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에 갇혀 보수도 받지 못한 채 노예처럼 일한 ‘섬 노예’를 둘러싼 논란이 심상치 않다. SNS는 물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자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해당 사례가 더 있는지 조사에 나서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조사를 위해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은 잘 한 일이지만, 문제는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염전에서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며 인부들을 학대한 혐의(영리목적 약취.유인 등)로 A씨와 직업소개업자 B씨를 형사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채씨(48)는 2008년 좋은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는 전남 목포 직업소개소 직원 B씨의 꾐에 넘어가 신안군의 한 외딴섬 염전으로 들어갔다. 이후 채씨는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자지도 못한채 염전 일에 신축건물 공사, 집안일 등을 하며 쉴 새 없이 일했다. 보수는 없었다. 거듭된 탈출 시도는 매번 무위로 돌아갔고, 그 때마다 돌아온 것은 매서운 매질이었다.

채 씨는 A씨의 감시를 피해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내용인즉, 섬에 팔려와 도망갈 수 없으니 구출해달라는 것. 그냥 찾아오면 들통 날 수 있으니 소금을 사러 오는 것처럼 가장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채 씨의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탐문수사 끝에 채 씨를 섬 노예 생활에서 구해냈다.

관련 보도가 매스컴을 타고 여론은 불붙었다. 불 번지듯 퍼진 비난의 화살이 애꿎은 전라도민에게 돌아가기까지 했다. 사고 발생 지역이 전라도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목포경찰과 전남지방경찰청은 10일부터 21일까지 집중 단속기간을 갖고 해당 문제에 경찰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급한 불을 끄듯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지하기도 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8일 ‘염전 인권침해 비난 여론 관련하여 전남지방경찰청에서 알려드립니다’ 공지사항에서 “이번 ‘도서지역 등 상습적 인권침해 우려지역 점검계획’을 수립하여 도내 관할지역별 ‘인권 사각지대’ 우려가 있는 염전․수용시설 및 유흥업소 등을 샅샅이 점검하여 악덕업주, 사업자의 불법수익을 환수하는 한편, 재차 발호하여 불법이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분기1회 이상 지속적이고 강력한 점검활동을 기본으로 맨투맨식 세밀한 '종사자 면담'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점검기간은 ‘14. 2. 10부터 2. 21까지 2주간”이라며 친절히 설명도 해 놓았다.

조용히 단속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처럼 대대적인 공지를 하는 것은 “이 때부터 점검을 하겠사오니, 당사자 분들께서는 준비하시기 바랍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 10월, 목포경찰은 가정집서 사설경마가 횡행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을 덮쳐 9명을 적발했다. 11월 전남지방경찰청은 농촌에서 벌어지는 투견 도박장을 덮쳐 60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현장을 덮쳐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도박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섬 노예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10일 김형민 <긴급출동 SOS 24> 전 PD는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공무원들이) 가서 상담을 하고 괜찮냐 물어보고 근데 거기선 또 당연히 좋다, 괜찮다, 잘해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PD는 또 “지역적 특성상 그런 곳의 공권력은 그 지역 유지들이나 어떤 그런 분들과 유착된 경우가 되게 많다”고 밝혔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적인 수사를 벌인다니,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

네티즌 역시 관련 소식에 대해 비판 섞인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트위터리안 kims****는 “목포경찰서장은 참 친절하시네요…섬노예로 인권유린 현장을 단속하신다면서 날짜까지 알려주고”라고 꼬집었다. Wiza****역시 “이전 방송취재 잠입해서 섬노예 실체 알려 목포 경찰이 조사하러 가니 전부 도망갔었죠. 이번에도 목포 경찰서가 10일날 날짜까지 알려주고 조사하러 간답니다”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는 것 자체는 칭찬 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것으로 보이니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우려들이 그저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경찰이 발본색원(拔本塞源)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확실한 수사와 점검을 치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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