳤다. A씨가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탄 이유는 바로 한국인 여성들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유포했기 때문이다.

A씨는 2009년 5월 우리나라에 입국해 대전의 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국제화센터에서 원어민강사 자격으로 초등학생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쳤다. 그런데 A씨는 일과 후에는 인터넷 이성 찾기 사이트에서 ‘흑퀸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한국 여성을 유혹해 성관계를 가졌다.

A씨는 이 인터넷 사이트에 본인의 출신 지역·대학·전공·나이 등을 올려 외국인을 선망하는 여성들이 호기심을 느끼도록 적극 유도했다. 비교적 손쉽게 많은 여성과 만난 A씨는 일부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영상물로 만들어 해외 음란 사이트에 올렸다.

A씨가 직접 만들어 올린 여러 음란물은 현재 해당 사이트에서는 삭제된 상황이지만, 동영상이나 캡처 화면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며 성관계를 맺은 여성들의 신원이 알려지는 등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 “단속 쉽지 않아” 고충 토로

검찰에 따르면 A씨가 국제적으로 지명수배를 받는 범죄자로 전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10년 8월 하순 무렵이라고 한다. 이때 A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고등학생 B양을 유혹했다. A씨는 본인이 사는 곳으로 B양을 불러 들여 함께 술을 마신 뒤 성관계를 가졌고 이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때 A씨는 미리 준비한 카메라 4대로 여러 다양한 각도에서 성행위 장면을 찍었다”며 “바로 이 때문에 단순히 충동적으로 이루어진 셀카 촬영 수준을 넘어 고의적 범죄 행위 수준으로 비화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본인이 저지른 범행이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2010년 10월 중국으로 급히 출국했지만 인터폴의 수배를 받는 신세가 됐으며 결국 지난 해 10월 아르메니아 현지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법무부는 지난 1월 22일 A씨의 신병을 인도받았다.

한편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토렌트 등 파일 공유 프로그램에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대거 올렸다가 경찰의 철퇴를 맞는 사례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음란물의 주된 유통 경로가 되는 일부 파일 공유프로그램의 경우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다수 대 다수로 직접 파일을 주고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토렌트 사이트는 무수히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신원이 확실한 운영자가 있는 일반 인터넷 사이트와는 달리 단속이나 처벌이 쉽지 않다. 더욱이 스마트폰을 통해 암암리에 전파되는 통에 경찰이 집중적인 단속에 나서도 적발이 어려운 점이 많다.

이처럼 최근 실제로 토렌트 등 파일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동·청소년 음란물과 음란동영상, 영화 등을 적극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한 프로그래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해외 서버로 비공개 토렌트 사이트를 개설한 다음 회원들에게 돈을 받고 아동음란물 등을 유포하는 방식으로 200여만 원을 챙긴 김모(43)씨와 최모(41)씨를 아동음란물유포 혐의(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불구속 입건했다.

직업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는 이들 일당은 대학 동창 사이로, 지난 2012년 2월 인터넷에서 음란 동영상 등을 다량 확보한 다음 베트남 서버를 빌려 비공개 토렌트(P2P)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들 일당은 이 사이트에 무료회원으로 가입한 3,400여명을 대상으로 음란동영상을 960편이나 유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홈페이지 제작과 서버 유지보수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전폭적으로 활용해 사이트를 직접 개설했으며 현재까지 무려 1만2,700여건, 총 용량 54TB에 달하는 파일을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지난 2013년 2월부터는 한 달에 약 30만 원이 지출되는 서버 임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월 회비 1만 원이나 연회비 4만 원을 낸 유료회원 50여 명에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적극적으로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경찰 측은 “토렌트 사이트를 통한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 사례를 단속하는 게 그리 녹록치 않다”고 호소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임시방편으로 토렌트 사이트를 차단하더라도 서버 이름만 한 글자만 바꾸는 식으로 꼼수를 부리면 계속 운영이 가능하다”며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근절하려면 인터넷을 일일이 지켜보고 단속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경찰은 올해도 집중단속기간을 정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강도 높게 근절할 계획”이라며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경우 영리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콘텐츠를 유포하거나 소지하기만 해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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