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故)이병철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놓고 벌인 장남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회장의 2심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재벌가 ‘형제의 난’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싸움의 승패를 떠나 곱지만은 않다. 몇 천 억대의 어마어마한 소송금액도 이질감을 주지만 그보다 원론적인 이유는 형제 사이에서 벌어지는 ‘돈 싸움’의 껄끄러움이다.

이맹희씨가 과거 아버지 유지를 들먹이며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불법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나, 이건희 회장이 이맹희씨는 집안에서 내 논 자식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그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한편의 막장 가족드라마 소재처럼 보인다.

삼성과 CJ그룹은 서로에게 득 될 것 없는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진흙탕 싸움으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만 받았을 뿐이다. 재판에 승소 한 삼성이 기쁨의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고 발 빠르게 국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돈에 얽힌 집안싸움의 낯부끄러움을 인지했기에 취한 대처로 보인다.

시민의 눈에 ‘돈 많은’ 재벌가의 돈 싸움은 가십 거리로 잠깐의 흥미는 주지만 재미는 잠깐일 뿐, 우리 사회의 만연한 대기업 친족 경영권 승계라는 부조리와 맞닿게 한다.

삼성뿐 아니라 두산 역시 지난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이 자신의 동생들이 1700억 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에 진정서를 내자, 박용성 회장이 형(박용오)에 대해 ‘가족경영 원칙을 훼손한 배신자’라고 맹비난하며, 형이 저지른 분식회계가 2800억 원에 달한다고 폭로했다.

재벌 기업 가운데 형제간, 부자간 ‘돈’으로 갈등을 겪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이런 재벌들의 재산 다툼을 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제 얼굴에 침 뱉기’격인 재벌가의 돈 싸움, 친족 경영권 승계의 패악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승소한 삼성이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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