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진출을 바라보는 두 가지의 시선

새해가 밝고 벌써 한 주가 지났다. 어떻게 한 주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빠르게 흘러버린 느낌은 누구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느낌일 것이다. 그만큼 새해 벽두부터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혼란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편치 않게 했다는 반증이 되어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우울한 기분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 수만도 없는 법.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2006 독일 월드컵’이 열린다. 지난 2002년을 되새겨 생각해본다면, 그 동안 4년을 어떻게 참고 기다려 왔는지 축구팬들은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드컵.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 축구 대표팀이 과연 어떤 성적을 낼 수 있게 될지, 또 대회에 어떤 파란을 일으키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아왔지만, 새해의 시작과 함께 그 궁금함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2006 월드컵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16강 진출을 무난하게 바라보고 있는 장밋빛 이론과, 16강도 힘들다는 비관적 이론을 함께 엮어봤다. ◆월드컵 ‘4강의 저주’를 깨라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에 대해 국내 언론은 연일 장밋빛 전망만을 내 놓고 있기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고서도 과연 장밋빛 전망과 결과가 일치할지는 두고 볼 문제인 것 같다. 더욱이 월드컵에는 이상하게도 4강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 전 대회 4강에 오른 팀들은 그 다음 대회에서 형편없는 결과를 기록한다는 징크스인데, 우리로서는 일종의 암울한 징크스이지 않을 수 없다. '4강의 저주'는 지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부터 위력을 발휘해왔다. 4강의 저주의 첫 희생양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프랑스. 프랑스는 그 다음 대회였던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4강의 저주'의 시작을 알렸다. 또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잉글랜드는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예선 탈락하며 본선 무대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던 스웨덴 역시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영웅과도 같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등 최근 네 번의 월드컵 동안 '4강의 저주'는 예외 없이 적용되어 왔다. 더욱이 그 저주는 이번 대회에도 이어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한 터키 역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예선에 탈락을 하며 4강의 저주가 5차례 연속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렇게 징크스로 이번 대회를 예상한다는 것은 물론, 재미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도 징크스 못지않게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오르는데 장벽은 만만치 않게 높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팀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영향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모양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그 동안 만만하게만 여겨왔던 토고의 공격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프랑스는 세대교체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98년~2001년까지 세계랭킹 1위를 지켜왔던 강팀 중의 강팀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국 중 하나라는 것 또한 높은 장벽 중의 하나이다. 그 뿐 아니라, 이처럼 우승후보로까지 여겨지는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팽팽한 접전을 펼친 스위스까지 우리와 같은 조 내에서는 하나같이 강팀이지 않은 팀이 없다. 더욱이 스위스와 프랑스는 4시간 거리면 독일에 닿을 수 있는 나라들이기에 독일이 프랑스와 스위스에게 있어서는 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들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먼 유럽까지 원정을 가서 홈팀들과 싸워야 하는 이방인 신세가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2006 장밋빛 이론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고 있을만한 분위기 또한 아니다. 이 같이 16강 진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일부가 있는가 하면, 우리에게도 16강에 진출할만한 확률은 충분히 있다고 자신하는 일부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 축구는 몇 년 만에 그 수준이 급상승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가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것은 적어도 8년 전쯤의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도 현재 우리나라의 축구 수준이 낮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토고부터 잡고 봐야한다. 토고는 월드컵에 기적적으로 첫 출전을 하게 된 나라이다. 물론 토고 팀의 스트라이커 아데바요르 같은 선수는 위협적인 선수이기는 하지만, 그 선수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 또한 토고 팀의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토고 팀의 경기 운영 방식은 대부분 아데바요르에 의한 공격으로 이루어지는 것 또한 주목할만한 점이다. 토고 대표팀이 훌륭한 선수를 팀에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 그 훌륭한 선수에게 너무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또한 팀의 커다란 단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데바요르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국제 대회 경험이 적기 때문에 실전에서 얼마큼 제 실력을 발휘해 주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겠다. 프랑스의 경우 앞에서도 거론한 바와 같이 세계랭킹 1위를 몇 년간 지켜왔던 나라이기도 하며, 강력한 우승후보국으로 손꼽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단, 앙리 등 이름만으로도 제 몸값을 해 내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랑스 팀은 요즘 전성기만큼 컨디션이 좋지는 않다. 지단, 앙리도 예전만큼 실력발휘를 하지는 못 하고 있다. 이제는 노장으로서, 체력도 많이 떨어진 탓이다. 또한 세대교체를 하면서 팀 전력도 많이 부진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가 충분한 훈련을 통해 대 프랑스전을 준비한다면, 힘들겠지만 적어도 비기는 게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이 너무 장밋빛으로 치우쳐 있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감을 심는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위스는 요즘 축구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혹자들은 프랑스보다 스위스와의 경기가 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역시 생각만큼 강한 팀은 아니다. 걸출한 대형 스타도 없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으로 평가받아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와 같은 조가 된 모든 팀들은 한번쯤 해 볼만 한 팀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에게도 16강의 벽은 그다지 높지 않게 세워져 있어 보인다. 그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이유들에 더해서 유럽에서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도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개최 이후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고 있는 점을 생각했을 때, 적응력에 있어서도 여느 팀들 못지않은 경쟁력을 우리 선수들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설기현, 안정환 등 우리 대표팀의 핵심들은 모두 유럽을 이미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는 상태이다. 월드컵에 올라온 32개 국 모두가 강팀들인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한 나라라는 점과 지난 대회 4강 진출국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그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져 있는 팀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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