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일 기다림 끝 만남…상봉단 통한 눈물 쏟아
지난 20일부터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한 상봉단이 1203일을 기다려온 끝에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20일 오전 8시 20분 사전 집결지였던 속초를 떠난 우리 측 상봉단은 이 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을 하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북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 날 상봉행사에서는 60여년만에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들의 사연이 하나 둘 공개됐다.
우리 측 상봉단인 최병관(67)씨는 아버지가 남긴 이복동생들과 끌어안은 채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비록 아버지 최홍식(86)씨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아버지 최 씨가 남긴 이복동생 경희(52), 병덕(46)씨를 만났다.
이복동생이라고는 하나 생면부지인 탓에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 핏줄인 이들은 금새 얼싸안고 서로를 부르며 기뻐했다. 특히 병덕 씨가 아버지와 새어머니, 그리고 7남매가 함께 찍언 가족사진을 건네자 최 씨는 이를 보며 “그래도 이렇게 사셨으니 외로움이 덜 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3년 4개월여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금강산 호텔은 이산가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찬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나 어색한 첫 대면을 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서로를 얼싸안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 날 상봉단에는 19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특수 이산가족’ 박양수(58)씨와 최영철(61)씨가 포함됐다. 박 씨 등은 각각 오대양 61호와 수원 33호를 타고 홍어잡이에 나섰다가 북한 함정에 의해 피랍됐다.
이 날 박 씨의 동생인 양곤(52)씨는 42년만에 만난 형 앞에서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양곤 씨는 “형님이 건강하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라며 격해진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게도 했다. 특히 양곤 씨는 형에게 남쪽 소식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돌아가신 부모님과 큰 형의 묘소사진, 가족사진, 고향마을 풍경 사진을 건넸다.
최 씨 역시 형 선득(71)씨를 만나 분단과 헤어짐의 아픔을 달랬다. 선득 씨는 동생에게 함께 참여하지 못한 두 형과 세 여동생, 조카의 소식을 전했고 최 씨는 북한에서 만난 부인 박순화(60)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선득 씨는 “내가 게으른 탓에 이렇게 늦게 만났다”며 동생에게 미안함을 보이면서도 “다른 식구들을 다 만나봤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는 여동생 석려(81)씨를 만났고, 감기 증세로 거동이 불편함에도 응급차를 타고 금강산까지 이동한 김섬경(91) 할아버지는 딸 춘순(68)씨와 아들 진천(65)씨를 만나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남측 상봉단은 2시간에 걸친 단체 상봉에 이어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해 만남의 기쁨을 나누고 첫날 행사를 마무리한 뒤 숙소로 돌아갔으며 21일 둘째날 일정을 이어간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에 걸쳐 외금강호텔에서 비공개로 개별상봉을 실시하며, 금강산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함께한 뒤 오후 4시부터 두시간동안 같은 장소에서 실내상봉을 한 뒤 각자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은 22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사전 집결지인 속초로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