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폭설피해액 2,400억여원 달해 20일 이후 매일 100억씩 갱신

(전문)동장군과 눈신부의 계절 겨울이 왔다. 눈은 추운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이다. 아이들은 추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하얀 눈 속에서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른들은 눈설매와 스키,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젊은 연인들도 하얀 눈의 축복 속에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며 밤을 지새운다. 또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은 마치 아기예수의 탄생에 맞춰 하나님의 축복이 사람들에게 부어주는 양 기쁨에 겨워한다. 그러나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올해 호남에 내린 엄청난 양의 폭설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축복이 아닌 재앙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남지역에 온 기록적인 폭설은 사람들의 생활터전을 빼앗은 채 거리로 내몰리는 등 현재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만만치 않은 형편이다. 23일 현재 호남지역은 정읍이 44.0cm 적설을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폭설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가 및 기물파손 등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재산피해액만도 2,500억여원이 훌쩍 넘어서고 있다. 또 폭설로 인한 비행기 결항, 도로 마비, 항만 정지 등으로 인한 물류대란까지 합치면 그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폭설 피해 상황 이번 폭설은 지난 3일 정읍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매일 평균 20~30Cm 가량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폭설이 가장 심했던 정읍의 경우 지난 3일 50Cm 이상의 눈이 왔다. 그리고 12일에는 다시한번 눈 폭탄을 맞아 21.8cm의 적설을 기록한 후 오늘까지 22~30Cm 가량의 적설량을 유지하고 있다. 또 호남의 대표적인 직할시 광주의 경우 40.5cm로 가장 많은 눈이 쌓인 22일 KTX가 일부 불통되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눈폭탄으로 교통이 마비되 사람들과 물류가 마비되는 피해를 겪었다. 최대 56cm의 적설량을 기록한 20일부터 21일 사이 2,000여대의 차량들이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 남해 고속도로에서 14시간 동안 고립된 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이날 제주공항과 광주공항은 다음날인 22일까지 모든 항공기의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목포항과 군산항에 기착되 있는 여객선 운항도 전면 통제됐다. 또 광주와 전남·북 지역의 초등학교 637개, 중학교 336개, 고등학교 142개, 특수학교 11개 등 총 1132개의 초·중·고등학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중소기업 50여 업체 큰 피해봐 또 산업체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전라북도는 23일까지 도내 기업들 중 95개 업체의 공장 또는 창고 등이 무너져 내려 132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 중 4일부터 5일까지 1차 폭설로 피해를 입은 45개 업체에 21일부터 22일까지 2차 폭설로 50개 업체가 추가된 것. 고가 사다리 차량을 생산하는 김제 만경농공단지의 주식회사 호룡(대표 김대봉)은 공장 건물 3동 가운데 3백평 규모의 1동이 주저 앉아 7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봤으며 현재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호룡'은 다시 공장건물을 세우는 데 한 달 그리고 이번 폭설피해 여파를 극복하는 데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이번 폭설로 인해 출·퇴근이 어려워지면서 22일 하루 가동을 중단, 냉장고와 에어컨, 청소기 등 가전제품 생산 라인이 일제히 멈춰져 100억원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 인근에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도 21일 오후 4시30분부터 22일 새벽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GM대우차 군산공장도 폭설로 인한 교통마비로 직원들의 출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21일 야간 조업을 중단해 라세티와 레조 등 승용차 520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택배·유통업계도 눈폭탄을 맞아 비상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경우 목포, 정읍 등에 대한 고통 통제로 화물 운송이 2~3일 이상 지연되고 있어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또 광주 용봉동의 쌍용건설 아파트 공사 현장도 공사가 중단됐으며 GS칼텍스도 종업원 의 출퇴근이 여의치 않아 일부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 ◆농가피해액 2,328억여원 상회 그러나 폭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농가이다. 현재 각 지자체 집계에 따르면 23일 현재까지 폭설로 인해 호남지역이 입은 재산피해액 집계도 22일 이후 하루 100억씩 늘어나 광주 88억, 전북 597억, 전남 1,643억원 등 총 2,328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이들 중 2,275억원 가량이 주택, 축사, 비닐하우스 붕괴 등으로 발생된 농민 피해이다. 광주에서는 비닐하우스 13곳(1.58㏊), 전북에서는 순창 지역 농가 5곳의 축사와 양계장 830여평 등이 파손됐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폭설 피해 1차 시기였던 시작된 3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학교 41개소, 군사시설 9개소, 상하수도 2곳, 기타 19개소 등 총 71개소가 완파 혹은 부분파손 됐으며 비닐하우스 961ha, 인삼밭 873ha, 축사 104ha가 눈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닭, 오리 등 가축이 전남95만 5천여마리, 전북이 2만 7천여마리 등 총 98만 2천여마리가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 수산물 양식장도 145개소가 눈피해를 입었다. 또 전남 진도에서 주택 1채가 전파됐고 전북 정읍에서도 1채가 반파돼 2세대 3명의 이재민이 추가로 발생됐다. 광주에서도 광산구 빅마트와 서구 상무교회, 동구 상무주차장, 남구 아이스모텔 주차장, 북구 광주일고 야구장 등이 붕괴됐으며 비닐하우스 55동과 공장 창고 등 조립식 건물 128개소가 전파됐다. 전남에서는 영암군 양게리의 축사가 붕괴되어 소 6마리가 압사했고 영광군에서도 축사 4개동이 붕괴됐다. 또 양식장 하우스 2동이 전파되는 사고가 있었다. ◆인명피해 증가 이 뿐 아니라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지난 19일 특수강제조업체인 세아베스틸에선 폭설로 기계가 고장을 일으켜 1명이 부상했고 제설작업을 벌이던 군산시 공무원 3명이 팔과 다리 등의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21일 산업단지 진입로 내초도∼신시도 구간에서 관광객 등 18명이 고립됐다 5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같은날 고창지역에서는 주택 붕괴를 우려 주민 190명이 마을 회관으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23일에는 장성지역의 김모(68)씨가 동사하고, 부안군 농업기술센타 40대 공무원이 제설작업 중 사망하는 등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뿐 아니라 비닐하우스와 주택 붕괴가 곳곳에 이어지면서 이재민도 27세대 72명이나 생겨났다. ◆정부, 소방방재청 중심으로 구호활동 본격화 이에 따라 정부는 소방방재청과 총리실을 중심으로 재해대책본부를 구성, 매일매일 상황을 체크해 나가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호남지역에 15만 6,394명의 인원과 1만 8,266대의 장비를 투입, 피해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국방부도 지난 3일부터 매일 7,000여명의 인력과 250여대의 장비를 재해복구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재해복구팀은 일차로 전남북 및 충남지역 고속도로 우회국도 1, 13, 15호선과 고갯길 등지에 450명의 인력 및 장비 148대, 염화칼슘 132톤, 소금 382톤, 모래 591m 등을 투입하여 제설작업을 진행했다. 또 이해찬 총리는 21일 폭설 피해지역인 전남 나주 산포면을 방문, 주민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지원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검토하겠다” 고 약속했다. 특별교부세도 행자부와 협의 후 지원키로 했다. 또 박해상 농림부 차관보는 “피해율이 30%이상인 농가 중 대출을 희망하는 농가에 대해 1년간 연리 3%, 농가당 최고 1000만원 이내로 대출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대출은 기존에 대출된 영농자금과 관계없이 추가로 지원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구호 손길 급증 이러한 호남의 이상 폭증으로 기업들의 구호 손길도 급증하고 있다. 호남 지역 구호에 가장 앞장서는 곳은 금융권. 우선 한국은행은 폭설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을 돕기위해 총액한도대출 600억원을 긴급지원키로 23일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각 중소기업에 총 1,200억원을 긴급 지원하게 된다. 특히 한국은행은 긴급자금이 폭설 지역에 집중될 수 있도록 피해가 큰 지역본부에 200억원의 총액한도대출을 추가 배정하여 광주전남지역본부에 100억원, 전북지역본부 70억원, 목포지역본부 3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또 전남지역본부는 전남에 의결한 바 대로 전남을 최고 우선순위로 시작했다. 이와는 별도로 수출입은행(은행장 신동규)도 폭설로 피해를 입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이행에 필요한 소요자금 추가지원, 6개월까지 대출기간 연장, 대출이자 징수 최장 6개월 유예를 골자로 하는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기업은행(은행장 강권석)도 21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1,000억원의 「특별지원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운전자금으로 피해금액내에서 최고 3억원까지 시설자금으로 최고 피해금액까지 최장 3년동안 지원된다. 보험권의 경우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폭설피해지역 고객에 한해 대출금과 보험료 납부기간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내용의 지원방안을 밝히고 피해지역 영업소를 중심으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금융권의 지원책이 피상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 중소기업 관계자는 “피해 업체들에게 저리 융자지원이 이뤄지더라도 3년 상환기간이 도래해 연장할 경우 일반대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여건이 어려운 기업에게는 지원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하고 무이자 장기융자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외 삼성그룹도 호남지역 복구성금으로 50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한 후 임직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중심으로 복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지난 22일 제설작업을 위한 염화칼슘 100톤(2,500만원 상당)을 군산시청에 지원했으며 SK㈜는 폭설과 추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에게 난방유를 공급하고 있다. ◆호남폭설 정쟁도구로 활용하는 정치권 국가적 재난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사학법 정국을 이유로 재난 현실을 외면해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기획예산처는 “현재 호남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지난 8월 전북 수해로 대부분 집행된 상태”라며 국고지원에 난색을 표명하는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의 국회등원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일 뿐 예비비로도 충분히 지출 가능하다”며 일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이해찬 총리가 약속한 특별재해지역에 준하는 지원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에상된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은 일단 국회에 들어와 폭설피해로 인한 민생현안을 다뤄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등원과 폭설은 별개”라며 버티기를 하는 상황. 이에 대해 시민들은 민생을 무시하는 한나라당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심각한 재해현황을 정치적 이슈에 십분 활용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모습에도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다. ◆농가피해, 재도적 구제방법 전무 현재 호남 폭설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올해가 가기 전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또한 금융권의 각종 대책들도 중소기업과 자사 고객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농민들은 대책에서 소외돼 있다. 또 농협공제와 손해보험 등 보험상품으로도 장마와 태풍 등 비로 인한 피해를 배상받을 수는 있으나 눈피해는 배상받을 수도 없다. 이에 대해 농협공제 관계자는 “폭설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공제에서 배상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피해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내년도 손해공제에서 폭설 특약도 만들 것을 고려중이다”고 말했다. 또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폭설피해를 담보할 수 있는 패키지 보험이 있지만 그 대상이 사업주와 공장주 등이며 농가 피해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폭설로 인한 농가피해를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은 현재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또 예전과는 달리 체감경기가 날로 침체되면서 불우이웃을 향한 성금모금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그에 기댈 수도 없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올 연말까지는 추위가 한풀 꺾일 수도 있다는 기상청의 관측에 위로를 삼아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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