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버거워 요즘 예민해져 있는 국민 기분도 헤아려야

See no evil, hear no evil, speak no evil!

악한 것을 보지 말며, 악한 것을 듣지 말며, 악한 것을 말하지 말라.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새가 울 때까지 막무가내 기다리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아직도 많이 회자되는 일본 에도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 말을 평생의 지침으로 살았다고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설화(舌禍)로 혼이 났다. 자칫 낙마까지 우려되는 상황으로까지 갔다.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여당까지 나서서 그의 망언에 융단폭격을 날렸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데 카드로 열 받은 국민들에게 ‘염장질’을 했기 때문이다.

카드가 칼이 되어 온 나라와 백성들을 사정없이 난도질하고 있는 바로 그 때 생채기에 소금을 뿌렸으니 피아의 구분 없이 그를 맹비난했던 것.

이마가 훤칠하고 눈매가 단정한 학자풍인 그에게 관운(官運)은 있었던 모양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을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해주기를 바라면서 이런 일의 재발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경고는 지난 22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하는데, 현명한 사람은 이를 계기로 이런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등 정보유출 사태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어리석은’ 이 부분이 모든 이들을 자극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수시간씩 뼈 빠지게 기다려서 카드를 해약하고 갱신하고 있는데 어리석다니….

현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강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망언을 ‘경고’ 차원에서 마무리 지은 것.

공직자가 단명하지 않고 오랫동안 옷을 벗지 않기 위해서는 입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게 철칙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해서도 안 된다. 들어도 못들은 척해야 할 때가 많을 것이다.

공무원은 거대 조직의 한 부분이다. 모나면 항상 정을 맞게 돼있다. 특히 고위공무원들은 높은 담장 위를 걷는 형국이다. 자칫 잘못하면 실족(失足)하게 된다.

말에는 영(靈)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말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때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우린 교육받아 왔다.

현 부총리의 설화는 일단락된 듯하다. 이젠 국민 다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는 분들은 제발 국민들의 기분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발언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본인들 장수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요즘 살기 힘들어 무척이나 예민해져 있는 민초들을 자극하지 않는 일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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