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구조조정서 밀려난 후 사기단으로

올해 마지막 주를 맞이했다. 해마다 연말이면 망년회 분위기에 성탄절과 신정이 마음이 괜히 즐거워진다. 또 추운 겨울 날씨에 하얀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사람들의 마음은 한번 더 흐트러지기 마련. 그래서인지 연말이면 사건사고가 많다. 또 이 틈을 노리는 한탕주의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보험설계사에 의한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한 해였다. 2005년 보험시장은 방카슈랑스 2단계 실시, 퇴직연금 실시, 설계사 펀드판매 허용 등 통합금융의 혜택을 보게 된 한 해였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지난달 기준 111억원의 수입보험료 실적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111%나 오르는 등 큰 발전을 하고 있다. 또한 설계사들도 퇴직연금과 펀드판매 허용 등으로 수익원이 더욱 다양화됨에 따라 고소득 설계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아줌마 부대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점차 사라지는 등 통합금융시대의 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는 법. 설계사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위상이 바뀌면서 고객에 대한 Financial Planning 능력을 갖추지 못한 설계사들은 점차 도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그들의 지식을 가지고 조직폭력배들과 결탁, 사기행각을 벌여나가기 시작했다. 보험사기단의 특징-보험설계사와 조직폭력배의 이상적 결합 대형 보험사기단의 특징은 보험설계사가 군소 폭력조직 두목과 함께 술집 등에서 계획을 짠 후 조직원에게 적절한 역할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적발된 보험 사기단에는 반드시 1명의 보험 설계사가 있다. 그러나 조직의 리더 혹은 핵심참모가 둘일 수 없듯 보험 설계사들도 항상 한명이다. 불과 2~3년전 까지만 해도 보험 사기단이 주로 가해자였던 반면, 지금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사기단의 일원으로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보험사기 수법도 진화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예전에는 5~6명 정도 자해공갈단 수준이던 보험사기단이 최근에는 30여명을 상회하는 전문 범죄조직으로 발전하고 있다. 보험사기단의 사기 규모 예전 보험사기단들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 교통사고 등을 통해 피해자와 합의보는 과정에서 과장된 엄살 등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수법을 사용해 왔으나 지금 이같은 수법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최근에는 오히려 고액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고의 사고 등을 내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 설계사들은 사고 시 가장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선정, 최대한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상황을 계산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규모, 그리고 사고 과정 등 일련의 계획을 조직 두목과 함께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범죄 계획이 나오면 폭력조직의 두목은 일단 조직원들의 외모와 학력 등을 고려, 적절한 역할을 배분하고 조직원들은 경찰 및 보험사 조사단과 대화 및 병·의원에서의 행동요령, 그리고 경찰에 검거됐을 때의 대처방법 등을 숙지한 후 사고에 투입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기단이 사고를 낸 후 보험금을 편취하기 까지 경찰과 보험 손해사정사, 의사, 그리고 자동차 사고의 경우 견인차와 정비업체 등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사기단의 규모가 클수록 경찰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조직원으로 포섭했다. 지난달 전북에서 활동 중인 대규모 보험사기단 8개 조직을 일망타진한 바 있는 라승훈 경사는 “오늘날 보험사기단이 일반 공갈단의 수준을 넘어 보험설계사, 병·의원, 정비업체 등을 포괄할 만큼 대형화 지능화 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기단의 수법 이와 함께 보험사기단의 수법이 보다 세밀하고 지능화 되면서 일반인들의 상식을 넘어서는 엽기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북에서 활동하던 임모씨 조직의 경우 고액의 어린이 보험에 가입한 5세 어린이를 찬물로 목욕을 시킨 후 냉장고에 얼린 요구르트를 손에 들게 하고, 부채를 부쳐 감기에 걸리도록 한 다음 장기 입원 시켜 어린이 보험금을 편취하는 엽기성을 보였다. 이 조직의 경우 남편, 아들, 며느리, 사위 등 일가족 7명으로 구성됐고 입원한 어린이도 이들의 자녀임이 밝혀져 주위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동일지역의 구모씨의 경우 자신의 중학생 아들과 딸의 방학을 이용, 이들에게 경미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개학 하루 전까지 병원에 장기 입원시켜 보험금을 편취하다가 들통나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또 보험설계사를 고문으로 영입하여 아예 업종을 보험사기단으로 전환한 폭력조직 시라소니파의 경우 역할분담 교통사고, 법규 위반차량 대상 고의 교통사고 뿐 아니라 허위 교통사고까지 다양한 수법으로 약 25회에 걸쳐 1억 4,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뒤 역할과 서열에 따라 100만원에서 960만원까지 분배하는 등 직업형 사기행각을 벌였다. 보험설계사, 보험사기단의 리더역 보험사기단은 소규모 사기단은 혈연과 지연으로 얽힌 연고형 조직으로 가장이나 연장자가 보험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조직을 리드하고 있는 반면 규모가 큰 조직의 경우 대체로 지방 폭력조직이 설계사를 영입, 업종을 전환한 경우로 설계사들은 조직 내에서 실질적인 넘버2의 역할을 하며 모든 사기를 설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에 가담하는 설계사는 기본적인 보험 지식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금융시장이 통합화 되고 보험시장도 방카슈랑스, 온라인, 홈슈랑스 등 판매채널이 다변화 되면서 자동차보험 등 비교적 판매가 손쉬운 상품들은 가격경쟁력면에서 신채널에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시장은 설계사들에게 변액상품, 고보장성 상해보험, 통합형 손해보험, 민영의료보험 등 고액 보험상품을 판매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이렇게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설계사들은 억대연봉과 함께 펀드 및 퇴직연금시장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주변에서 선망의 시선을 받고 있는 반면 전혀 준비하지 못한 채 구태의연하게 보험 세일즈맨으로만 안주하던 사람들은 시장 변화에 버티지 못하고 자연 도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도태된 설계사들 중 일부는 다른 직종의 영업사원으로 전향하기도 하고 혹은 설계사 시절 쌓아놓은 인맥을 빌미로 더 좋은 업종에 취업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일부 사람들은 그들의 유일한 전문지식을 빌미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보험사, 리크루팅에 신중해야 이같은 현상에 대해 보험 전문가들은 생각이 잘못된 설계사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량영입 대량탈락이라는 관행이 아직도 엄존해 있는 보험업계의 현실에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IMF이후 일부 외국계 생보사들이 진출하기 전까지 보험 설계사들은 무조건 많이 영입하는 사람이 인정받았다. 그래서 보험 모집인 시험에 아이를 업고 오는 아줌마, 혹은 걷기도 힘들어하던 할머니, 여고생 등 객관적으로 봐도 전혀 설계사 일을 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도 설계사 시험에 응시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보험영업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이후 자동차보험이나 간단한 생명보험 등을 연고에 의해 세일즈 해 나갔다. 그러나 고령화가 지속되고 금융시장이 통합화 되면서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인식돼던 설계사라는 직업이 이제는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으면서 그 기준에 미달되는 사람들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 전문가들은 “예전 보험업계의 막무가내식 영업 관행이 이제는 보험 범죄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된 것”이라며 해석하고 있다. 이들 검거실적 충실 그러나 이들이 범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심정적 원인과는 관계없이 보험 범죄도 사기와 같은 선상에서 뿌리뽑을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보험 사기단의 보험금 편취가 결국 보험수가 인상으로 연결되어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며 “보험사기단 및 이들과 공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병·의원 및 정비업소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보험범죄를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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