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탄생한 성매매 알선 통로, 다양하게 골라먹기

성매매특별법 시행 2년이 되어가도 기존 성매매행위가 집창촌을 벗어나 인터넷 채팅과 안마시술소 등 음성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수 남성들은 서울 강남의 초호화 안마시술소나 인터넷 채팅사이트 ‘조건만남’ 등을 통해 돈을 주고 성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성매매 여성이나 청소년들도 인터넷 채팅으로 돈벌이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적발된 3천여 명의 성매수 남성 중에는 의사나 교수, 중학교 교장, 변호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성매수 행위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집창촌에서 암암리에 이뤄졌던 성매매는 초호화시설을 갖춘 안마시술소 등지에서 좀 더 은밀하고 ‘특별한 방법’으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밀한 흥정이 오가는 ‘통로’는 어디? 서울 강남의 한 안마시술소는 지하 1∼2층과 지상 5∼6층에 300여 평 규모로 소위 ‘탕방’ 및 객실 20여개를 차려놓은 뒤 성매매여성 20여명을 고용해 ‘기업형’ 성매매를 알선하다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이 업소에는 지난 10개월 동안 무려 3만여 명의 손님이 몰려들어 업주 등 업소 관련자들이 화대비 명목으로 모두 54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소의 특징은 소위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함께 성행위를 하는 ‘1대 2 서비스’를 제공해 줘 성매수 남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한 한 경락마사지 업소는 성매매여성 10여 명을 고용해 속칭 ‘대딸방’ 영업을 하며 유사성행위로 400여 명의 손님을 끌어 모아 4개월 동안 1천6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안마시술소나 이발소외에도 인터넷 채팅사이트는 성매수 남성과 성매매여성들의 은밀한 흥정이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성매매여성의 34%가 인터넷을 이용해 성매수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성매매 대상이 된 10대 청소년의 경우 90% 이상이 채팅사이트를 통해 성매수 남성과 접촉, 은밀한 거래를 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심지어는 인터넷 성매매 전문알선업자도 나타나 이달 12일에는 서울 성동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컴퓨터 9대를 설치한 뒤 성매매여성을 모집, 1천100여명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업자 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가출사이트를 통해 만난 10대 청소년들을 합숙시키며 원조교제를 알선한 뒤 이를 빌미로 성매수 남성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일당도 이달 대거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채팅이 10대 청소년과 20대 성매매여성에게 주된 성매매방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 성매매를 근절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에 적발된 성매수 남성 중에는 대형병원 과장급 의사에서부터 교수, 중학교 교장,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인력과 사회 상류층 인사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모 중학교 A교장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지난 8월 불구속 입건됐으며 현직 변호사 2명과 의사도 같은 방법으로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지난 10일 형사 입건됐다. 경찰관계자는 “성구매는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성도덕에 대한 교육과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수사 결과 장애인 고용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이 아직까지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기획 단속 강화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행위 확산을 방지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남성위주 사회와 관습이 만들다 분명히 불법행위이나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묵인하고 있던 것, 바로 1년 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성매매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도시 한쪽에 버젓이 자리 잡고 매일 밤 영업을 하던 집창촌의 모습,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당국, 오랜 세월을 거쳐 이어져온 남성위주의 사회와 관습이란 이름이 만들어낸 부당한 모습의 일부분이었다. 이러한 성매매에 대한 인식을 달리 만들어준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어느새 1년이 되었다. 성매매특별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던 성매매 여성은 경제적 대가를 받는 일종의 자기의지에 따른 선택을 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아가 성매매 여성이 사회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피해자라는 인식을 담은 한층 진일보한 법이었다. 성구매자들을 범법자로 보고, 성매매 업소의 업주에게 가해지는 처벌의 수위를 높였으며 성매매 여성들에게 피해자라는 취지의 법이 제정된 것. 그리고 지난 2004년 9월말부터 시작된 경찰의 한 달간의 특별단속기간 동안 성매매업소는 그야말로 개점휴업상태가 되었고, 일부 단속 소식과 맞물려 성매매가 불법임을 사회에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단속은 많이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성매매특별법은 유효하다. ◆성매매 근절 특단의 조치 필요 그러나 성매매 근절은 아직도 요원하다. 성매매 여성의 생계 및 진로 문제와 업주 등 성매매 산업 관련자들의 반발에 강력한 단속은 주춤한 상태이고, 축소되긴 했지만 아직 집창촌은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오히려 온라인을 통해서 또는 변형된 성매매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아직 성매매 근절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특단의 조치를 통한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통한 단속이 이루어졌다면 올해는 단속과 함께 강력한 지원책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성매매 여성들이 탈출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인 부채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성매매와 관련해서 생긴 부채는 무효라는 것이 법규정일지라도 실제 이 규정이 적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업주들의 횡포에 맞서 폭넓은 법적용과 정부의 상담 및 지원을 통한 부채해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등 경제적인 지원의 신설과 취업프로그램 및 지원시설의 대규모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매매는 그릇된 성인식을 낳는데다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하고 일부 심각한 인권유린까지 초래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만드는 범죄행위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성매매처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성매매 수법을 막기 위해서 성구매 남성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홍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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