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경제력 집중화 현상 갈수록 심각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호가 극소수 기업집단으로 경제력이 심하게 편중되면서 갖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지적을 감안하여 대기업집단들은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 성과를 다수 국민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기업 가치 공유의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해줄 것을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 삼성그룹 등 소수 대기업 집단 경제력 편중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삼성과 현대차그룹, 국내총생산(GDP) 비중 35%
다수기업들 수익성 악화 반해 대규모 이익 향유
전문가 “기업 성과 국민들과 함께 누려야” 제언


한국경제호의 경제력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배도 한쪽으로 쏠리면 기우뚱거리듯 한국경제호도 기울임 현상이 지나치면 좌우로 요동치면서 난항(難航)에 봉착하게 된다.

정부도 이러한 경제력 집중 현상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서울 KT사옥에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출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제 집중도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제 수장의 발언은 한국경제호가 일부 기업집단으로 경제력이 심하게 편중되면서 갖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48만2000여개 법인이 납부하는 총 법인세 중 20.6%를 이 두 그룹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두 그룹 계열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무려 3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현재시세의 기업평가액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전체 시가총액 비중은 36.5%에 달해

최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2008~2012년 5년간 한국 경제의 각종 경제지표에서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GDP 대비 양대 그룹 매출 비중이 35%였다. 삼성그룹이 23%, 현대자동차그룹이 12% 각각 차지했다.

두 재벌이 우리나라 경제의 3분1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경제력 편중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8년 두 그룹의 합계치는 23.1%였다. 4년만에 무려 11.9%포인트나 높아진 수준이다. 삼성이 15.9%에서 23.0%, 현대차가 7.2%에서 12.0%로 각각 7.1%포인트, 4.8%포인트 높아졌다.

이들 양대 재벌그룹은 수많은 계열사를 비롯하여 하청기업, 다층구조의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이들 유관 협력업체들의 매출까지 따져 본다면 그 비중은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매출과 이익이 있는 곳엔 세금이 있다. 이처럼 많은 매출을 올린만큼 두 기업집단이 나라에 내는 세금도 엄청난 수준임은 당연한 귀결.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전체 법인(48만2574개)의 손익계산서상 계상된 법인세비용에서도 삼성과 현대차 양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6%에 달했다.

2012년 전체 법인세비용은 47조3000억원으로, 삼성(6조6000억원)과 현대차(3조1000억원)가 9조7000억원을 부담했다. 2008년과 비교해보면 전체 법인세는 41조5000억원에서 13.9% 증가에 그친 반면, 양대 그룹의 법인세는 2조9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세 배 수준 폭 늘어나면서 무려 232%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법인세는 당기순이익을 대상으로 과세표준이 정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익 증가폭이 빠른 속도로 고공행진한 것을 엿볼 수 있다.

기업 조세분야 이외에 국내 전체 기업 경영지표에서도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0~35%로 압도적인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법인이 거둔 매출 4212조원 중 11.3%인 476조8000억원을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했다.

채산성 면에서 절대적 우위 과시

영업이익은 192조1000억원 중 34조5000억원(22.4%), 영업외수익과 비용을 감안한 당기순이익은 122조9000억원 중 42조9000억원(34.9%)으로 양대 그룹의 편중도가 더욱 심했고, 채산성 면에서 가히 절대적 우위였다.

실제로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전체 법인의 영업이익은 비교 시점인 지난 2008년 136조8000억원에서 2012년 149조원으로 9% 증가하는데 그친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07조원에서 80조원으로 되레 25.2% 줄었다.

이는 대부분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이 극도로 취약해지고 있는데 반해 두 대기업그룹은 엄청난 규모의 이익을 향유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불균형 편중현상은 두 그룹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연결기준)만 따져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GDP 대비 삼성전자와 현대차 2개사의 비중이 2012년 각각 14.8%와 6.2%로 총 21.0%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에는 비중이 22.5%로 더욱 높아졌다.

법인세비용 부담도 2개 기업 비중이 12.8%와 5.4%로, 도합 18.2%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단일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만 3조3000억원이며, 유관회사를 합칠 경우 6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국내법인 전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9.5%, 26.8%로 그룹 차원이 아닌 단일 기업의 시각에서도 극단적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곳이 증권시장이다. 기업이 현재가치가 어느 수준인지를 알기 위해 이 두 그룹이 증시에서의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더욱 집중 현상은 뚜렷해진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증시 상장 계열사는 모두 27개사이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1741개사의 1.6%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시가총액에서 두 그룹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4.9%에 달했다.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17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9월말 297조6000억원였다. 전체 시가총액 1254조3000억원의 23.7%에 해당됐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10개 상장사는 140조원으로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11.2%에 달했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연초 ‘2014년 시무식’에서 ‘역량 강화를 통한 미래성장 기반 강화’와 ‘글로벌 자동차 생산·판매 목표를 786만대로 확정’하는 등 경영방침을 담은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두 그룹의 시가총액 증가속도 역시 가파르게 진행됐다. 지난 2008년 말 13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437조6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확대됐고, 비중은 21.9%에서 13%포인트 높아졌다.

금액으로는 삼성이 186조4000억원(168%), 현대차가 117조2000억원(5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규모는 612조원에서 1254조3000억원으로 105% 커졌다.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 신장세가 더욱 눈부셨다.

같은 기간 두 그룹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 시가총액은 477조9000억원에서 816조6000억원으로 70.9% 증가에 그쳤다.

경제력 쏠림은 특정 극소수 재벌이 국민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호가 순항하는데 적신호가 된다는 얘기다.

삼성 재채기하면 우리 경제는 ‘몸살’

국내 기업 전체 매출이나 수익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과 현대차에 문제가 생기면 그 영향은 일파만파로 파급되면서 우리 경제는 전체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들 대기업집단들이 재채기만 해도 한국경제는 감기몸살에다 폐렴까지 염려하는 치명상을 입게되지 않을까 염려하게 된다.

특히 이들 재벌은 경영권이 2세, 3세로 승계되면서 경영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오너 일가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어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엄청 높다는 점이다.

삼성과 현대차에 우리 경제 향방이 결정되고 우리 경제의 성장률의 향방이 가름되는 과도한 의존 심화가 국민경제 발전의 걸림돌을 넘어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근인(根因)이 될 수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경북 구미공장은 구미시청에서 '삼성나눔 워킹페스티벌 성금 전달식'을 갖고 성금 1억2800만원과 차량 7대를 9개 장애인 시설과 단체에 전달했다. ⓒ뉴시스

삼성과 현대차의 급성장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이들 기업의 눈부신 성장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인 해당 기업 종사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도 이들 기업이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상을 굳건히 지켜나가길 바라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서 경제력 집중현상을 풀어야 한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제언을 소홀히 할 때는 아닌 듯하다.

다행히 정부도 이러한 경제력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혜로운 처방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특히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논리를 적용, 당사자들인 삼성,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집단들도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 성과를 다수 국민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기업 가치 공유의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해줄 것을 많은 이들이 바랄 것이다. 한마디로 ‘공유 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경영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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