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미국시민이었으면 참 좋겠다! 원정출산을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

더 이상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한국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 극단적인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공식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우리 나라의 낮은 출산율은 단지 수치로만 보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결혼하더라도 꼭 아이를 낳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두 가지 생각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저출산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한 국가의 성장동력에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은 저출산에 대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후진국의 엘리트들을 선발해가고 있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우리의 저출산율은 사회구조적인 배경 속에서 원인과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출산과 육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여성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육아에 대한 부담은 예전에 비해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괴리 속에 여성은 가능하면 늦게 결혼하고, 적은 수의 자녀를 낳으려고 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의 높은 교육열을 감안하면 아이 하나를 기르는 데만 많은 비용이 든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경제 불황 속에 저출산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이 깨지면서 딸이든 아들이든 한 자녀로 단산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혼에 대한 두려움도 출산율 저하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25%의 높은 이혼율은‘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그래서 결혼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출산을 미루는 부부도 적지 않다. 핵가족화로 부모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아이를 늦게 낳거나 낳지 않는 등 부부 편의대로 결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이런 몇 가지 원인을 분석해보면 저출산에는 사회적인 성취와 행복 추구 등 젊은 세대의 개인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돼 있고, 결혼과 가정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들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며, 개인의 행복 없이 가정의 행복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마련 등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인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개개인의 희생이 따르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결혼과 가정, 자녀와 육아에 대한 의 미와 중요성을 자각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교육이 가정·학교·사회가 연결돼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여기에는 전문가 양성 , 교육 시설 확충 등 국가적인 지원이 필수이다. 한국에서 낳은 수 없는 아기, 미국에서 낳다고 죽어도 좋아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원정출산으로 낳은 아이가 연간 출생아의 1%에 해당되는 5천명이나 된다고 한다. 즉, 해마다 대한민국 1%에 해당되는 상류층 자녀는 미국 국적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확보하는‘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다. 그 비용도 2만 달러가 들거니와 장거리 비행으로 적잖은 고통을 감수해야 함에도 상당수 만삭의 산모들이 제 발로 미국으로 떠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사회의 진보에 아킬레스건이 되는 이른바 사회 귀족층의‘도덕적 해이’의 편린에 불과하다. 해마다 30~40%씩 증가하는 조기 해외유학, 신문 사회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고위층 병역비리, 탈세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이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준다. 사회적인 문제 뿐 아니라 실제적으로 원정출산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다. 원정출산을 위해 미국에 들어간 한국 임산부가 분만 예정일 3주를 앞두고 유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국내 원정출산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원정출산을 위해 미국 LA에 1주일 째 머물고 있던 ㅅ씨(33)가‘태반조기박리(태아 분만 전에 태반이 착상 부위에서 떨어지는 것)’로 태아를 잃었다. 미국 등 원정 출산지에서 크고 작은 의료사고가 있었지만 태아 사망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ㅅ씨는 사고 당일 오전 하혈을 많이 해 부근의 원정출산 전문 한인병원으로 간 뒤 응급조치를 받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 과정에서 태아는 사망했다. 의료진은 제왕절개로 사망한 태아를 꺼냈으며 ㅅ씨는 한때 생명이 위독해 중환자실로 옮겨지기도 했다. 치료를 마친 ㅅ씨는 지난 9월 29일 귀국했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이종건 교수는“장시간의 비행기 탑승과 갑자기 뒤바뀐 환경은 극도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임산부와 태아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특히 산전 관리를 하지 않아 임산부의 증세를 잘 알지 못할뿐더러 (미국에서는) 의료수가가 높아 임산부를 소홀히 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는 “현지에서의 각종 의료사고는 현지병원과 산후 조리원들의 무책임하고 부실한 의료서비스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비자 문제로 빡빡한 일정을 잡고 돈을 아끼기 위해 하숙이나 자취를 하며 출산을 준비하는 임산부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원정출산 택한다 올 해 한국에서 원정출산을 떠난 산모는 지난 7월까지 7천 여명, 9.11테러 이후 잠시 주춤했던 지난해 6천 여명을 넘어섰다. 나라 안팎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산모들 사이에서는 원정출산을 떠나고자 하는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왜 그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오르고자 하는 것일까? 그들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여행 원정출산. 원정출산을 단순히 미국병이라 볼 것인가. 원정출산을 통해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선물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원정출산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나라에서 아기를 낳을 수 없었던 일부 평범한 산모들의 마음의 이면에는 부른 배를 안고 다른 나라로 떠나라고 등 떠미는 사회가 있다. 글/ 남정민 기자 njm8309@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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