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건설 팀마저 해체해 사실상 한국 프로씨름은 여기서 끝

씨름계에 한숨 소리가 늘어가고만 있다. 지난 26일 신창건설 프로씨름단이 선수들에게 팀 해체를 통보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불과 5개월 여 전에 “씨름단의 해체는 없을 것이며, 씨름에만 전력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면 언제든지 출전하겠다”고 말했을 때와는 또 다른 결정사항인 것으로 씨름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신창건설 씨름단이 전격 해체를 결정함에 따라서 이제 프로씨름단은 현대코끼리 씨름단 한 팀만이 남게 된 상황이다. 신창건설은 지난 7월 한국 씨름연맹과 마찰을 빚으며 탈퇴의사를 전하고 다른 씨름 단체를 결성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듯 했으나, 이미 한국 씨름연맹의 주도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통합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활로를 모색하지 못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뿐 아니라 신창건설은 내부적인 상황으로 볼 때도 사실상 시합 출전이 보장되고 있지 않는 고액 연봉자의 선수들을 감당해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현대코끼리 씨름단과 단 두 팀만이 남아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해오던 한국 씨름계. 신창건설이 해체함에 따라 정작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기존 신창건설 소속의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팀의 간판급 선수였던 김동욱 선수는 이미 이번 상황을 계기로 은퇴 의사를 분명히 하고 팀을 탈퇴했지만, 그 외 백두급 랭킹 1위인 김영현 선수나 천하장사 출신인 황규연 선수, 한라장사 조범재 선수 등과 같이 씨름계의 대들보의 역할을 해 오던 선수들은 큰 충격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팀이 해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끝까지 믿고 씨름단 임원들의 행보에 말없이 따라왔던 선수들이 뒤통수를 맞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신창건설 씨름단이 해체의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공공연하게 이번 사태를 예측하던 스포츠 관계자들 또한 정작 실제로 이런 사태가 일어나자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신창건설의 이러한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최홍만을 생각해본다면, 어렵지 않게 누구 발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종격투기관계자들이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신창건설이 배구단 또는 골프단을 창단할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상균 씨는 “발빠르게 종합격투기에 적합한 자질과 기량을 가진 몇몇 대형급 선수들을 비밀리에 접촉해 테스트를 받았으며, 자질이 검증된 선수들은 종합격투기 대비에 대한 구상을 모두 끝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얼마 전 김동욱 선수와 그의 매니저가 일본현지에서 이종격투기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던 자리에 다른 씨름선수들도 있었다는 일부 소문이 뜬소문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초 최홍만 선수가 씨름을 은퇴하고 K-1으로 행보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동료 선수들과 씨름 관계자들은 최홍만을 보고 배신자라고 하며, 비난에 비난을 가했었다. 그러나 최근 김동욱 선수가 격투계로 진출하겠다는 뉴스가 공공연히 흘러나오면서부터는 씨름 선수들조차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으로 변해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이번 사태까지 이르게 되면서 오히려 한 평생 씨름만 생각하며 운동에 전념해온 선수들은 더 이상 씨름에 대한 미련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이에 선수들 사이에서조차 K-1에서 승승장구 하는 최홍만 선수와 이미 상당한 계약진행이 이루어진 김동욱 선수를 부러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또한 신창건설 팀 코치 겸 AT를 지낸 박우진 실장은 “나도 내 귀가 없어질 만큼 평생 씨름을 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선수들에 대한 어떠한 대비책도 없이 해체가 된다면 차라리 이종격투기든 프로레슬링이든 다른 운동시장으로 전향해서라도 우리 씨름의 고급 스포츠 인력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하며, 착잡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신창건설의 팀 해체로 인해 씨름계에 냉기가 돌고 있는 상황에 씨름 팬들은 “타종목으로 전향하는 씨름출신 선수들을 이제는 돈만 보고 간다며 무조건 돌을 던질 수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스포츠 에이전트인 이상균(건국헤지펀드) 씨 또한 “러시아 삼보 연맹도 유능한 삼보 선수들이 이종격투기를 비롯해 타 종목으로 전향하는 선수들에게 비난을 일삼던 과거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 선수들로 인하여 전 세계에 삼보의 인기와 파워가 증명되면서 삼보 단체는 역으로 호황을 누리는 계기가 되었음을 상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하며 “고급 스포츠 인력들에 대해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프렌차이즈 스타 선수하나 길러내지 못하는 우리나라 씨름계의 모든 관계자 들이 모두 함께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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