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는 부당" 한목소리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 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도에 대한 공청회가 지난 2일 오후 한국조세연구원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공청회는 500여명이 넘는 세무사와 회계사 등이 참가해 '세무사법 개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으며, 해당 자격사들은 '세무사 자동자격제도'를 놓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내세우기에 급급했다. 해당 자격사들의 이해관계 첨예 송춘달 한국세무사회 제도개선운영위원장은 "세무사법 제3조에서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에게 세무사자격을 공짜로 부여하고 있는 현행제도를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만 세무사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별도의 검증절차 없이 세무사의 자격을 공짜로 부여하고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국가자격시험제도의 근본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그들은 두 가지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은 두 가지 시험에 다 합격하여 자격을 취득한 특별히 우수한 자격사로 오인하게 됨으로써 세무사는 상대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세무사 명칭은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만 사용하게 하고, 공인회계사와 변호사는 세무대리 업무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본래 자신의 명칭만 사용하고 세무사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부의 공인회계사나 변호사는 간판이나 명함 등에 세무사 명칭을 병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택곤 공인회계사회 연구교육부장은 "공인회계사는 선발시험과정에서 세법 등 세무사 직무 수행능력에 대한 검정절차를 거치고 세무사 자격을 딴다"며 "세무사회장이 바뀔 때마다 세무사회는 연례적으로 같은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만수 대한변호사협회이사는 "전문분야 변호사들의 양산에 따라 지금까지 타직역 자격사들이 분점해 온 분야에 변호사들의 급속한 확산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전제한 뒤 "모든 변호사로 하여금 재정경제부에 세무사 자격을 등록하게 하여 기존의 변호사로 하여금 전부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도록 하겠다"며 세무사회의 법 개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 "회계사와 변호사의 세무사 명칭 사용 납득 못해" 토론에 나선 4명의 전문가들은 해법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하는 것은 불공정한 제도이다"라고 의사를 나타냈다. 납세자인 국민들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갖는 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자격시험의 형평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전문자격사 특성상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교육을 받는 사람에게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납세자를 위해 세무대리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경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계사와 변호사 역시 세무대리 업무는 계속하되, (세무사 명칭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회계사와 변호사가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나 교수는 타협안으로 세가지를 제시하면서 “첫째로 공인회계사나 변호사가 자신들의 명칭 옆에 (세무사 대신) 세무대리 전문 또는, 세무소송 전문 등 업무영역을 표기하도록 하거나, 둘째로 세무사 명칭을 쓰기 위해서는 회계사와 변호사 시험에서 세법과목 시험을 좀더 강화하거나, 셋째로 세무사제도를 폐지하고, 공인회계사제도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곽태원 서강대 교수는 "이는 전문자격사 간의 이해 문제가 아니라, 납세자와 일반 국민 대중 전체가 함께 걸린 문제이다.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회계사나 변호사가 굳이 세무사 명칭을 사용해야 하느냐에 대해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세무사 명칭 사용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곽 교수는 회계사나 변호사도 세무대리 업무를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변호사의 경우 세무회계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계사와 변호사의 세무사 명칭 사용은 '무임승차' 공감"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내가 어떤 서비스를 받고 싶어 공인회계사 사무실에 갔더니, 세무사 명찰이 있으면, ‘이 사람은 공인회계사, 세무사 두개 다 자격을 취득했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다”면서 “(자동부여든, 시험합격이든) 만약 정보 자체가 소비자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들거나, 완전한 정보를 취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그만큼 왜곡되고, 세무사와 회계사, 변호사간의 경쟁을 해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에 따라 “납세자가 완전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공인회계사나 변호사의 앞에 이 명칭(세무사)을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했다”며 명칭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어 “대안으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세무사 자격을 얻기 위해 시험과목을 더 추가하든지, 일단 취득한 공인회계사나 변호사는 이후 세무사 시험에 응시할 때 공통 과목 면제 등의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염주영 대한매일 논설위원은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이며, 이를 가리는 방법이 시험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회계사, 변호사가 전문성이나 윤리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시험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사이에 불공평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세무사회의 불공평 주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세무사' 명칭 사용에 대해서도 염 위원은 "(세무사쪽에서)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무임승차라고 했는데 공감이 가는 주장인 것 같다"면서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어떤 이득이 있기 때문인데, 이득을 누리면서 명칭사용에 따른 의무를 부정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염 위원은 또 최근 세무사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해서 "이해 당사자에 대한 설문이 아니고, 충분한 설명없이 일반국민들에 대한 설문 조사는 위험할 수도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이번 건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세 기관이 합동으로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며 "현행 제도가 불공평하고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권을 위배하고 있다는 측면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해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세무사회는 지난달말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대상자의 85.1%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 자격 부여를 '불공정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74.8%는 '세무사 자동 자격 부여'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으며 응답자의 90.7%는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세무사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소관부처인 재정경제부 세제실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며 "충분히 검토하고 여론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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