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병술년 새해는 아무래도 국민 화합과 분열의 상황이 그침 없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당의 경선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어지는 5월의 지방자치단체 선거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선거는 국민들을 한 동안 선거 증후군 속으로 몰아넣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거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굵직한 국제 스포츠 대회들이 있기에 분열되었던 민심은 다시 하나로 화합되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벌써부터 정치권은 이왕 치러야 할 전쟁이라면 제대로 치러보자는 분위기다. ◆서울은 작은 대한민국? 각각의 정당들은 당 내 경선을 통해 내적 修己(수기)를 하며, 본격적인 선거태세 돌입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으로 확대 해석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선거 결과는 결코 출마 예상자만이 아닌 당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손길이 미쳐 미치지 못 하는 지역별 행정에 있어서 지방 의원이 중요하다는 것은 지역주민들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런 이유에서 지방선거의 결과를 궁금해 하는 것은 지역주민 역시 정당 못지않게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되어준다. 때문에 지역별로 어느 한 곳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다. 그러나 각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의 지역 외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곳이 한 곳 있느니, 바로 서울시다. 대선이야 이미 거르고 걸러진 인물들이 마지막 경합을 벌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당 간의 싸움이라 하더라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그렇지 않다. 당 중심도 중심이지만, 출마 후보들의 인물값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벌이는 정치판의 파란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할 것으로 예견되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각 정당별로, 후보별로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만 보아도 선거까지 서울 시장자리를 놓고 벌어지게 될 상황들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지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특이할만한 점 한 가지가 있다면,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다소 싱겁게 한나라당의 인물 중심 선거구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서로의 눈치를 보며 의외의 복병들이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설 또한 번지고 있어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인물 중심에서 당 중심의 선거체계가 구축되어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들도 제법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기 서울시장 자리는 한나라당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들도 다시금 방향을 돌려 상황을 지켜봐야겠다는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나’를 먼저 이겨야 ‘적’을 이긴다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에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한나라당에 대적할 만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 하고 있었다. 또한 한나라당 이외의 다른 야당에서도 상황은 열린우리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다하게 한나라당에 적수가 될 만한 ‘카드’를 미쳐 준비해 놓지 못한 각 당들은 거의 체념에 가까운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누가 되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맹형규, 홍준표, 이재오, 박계동, 박진 등 쟁쟁한 후보군을 거느린 한나라당은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또한 서울시장 선거가 안방잔치가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한나라당은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 하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근래 각 정당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세심히 지켜보고 있자면 한나라당도 결코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미소도 지금부터는 서서히 경직되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외부 인사 영입설 또한 제기 되고 있어 후보들 간에도 당 내․외적으로 긴장의 끈은 팽팽해져 있는 상태이다. 지난 11년간 강남구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강북을 강남으로 만들어 보이겠다는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이미 출마를 선언했고, 3번이나 내리 당선된 조남호 서초구청장 등도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후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운찬 서울대총장이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도 출마설이 나오고 있어 원내 후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는 올 초 행정도시법 파동으로 당을 떠난 오세일 전 정책위의장과 16대 국회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을 주도한 오세훈 전 의원 등도 꾸준히 영입대상으로 거론되는 점 역시 당 내 후보경선에 불꽃 튀는 접전을 예고 하고 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 지고 남의 얘기처럼 받아들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며, 고건 전 총리의 영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고건 전 총리가 입당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놓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고건 전 총리의 마음을 돌려 어떻게든 영입을 해야 한다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고건 전 총리가 민주당에 입당을 하게 될 경우, 국민중심당과의 통합을 통해 충청권과 호남권, 그리고 수도권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고건 전 총리를 어떻게든 붙잡아야 부활탄을 터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기에 고건 전 총리도 완강히 거부 의사만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건 전 총리를 등에 업고 서울시장에 출마하게 될 경우 제법 해 볼만한 게임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 김경재 전 의원은 어떻게든 고건 전 총리의 영입을 통해 민주당의 부활과 서울시장 자리를 꿰차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라앉고 있는데, 구해줄 이도 없어 열린우리당의 경우 지난 재보선 패배를 통해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반드시 설욕을 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선뜻 나서는 인물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외부 인사 몇몇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 CEO출신의 인물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주요 핵심 인물들이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열린우리당의 적극적인 영입 의사에도 불구하고 정작 거론되고 있는 본인들은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어떻게든, 서울경기 수도권 지방에서 한 자리는 꼭 당선을 시켜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해찬 총리 카드까지 나올 수 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까지는 ‘설’일 뿐이고, 현재로써는 이계안 의원과 민병두 의원만이 출마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로는 한나라당의 쟁쟁한 후보들 뿐 아니라, 기타 야당의 후보들과의 경합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최근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당의 균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치 않은 영입 인사들은 아무래도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이는 것 또한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출마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 처음의 상황과는 다르게 점점 치열한 경쟁구도로 달려가고 있는 서울시장 경선을 위해 민주노동당도 히든카드는 준비해 두고 있다. 그 카드는 바로 노회찬 카드이다. 노회찬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게 될 경우 지난 대선에서 불었던 ‘盧風(노풍)’을 다시 한번 재현시키게 될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노당이나 노회찬 의원 본인은 서울시장 출마를 했을 경우 당에 득이 되는 선택이 될지, 실이 되는 선택이 될지 감가를 따지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누구도 노회찬 의원에게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선뜻 나서서 하지 못 하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 보았을 때, 그만한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힘 있는 정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도 드문 것은 물론, 노 의원이 당을 빠져 나갔을 때, 그 만큼 실력 행사를 할 만한 인물도 없기 때문에 민노당으로서는 노회찬 의원이 여간 아쉬운 인물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았을 때, 노 의원이 시장에 당선 된다면, 민노당의 위상은 현 17대 국회 이상으로 강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따라서 민노당과 노회찬 양자에게 있어서 서울시장 출마는 적잖은 내적갈등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 시장 후보 출마가 과연 당을 살리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지, 출마하지 않고 당에 잔류하는 것이 당을 살리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지 민노당은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노회찬 카드가 제시되었을 때, 한나라당의 주도적인 분위기나,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 각 당에는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일어나게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더 이상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각 당들이 이처럼 열을 올리며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 의지를 밝히게 되자, 한나라당도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분주하다. 먼저 박계동, 이재오, 홍준표 세 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시작으로 쟁쟁한 당 내․외 후보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이재오 의원의 경우에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시장 경선 말고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다”며 원내 대표 도전에는 의사가 없음을 표명하기도 했었지만, 근래에는 다시 원내 대표 도전 의사를 밝히며,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그 동안 준비해 왔던 노력을 원내 대표 경선에 쏟겠다는 계획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하나로 힘을 모아,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은 현명한 판단이다. 선거판에 먼저 발을 들여 놓기는 했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도려낼 것은 도려내는 것이 상책. 재정비를 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한나라당과,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는 영입 인사들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의 독주를 저지하고 나선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노당 그들의 서울시장을 향한 흥미진진한 레이스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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