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막론하고 여성의 매력이 관심의 화두에서 여전히 빗겨나지 않음은 분명 그 화제가 뿌리치기엔 너무도 달콤하고 치명적인 유혹이기 때문이 아닐까. 더군다나 당당하고 아찔한 자태로, 한번 찍은 남자는 어떤 남자든 놓치지 않고 몇 분 안에 유혹한다는 백승 불패선수의 유혹이라면 어떨까.
지금껏 브라운관이나 영화 속에서 주류를 이루던 여성들은 청순한 여성미를 내세우는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 한류의 주역에 서있는 ‘겨울동화’의 최지우를 비롯하여 ‘새드 무비’의 임수정까지 그동안의 여성들은 눈물겨운 멜로연기로 팬들의 가슴을 저미며 보호본능을 일으켰다.
그러던 여성들이 이제 반란을 꿈꾼다. ‘연애소설’ 등에서 청순미의 대표주자다운 모습을 보였던 손예진은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 화끈하고 아찔한 작업녀 캐릭터로 변신하여 작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SBS 드라마 ‘마이걸’의 이다해는 안방극장에서 당돌하고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로 깜찍한 거짓말을 무기삼아 남자주인공들의 혼을 빼놓는 ‘여우’로 둔갑하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작업녀들의 ‘구미호 작전’은 광고에서 더 크게 그 영역을 넓혔다.
MBC 사극 ‘신돈’의 노국공주인 서지혜는 캔커피 레쓰비 광고에서 후배와 영화를 보러온 선배 여대생을 연기했다. 서지혜는 커플석 티켓을 구입한 남자 후배에게 ‘왜 우리가 커플석에 앉느냐’며 눈을 흘기고 타박한다. 그러면서도 후배한테 표를 구입하도록 내버려두는 모습을 보이며, 서지혜의 구박이 결국 앙큼한 내숭으로 드러나게 된다. 무서운 영화를 보며 옆자리 후배의 등 뒤에 숨어 연약한 모습으로 웅크린 채, 그녀는 ‘오늘 친한 후배 하나를 잃었다’고 속마음을 고백한다.
초콜릿이라는 휴대폰을 갖고 방안에서 혼자 모는 모습을 보여주는 LG싸이언의 김태희 또한 마치 애인을 대하듯이 초콜릿 휴대폰을 상대로 처음에는 얌전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가, ‘왜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 확 안아 준다’고 깜찍한 유혹의 멘트를 던진다. 동시에 빙긋이 웃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얌전하고 청순한 듯한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당차게 기습 유혹하는 이 둘과는 달리 역시 유혹의 고전대로 섹시한 노출 및 몸짓을 내세워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작업의 방식, 누가 뭐라 해도 단연 이효리다.
추리극의 형식을 빌린 삼성 애니콜의 ‘애니스타일’편에서 이효리는 아찔하게 섹시한 용의자로 나와 치명적인 관능미와 도발적인 연기로 형사 황정민을 혼란에 빠트린다.
눈물만 뚝뚝 흘리는 연약한 비련의 여인들이 청순함을 벗고 내숭 작업녀로 변신하는 요즘, 각기 다른 방법으로 중무장하여 치명적인 매력녀로 거듭나는 그녀들을 보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적극적인 여성상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멜로 주인공으로 잘나가던 그녀들이 갑자기 '작업녀' 세상으로 뛰어든 이유,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갈수록 더해질 그녀들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