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들의 어머니, 김해숙의 연기 인생 30년

때로는 억척스럽고, 때로는 모질고, 때로는 고향 같은 어머니. TV 속에서는 그런 어머니들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보통의 경우 너무 현실과는 동떨어진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가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만 밝히든가, 막무가내로 자녀들의 혼사를 가로막든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과연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랬던가’ 하는 생각을 품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러나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배역을 충실하게 소화하여 사람들에게 ‘한국의 어머니 상’이라는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배우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름다운 배우. 바로 김해숙이 그렇다. 지난 30년간 꾸준했던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어머니라는 역할은 빼놓고 말할 수가 없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녀는 단골이라고 할 정도로 어머니 역만을 줄곧 맡아왔기 때문이다. 김해숙이 어머니로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들은 대다수 한류의 붐을 일으키는 선두의 역할을 해 왔다. 당연히 극 중 김해숙의 아들과 딸로 출연했던 젊은 스타들은 한류의 핵심 주축이 되어왔고, 김해숙은 한류스타들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특히나 일본 열도를 온통 가슴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로 뒤덮었던 ‘겨울연가’나 ‘가을동화’, ‘여름향기’ 등은 윤석호 PD와 함께한 그녀의 최대 수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연가’에서는 최지우의 엄마로, ‘가을동화’에서는 송혜교의 엄마로, ‘여름향기’에서는 송승헌의 엄마로 역할에 맞는 각기 다른 모성애를 보여주며 최지우, 송혜교, 송승헌 등이 한류스타로서 발돋움을 하는데 보이지 않는 후원을 해주었다. 그런 김해숙의 모습이 예뻐 보이는 것은 국내에서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그녀가 펴낸 자서전 ‘한류스타들의 어머니, 김해숙의 이야기’의 홍보를 위해 일본을 찾았을 때, 김해숙은 최지우 부럽지 않은 일본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취재진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한국의 어머니에 대한 예우였는지 취재진들은 연이어 “예쁘다”라고 하며, 감탄을 금치 못 했고, 대부분의 인터뷰 질문도 한국어로 이루어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그녀의 매력.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젊은 스타들의 인기에 업혀가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닌, 모질기도 하고 곱기도 한 우리의 어머니를 연기하는 김해숙만의 매력이다. 또한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세대와 문화를 뛰어넘는 현실의 어머니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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