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큰 야외 오페라 공연 가능한가?

세계 최고 규모의 야외 오페라로 관심을 모은 <아이다>가 40억의 적자를 내고 막을 내렸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마련된 전체 객석은 5만석. 60만 원짜리를 포함한 30만원 이상의 그라운드석을 절반을 채우지 못해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이 공연은 4일 공연으로 83억의 투자비를 드리며 초대형 야외 오페라 공연을 준비한 것이었으나 투자비의 절반정도의 수입에 만족해야 했다. 주최측에서는 10만~15만명의 관객 동원을 예상했지만 경기가 위축된 데다 폭우등 악재가 겹쳐 티켓 판매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협찬도 거의 없이 고가의 티켓 가격을 책정한 마케팅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예술의전당의 공연 기획팀의 올해 최대 경쟁자는 다름 아닌 야외 오페라 공연이라고 말했을 만큼 야외 오페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대단했다. 2000년 중국 쯔진청 이벤트가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장이모 연출의 '투란도트'가 지난 5월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후 이번엔 잠실 주 경기장에서 이탈리아 파르마 극장이 제작한 '아이다'가 야외 공연을 준비를 하면서 하나의 오페라 공연의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제작면에서는 호평이지만 흥행에서 실패 오페라 '아이다'의 제작진은 이미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오랫동안 야외 오페라 공연을 만들어 온 경험자들인데다 세계 최정상급 가수들은 넓은 운동장에서도 감동적인 오페라 한편을 만들어 냈다. 또 공연 전문가들은 오페라의 본질보다는 '쇼'에 치중한 감이 있지만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우리 공연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실험적인 시도였다는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냉담했다. 대규모 합창단과 엑스트라가 동원된 '개선행진곡'이 펼쳐질 때도 박수가 시원스레 터져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스탠드석의 열기는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60만원의 호가하는 최고석에서는 시원스러운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제작 면에서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말, 낙타, 코끼리등 70여마리의 동물과 천오백여명의 출연진은 효육적으로 통제되면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양호한 음향 수준과 50개의 영상 화면, 미러 시스템을 동원한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최첨단 무대 디자인은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고 본다. 가수들 역시 탁월한 연기력은 세계적인 수준을 과시 할만 했다. '아이다' 주최측에서는 공연의 실패를 불경기와 유난히 잦은 비등 외적인 요인과 입장권 판매 정책의 실패로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그 원인은 '오페라'가 아닌 '이벤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오페라의 대중화와 오페라 시장의 확산이라는 의미 부여에도 불구하고 야외 오페라는 오페라와 다른 '이벤트'인 것이다. 또한 야외 공연의 중요한 역할은 '장소'임을 명심 해야한다. '투란도트'가 흥행 면에서 성공하고 '아이다'가 실패한 것은 공연의 완성도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세계 최대 규모'등의 수식어를 사용한 '아이다'로서는 세계적인 가수들과 뛰어난 능력의 프로덕션으로도 대형 이벤트를 성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다. 관객을 포함한 소비자는 냉정하다. 처음 시도된 '투란도트' 공연이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비슷한 형태의 두 번째 공연도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영세한 국내 공연제작 시장으 형편으로 보면 '아이다'의 손실 규모는 제작시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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