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본부’로 머물러 있으면 시대적 소명 다하지 못한다

범죄가 없는 사회는 유토피아(utopia)다. 유토피아란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다. 한마디로 현실에는 없는 이상향(理想鄕)이다.

국조 단군이 다스린 고조선에도 범죄가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고조선 때 8가지를 금하던 법, 팔조금법(八條禁法)이 반만년의 세월을 지나 오늘까지 전해져 온다.

이는 살인(殺人), 상해(傷害), 투도(偸盜), 강간(强姦) 등을 금하는 법이다. 오늘날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셈.

속언에 범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범죄를 유발하는 DNA를 탓하지, 한 인격체를 단죄하지 말라는 의미인 듯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그래서 사회를 이루고 산다. 인간이 모여 사는 모듬살이에는 죄짓는 자가 있고, 거기에 상응하는 벌이 있다.

죄와 벌 사이에 ‘교정’이 있다. 교정은 다시는 죄를 안 짓도록 교화하고, 감화시키고, 준법정신을 환기시키고, 나아가서 새 사람으로서 건강하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도(輔導)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담당하는 곳이 법무부 교정본부이다. 그런데 교정본부가 ‘교정청’으로 승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 소속에서 벗어나 독립된 기구로서 분리, 승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정본부로 있으면 그 역할과 책임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이 깃발을 들고 나섰다. 이 의원은 지난 12일 오후 3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교정청 승격추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현재 범죄자들의 수용 생활을 관리하는 등 교정․교화를 담당하는 교정본부가 경찰청․검찰청․법원과 달리 법무부 산하의 ‘본부’ 체제로 운영되는 것과 관련해 자체적인 정책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한계가 지적됨에 따라 본부를 독립기관인 ‘청’으로 승격시키자는 취지다.

이 의원이 국회에 입법 발의한 것과 관련해 ‘교정청 승격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이 의원이 직접 주최한 것이다.

이 의원은 “다양한 유형의 범죄자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범죄자들의 재사회화를 위한 교정행정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기관으로서의 ‘교정청’ 신설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박영규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이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전국적으로 1만 5천여명의 교정공무원이 5만 5천여명 이상의 재소자를 관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교정본부와 산하 지방청간의 업무와 기능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고 있어 조직행정상 적정한 통솔 범위를 넘고 있어 효율적 지휘 감독이 곤란하다”고 현행 ‘본부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산하의 1개 내국 단위에 불과한 교정본부가 방대한 교정조직을 통할함은 조직의 규모면이나 효율성 면에서 중대한 현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는 “교정직 공무원은 일반 공무원과는 다른 직업상의 업무 특수성을 감안해 ‘특정직’으로 분리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는 등 미래지향적인 조직개편을 위해서는 교정청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 중 ‘실무자’로 나선 김학성 성동구치소장은 “일반 시민들은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갈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교정본부가 독립청이 아닌 탓에 강력한 사회 안전망 확보와 재범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그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 소장은 “특히 4대 사회악을 비롯한 살인, 강도 등 사회 불안과 국민 걱정을 야기하는 흉악범죄는 전과자의 재범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출소자의 재범 방지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출소자의 재범방지를 위한 연구와 기획정책개발 등 교정행정의 전문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모두가 귀담아 들을만한 주장이다. 사실 ‘범죄와의 싸움’은 ‘재범과의 싸움’이다. 수형자들을 잘 교정, 교화한다면 재범률이 줄어들 것이고 범죄 발생률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재범을 줄이려면 교정행정이 진화되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명수 의원이 주창하는 교정본부의 ‘교정청’ 독립, 승격에 대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본다.

영어에 이런 말이 있다. ‘Nobody is perfect in the perfect society.’ 굳이 번역한다면 ‘완전한 사회에서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라는 얘기다.

완전하게 정상적인 사회에서 인간은 모두가 부족한 존재다. 그래서 항상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문제는 범죄를 막고, 또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 재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당위성이 보다 현실화되는 길목에서 교정청 승격이 이해당사자인 법무부를 비롯하여 정ㆍ관계, 국민 모두의 관심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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