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집값잡겠다 의욕···정치권은 “글세”

지난 8월 31일 정부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동산 투기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기 우해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일명 부동산 재산환수법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대책은 부동산 거래로 얻게 되는 시세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환수하고 주택공급 활성화 차원에서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를 잠재적 투기세력으로 규정, 각종 세금을 통해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8·31 조치를 발표할 때 정부는 이번 조치가 그동안 명멸해 왔던 부동산 정책들과는 다르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다. 청와대 부동산 잡겠다 의욕, 정치권에서 난색 표명 청와대는 남북관계 개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으로 평가되는 것과 같이 부동산 정책도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적 정책으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불태워 왔다. 그러나 8·31조치는 실행도 되기 전에 반쪽짜리 누더기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시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 및 입법과정이 완료돼야 한다. 그러나 국회 재경위에서 한나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종합부동산세 신설 자체를 반대하거나 양도세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 소식통에 따르면 종부세와 양도세에 대한 문제재기에 상당수 의원들이 심정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이 워낙 확고한데다 딴지를 걸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대놓고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이라는 것. 이 때문인지 현재 8·31 부동산 대책과 관련 법안이 재경부에서 계류된 상태다. 또 설상가상으로 지난 20일 사립학교법과 관련 국회가 공전되면서 부동산 입법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사학법 등 정국경색도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 이유는 국회의원들은 이번 부동산 대책이 현실화 되는 것에 대한 심정적 거부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관련 토지정의 시민연대는 지난달 28일 논평을 통해 8·31종합부동산대책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재경위 소속 관계자들 중 대부분이 법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밝혔다. 토지정의측이 발표한 이해당사자들은 박종근, 이한구, 김정부, 엄호성, 김애실, 김양수, 윤건영, 이종구, 이혜훈, 최경환 등 한나라당 의원 10명과 김종률, 김진표, 이계안, 정덕구 등 열린우리당 의원 4명, 그리고 무소속 신국환 의원 층 총 15명이다. 이에 대해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지난달 28일 논평 통해 8.31종합부동산대책 후속입법안심사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재경위 상임위원들을 전원 교체하거나, 법안심사과정에서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의원들을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의 내용과 쟁점 8·31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양도세, 증여세, 보유세를 높이는 세제 강화가 주요 골자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종부세의 경우 과표적용률을 현행 50%에서 2006년에는 70%, 2009년에는 100%로 상향조정하고 과세대상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향조정하며 세 부담도 전년 1.5배에서 3배로 인상한다. 특히 과세 방법도 기존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전환돼 남편과 아내, 자녀 등의 명의로 각각 한 채씩 집을 소유할 경우 기존 1인 1주택으로 비과세된 반면 개정안은 1가구 3주택으로 봐 중과세 하게 된다. 이번 조치를 통해 정부는 다주택 소유자가 실 거주지를 제외한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도록 강제하여 집 없는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양도세의 경우도 실거래가 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2006년 1세대 2주택 이상에서 2007년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적용할 예정이었다. 이 방안이 원안대로 현실화 될 경우 1세대 2주택 이상 소유자들의 양도세율은 현행 9~36%에서 2007년 이후 50%로 인상된다. 시장의 실시간 반응 개발독재시절 부동산 불패신화를 목격해 온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부동산에 대한 신뢰가 기타 금융자산보다 더 높다. 한·미·일 부자들의 부동산자산과 금융자간간 비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부동산자산 83%, 금융자산 17%인 반면 일본은 부동산 74%, 금융 26%이지만 미국의 경우 금융자산이 70%로 부동산 30%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정부의 부동산 압력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시장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강남에서 활동 중인 한 공인중계사는 “9~10월에는 정부의 정책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이 보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고 말했다. 즉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철저한 불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관련 우리투자증권 복합금융센터 허창규 팀장은 “최근 VIP 고객들 중 부동산 매도여부 등과 관련된 질문을 해 오는 분들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대부분 상속·증여관련 문의와 주식시장에 대한 상담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 8·31 대책이 발표되고 얼마전까지 강남 부유층들 중에는 올해 안에 잉여 부동산을 처분하여 금융시장으로 자산을 재분배해야 한다는 측과 정부에서 그러다 말 것이라며 심정적 버티기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갈라졌었다. 그런데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은 정부의 대책발표에도 끝까지 무대책으로 일관했던 사람들이 판정승 했다. 이에 대해 강남의 한 시민은 “지난 8월 말 발표와 함께 진행된 노력을 보면 청와대와 정부는 부동산 대책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과 관련된 재산이 많은 정치인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이상 정부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8·31이후 부동산 가격은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입법 연내 처리될까? 현재 국회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도 “부동산 대책과 내년도 예산안을 포함한 민생현안부터 챙기자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연 데 이어, 오는 27일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소집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 입법인 종합부동산세법 등을 처리하기로 했다. 정세균 의장은 “한나라당이 계속 등원을 거부하면 다른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은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지 말라”며, 폭설을 등원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은 시시각각 변화되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리 완벽한 정책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부동산 종합대책을 열매 없이 잎사귀만 무성한 무화과나무에 비유하며 반쪽자리 법으로 평가절하한다. 과연 정부는 이번 8·31 대책의 입법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을까?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들은 당장 자신들의 재산부터 손해보는 상황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려 할까? 또 시장은 미적거리는 8·31대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라도 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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