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불법대출의 철저한 조사와 효과적 후속대책 바란다

최근 일부 카드사에서 고객정보 유출로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만 이번에는 은행권이 초대형 금융사기에 말려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공신력과 신뢰, 신용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계가 왜 이리 말썽을 빚는지 모르겠다.

우린 돈 장사를 하는 곳을 ‘금융회사’라고도 하지만 ‘금융기관’이라고 흔히 말한다.

‘회사’가 아니라 ‘기관’ 칭호를 붙여준 건 그만큼 사적 이윤추구와 함께 사회적 사명에도 방점(傍點)을 두라는 내재적 암시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을 굳게 믿고 맡긴 고객 정보를 제대로 간수하지 않고 흘리지 않나, 고객의 예치금 등으로 조성된 수신자금을 불법 대출로 날리지 않나….

일부 일반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3000억원 규모의 거액 대출 금융사고에 관련되면서 일파만파로 파란이 일고 있다.

하나은행 등 일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관련된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에 대해 경찰과 금융당국이 불법 여부와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KT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원대 대규모 사기대출 사건에 은행 직원이 공모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은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T의 자회사인 KT ENS의 직원 A씨는 대형 시중은행 등을 상대로 3000억원의 대출 사기를 벌였다.

이에 휘말리게 된 금융기관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 3곳과 10개 저축은행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밝힌 이번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KT ENS의 직원 A씨와 N사 등은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휴대폰 등을 구입해 KT ENS에 납품한 것처럼 매출채권을 위조하고 이를 N사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경찰과 금융당국은 은행 내부 직원이 수천억원대의 대출이 오가는데 아무 것도 몰랐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대출 금액이 큰 금융사 위주로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10일 현재 대출사기를 당한 금융사를 18개사로, 대출 잔액을 3000여억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액이 더 불어날 가능성에도 조사의 초점을 두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조만간 이번 사건의 책임을 놓고 법적공방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법적 자문을 받는 등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매출채권 담보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기 피해를 당한 하나은행, 농협은행, KB국민은행 외에도 모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저축은행이 조사 대상이다.

금융기관은 불법 대출, 돈을 만지는 임직원의 자금 유용 및 편취 등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갖가지 안전장치를 해놓고 있다.

정기 및 수시 감사를 통해 업무의 적법성과 적합성 등을 확인하고 붙박이 직원을 없애기 위해 아무런 예고 없이 불시에 순환보직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정기검사, 특별검사, 수시검사 등을 통해 업무 점검에 나서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삼중의 제도적 안전장치가 구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초대형급 대출사기가 일어나는 것은 우리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비록 경찰과 금융당국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고 하지만 으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의 뒷북치기에만 그친다면 국민들은 허탈감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금융기관이 불법대출 등으로 부실 요인을 안게 된다면 이들 금융기관들은 수지 타산을 방어하기 위해 그 손실을 고객인 일반 다수 국민들에게 전가시킬 공산이 크다.

이런 점에서 우리 서민들은 이번과 같은 초대형 금융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 후속 마무리와 함께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랄 따름이다.

아울러 해당 금융기관이 손실을 손쉽게 만회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지양(止揚)하면서 스스로 자구책을 먼저 마련하는 자세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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