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인재가 천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

인재 찾으려는 대기업들의 이색 인재전쟁, 이색면접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은 이제 면접 준비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올해 채용에선 대기업들이 예전에 중시하던 학력이나 자격증은 더 이상 중요한 채용기준으로 삼지 않은 반면 회사의 핵심인재로 키울 수 있는 우수인력을 판별, 영입하기 위해 다양하고 차별화 된 면접방식을 속속 도입했기 때문이다. 과거 면접이 ‘지식’을 평가했다면 요즘 면접은 ‘합리적인 사고와 논리체계’를 평가하는 자리다. 성적만으로는 신입사원의 창의성이나 열정을 판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색 면접을 도입하고 있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 잡링크(www.joblink.co.kr)가 사람을 찾고 있는 구인업체 담당자 2136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전형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항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365명(63.9%)이 면접을 꼽았다. 다음은 서류전형 453명(21.2%), 대학(학과) 추천 123명(5.8%), 필기시험 99명(4.6%), 기타 96명(4.5%)순 이었다. 면접이 취업 전쟁의 승부를 가르는 것이다. 지난 10월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원자들이 신청한 업무부문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면접을 하던 방식에서 탈피, 올해 처음으로 부문별로 특성화된‘실무형 면접’을 실시했다. 일반사무, 영업관리, 생산관리, 연구개발 등 희망분야별로 지원자들을 나눠 과·차장급의 실무자들과 중역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소양을 갖췄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이다. 특히 실무면접에서는 면접관들이 지원자의 학력, 학점, 출신지역 등을 전혀 알 수 없도록 하는‘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실무능력 평가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코오롱도 1차 면접시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채택해 면접관이 출신학교, 전공, 이름 등 지원자의 배경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집단토론 등 다양한 형식의 면접을 진행했다. 대한항공의 여승무원 선발에서는 항공기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을 제시하고 고객응대 방식에 대한 롤 플레이(role-play)를 통해 구직자의 직무수행 잠재능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이강동 총괄인사팀장은“출신학교, 학점 등 전통적인 채용기준은 점차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며 “실무현장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관련 지식과 자신감을 갖춘 인재가 이젠 최고의 인재”라고 말했다. 여러가지 이색면접 최근 이색면접이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술자리면접, 등산면접, 요리 면접에서 그림면접, 영어프레젠테이션 면접까지 다양하다. 기업들도 면접방식을 공개하는 추세다. 이처럼 면접이 취업 성패를 결정짓는 가운데 특이한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이 많다. 현대오토넷은 30명을 채용하면서 면접 형식을 파괴하고 식사와 술자리 면접으로 대체했다. 한솔포렘은 신입사원 면접시 난센스 퀴즈나 회사 관련 퀴즈를 풀면서 경직된 분위기를 없애 지원자들이 편안하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답을 맞출 경우 도서상품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랜드는 연령이나 학력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는 특별전형을 도입하면서 면접질문으로‘이랜드 필독서 50권을 읽었는가’,‘사회봉사활동을 했는가’,‘한국 패션의 기본 컨셉 3가지를 제안할 수 있는가’등의 독특한 질문들을 던졌다. 샘표식품은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구직자 4명이 1조가 돼 1시간동안 주어진 재료로 요리를 만든 뒤 면접관들에게 작품의 주제와 특징을 설명하는‘요리면접’을 실시하기도 했다.“요리를 알아야 주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오너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요리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구직자의 요리실력이 아니라‘똑같은 재료로 누가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었는지’, ‘팀 작업에서 누가 리더십을 발휘했는지’등‘창의력과 리더십’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직자들 사이에‘심층면접’으로 악명이 높은 한국얀센. 이 회사가 작년 말 실시한 면접장에는 정신과 전문의도 등장했다. 소개서를 보니 당신은 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 전공을 살리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느냐, 방금 한 말 정말 책임질 수 있느냐. 대응하기 난처한 질문만을 퍼붓는다. 당황하는 표정을 보이거나 입을 떼지 못하면 감점이다. 면접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지원자도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그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얼마나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는가를 분석한다. 또한 면접관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1차 실무자 면접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면접을 통과시킨 지원자 이름 옆에 자기 이름을 명기한다. 2차 사장 이하 전 임원이 참여한 면접에서 임원들은 지원자뿐 아니라 1차 면접자의 이름도 본다. 만일 지원자가 자격미달이란 이야기가 나오면 1차 면접관들에게도 부담이다. 김도경 홍보팀장은“면접을 통과한 신입사원들은 업무성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내부적으로 심층면접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LG칼텍스정유는 여수공장 근무자를 채용하면서 축구와 회식을 통한 면접을 실시했다. 1000여명의 지원자 중 최종면접에 오른 45명을 4개 팀으로 나눠 기존 사원들과 함께 경기를 치른 뒤 회식까지 함께 했다. 협동심과 기본 체력, 대인관계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었다. 전 후반 45분을 뛰어다닐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면접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셈이다. “서울에 바퀴벌레는 몇 마리인가요.” 롯데백화점 면접자들은 가끔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질문의 목표는 간단하다. 면접을 받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롯데 측이 짓궂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이유가 있다. 백화점에는 별별 손님이 다 온다. 황당한 항의를 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면접을 실시하는 곳들도 있다. 국민카드는 최근 실시한 신입사원 면접에서 그림 실력을 테스트했다. 지원자의 창의력과 자기표현력을 알아보기 위해 ‘자기PR’이라고 불리는 그림면접을 실시한 것이다. 적색, 흑색, 청색 사인펜으로 A4용지 한 장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이나 동물을 그리라는 주문을 했다. 면접을 회사의 장기적인 이미지 개선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최근 지원자들에게 ‘VIP 면접’을 실시해 화제를 모은 한국오츠카제약. 이 회사의 채용 절차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났다. 반면 면접자들은 면접 과정에서 감동할 정도로 극진한 대우를 받는다. 집단면접, 토론면접, 개별면접, 저녁식사면접 등 4가지 코스를 거치는 동안 지원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당구장, PC방을 빌려 이용하도록 한다. 점심식사는 일식당에서 2만원 상당의 회정식을 제공한다. 지방에서 온 사람에겐 5만원, 서울 3만원의 택시비도 지급했다. 또 면접 중간중간 15년 가까이 인사업무를 담당해 온 인사팀장이 ‘미니 취업특강’을 했다. KSW투자자문(대표 금승원)은 공채 1기 신입사원 면접시험에서 지원자들에게 애인이나 친구, 은사나 가족 등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함께 면접장으로 오도록 했다. 이에 따라 1,000여명의 응시자들은 이날 면접장에 애인이나 친구, 가족 등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금승원 대표는 “지원자뿐 아니라 그 사람 주변의 동반자를 통해서 지원자의 됨됨이를 파악하고 싶었다”며“지원자가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신껏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동반면접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원자의 능력을 가장 중시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각 부문 모두 성별, 연령, 학력 등에 상관없이 지원을 받을 방침이다. 합격자에게는 실무에 투입하기에 앞서 해외 유수의 금융기관 등을 둘러 보 기회와 함께 배낭여행의 특전도 제공할 계획이다. 면접이 우수 인재 확보에 가장 중요한 도구란 판단을 내린 기업들은 내부 면접 시스템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 예를 들어 CJ그룹은 자체 양성한 전문 면접관을 통해 면접을 실시한다.‘어세서(Assessor)’라고 불리는 면접관을 각 부서 팀장급 중에서 선발한다. 이들은 약 5개월 간 면접 방법론에 대해 집중교육을 받는다. 각 직무군별로 최적의 인재를 선발키 위한 제도이며, 면접자 한 사람 당 약 1시간의 심층면접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고객 면접관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인터넷으로 응시원서를 받아 1차로 500~600명을 선발한 뒤 고객들이 매긴 점수를 놓고 절반 정도 추려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고객 4명을 면접관으로 위촉한 상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창구 직원의 경우 민원접촉이 많기 때문에 고객이 보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외식업체인 TGIF는 고객 이벤트를 잘하는 사원을 뽑기 위해 기타와 노래 실력을 평가항목에 넣고 있으며 메디슨은 면접관과 함께 등산을 하는 스포츠 면접을 실시한 뒤 맥주테스트도 실시한다. 응시자들과 등산을 하고 술을 마시면서 개개인의 진솔한 면과 자질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벤처기업인 한수산업은 최근 신입사원 면접을 생맥주집에서 하면서 즉석노래자랑, 삼행시짓기, 기타연주 등을 도입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바이오스페이스는 영어테스트, 적성검사와 함께 ‘기획력테스트’라는 면접을 실시한다. 회사의 대표가 구직자에게 경영현황을 자세히 설명해준 뒤‘독일 현지법인을 어떤 형태로 유지할 것인가’,‘직원들이 낚시 단합대회를 간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등 회사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 면접자는 자신이 회사의 기획담당자라는 가정하에 기획안을 마련하고 그 기획안의 타당성과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채용정보업체 잡링크의 김현희 실장은“고객만족경영, 스피드경영이 경영모토로 떠오르는 요즘에는 기존의 성실하고 모범적인 인재대신 톡톡 튀는 창의력과 개성을 가진 인재들이 각광받고 있다”며 “기업들도 이러한 인재들을 뽑기 위해 차별화되고 다양한 면접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색면접이 다는 아니다. 다시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오기도 그러나 이색면접을 실시하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지만 반대로 이색면접을 도입했다가 폐기하고 다시 전통적 면접을 실시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불경기가 한 원인이다. 아무래도 전통적 면접보다 각종 이색면접은 비용이 많이 들게 마련이다. 또 이색면접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내부 반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그룹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다차원면접’을 폐지했다.‘행동관찰면접’을 실시했던 대웅제약과 ‘술자리 면접’을 실시했던 영진닷컴도 다시 전통적 면접 방식을 채택했다. 쌍용건설 역시 프리젠테이션 면접을 도입한 적이 있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어 기존의 개별 및 집단면접 방식으로 바꿨다. 구직자들이 자신이 지원하려는 회사가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가를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색 면접 방식 대신 예산은 적게들면서 입사지원자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 면접’이나 ‘토론면접’방식을 채택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토론면접’은 입사지원자 5∼8명 정도로 묶어 일정한 주제를 갖고 집단 토론을 시키고 면접관들이 곁에서 응시자들의 발언내용이나 태도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지원자의 지식수준이나 표현력, 설득력, 이해력, 적극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형태다. 프리젠테이션 면접이란 주제를 주고 전문성 있는 주제를 놓고 응시자의 의견을 발표하게 함으로써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한 면접 방식이다. 제일기획의 경우 주제를 정해주고 인터넷, 도서관 등을 오픈한 뒤 한 시간동안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 뒤 주제에 맞는 광고를 기획하도록 하고 있다. 면접관은 광고주의 입장이 되기 때문에 입사지원자는 자신이 기획한 광고에 대해 면접관을 납득시켜야 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95년 자체 개발, 도입한 SSAT(Samsung Aptitude Test)를 현재까지 꾸준히 실시하고 있으며 SSAT를 통해 입사지원자들의 입사 후의 직무수행능력과 업무 적응력을 측정하고 있다. 쌍용그룹도 입사지원자들의 사회 및 직장생활에 대한 준비자세를 측정하기 위해 직무능력평가시험을 95년 도입, 아직까지 시행하고 있다. 조선호텔은 서비스직인 만큼 입사지원자들의 인성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100여 개의 문항에 대해 ‘아니다, 중간, 예’등의 답변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외에도 임원들이 파악하기 힘든 지원자의 성격, 팀웍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함께 일할 사람들이 동료를 뽑을 수 있도록 한‘사원 면접’과 하루종일 면접자가 다양한 장소, 다양한 상황을 연출, 입사지원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핌으로써 짧은 시간에 최대한 응시자를 파악하는‘다면접방식’, 아예 연수원에 들어가 하루종일 입사지원자를 살펴보는‘연수면접’등 기업들의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은 끝이 없다. 숨겨진 능력.人性 파악 용이한 이색면접을 바라보는 시선 지난 95년부터 대부분의 기업들이 필기시험을 전격 폐지하면서 전형방법에 일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단편적인 지식을 확인하는 필기시험대신 지원자의 잠재능력과 인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면접을 중시하고있는 것이 이 변화의 핵심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면접전형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전략팀을 구성, 아이 디어 발굴에 골몰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술자리나 노래방, 사우나 등에서 이뤄지는「격식파괴형」면접이 평가의 공정 성면에서 신뢰도가 낮은데다 남녀고용평등이란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격식파괴형 면접이 자칫 응시자들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으며 면접결과에 승복하기 힘든 경 우가 많다는 게 이 주장의 핵심이다. 더 심하게는 면접관들조차 전형기준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면접시험이 갖는 평가도구로서의 타당성에 대한 이러한 지적은 인재선발기법이 과학화되고 있지 않은 현실여건을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이 새로운 인재상에 걸맞는 새로운 전형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의 노력을 평가 절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또 면접시험을 단순히 선발방식의 하나라거나 선발과정의 일부분이라는 식으로 그 범주를 한정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면접이란 시간과 공간은 평가의 기회와 더불어 기업의 이미지와 친화력을 제고시키는 기회 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색면접에 대한 평가는 인사제도를 넘어선 보다 포괄적인 차원에서 논의되는게 마땅할 것이다. 글/ 남정민 기자 njm8309@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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