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장애인 올림픽 휠체어육상 2관왕 차지 후, 또 다른 도전

두 다리가 아닌 온몸으로 등반하는 홍석만 선수.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도 오르기 어렵다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산을 지난 12월 5일부터 14박 15일 간 등반했다. 다부진 첫인상만큼이나 인터뷰 도중 그의 눈빛에서 강렬한 자신감과 사람이 목표한 것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5월 28일 일본인 신부 이데 에스코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이제 100일 되어가는 아들까지 가진 홍석만 선수는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자기만의 세상을 지닌 사람이다. 홍 선수는 지난 2004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에서 휠체어육상 2관왕을 차지하여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에게 KBS희망원정대(원정대장 엄홍길) 2기 대원으로 킬리만자로 산을 등반하자는 제의를 받게 된 것은 이번 원정의 목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등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행 도중 남들보다 빨리 느낀 고산 증세, 두발에 의지하지 않고 온몸으로 의지하며 오르던 그의 산행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인생에 찾아오는 세 가지 기회 홍 선수는 중2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3살 소아마비로 하반신 마비가 된 후, 홍 선수 나름대로의 아픔을 견뎌내고 힘이 되어 줬던 게 운동. 중학교 다닐 당시 탁구를 하며 즐거움을 느꼈다고. 그렇게 운동과의 인연은 대학 2학년 때가 되어서 휠체어육상으로 이어졌다. “원래 육상을 좋아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휠체어육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제 인생의 첫 번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지 강한 홍 선수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 2000년 그의 여자친구와의 문제로 인해 운동을 중단할 정도였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련이 홍 선수를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약 2년 정도 운동을 중단했죠. 물론 출전은 했지만 기껏해야 2, 3일 연습하고 출전하니 거의 기록은 좋지 않았죠. 그러다가 2002년에 그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회사 일을 하면서 어떠한 것에 몰입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회사 일을 하면서 운동을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홍 선수도 간혹 운동을 게을리 하려고 했던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10분이라도 운동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의지를 다졌다. “인생의 세 가지 기회 중 저의 두 번째 기회는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된거죠. 98년 오야타 마라톤 대회에서 다른 분야 자원봉사자로 온 사람인데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만나게 된거죠.” 아직 세 번째 기회는 어떤 것인지 모른다는 홍 선수. 세 번째 기회 역시 잡을 수 있길 바란다. ◆산보다 넘기 어려운 장애의 벽 홍 선수는 하루 운동시간만 많게는 5시간, 적게는 2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주로 유연성 운동을 위주로 하는 데, 자칫 이해하면 팔 운동만 할 것 같은 휠체어육상이지만 그 경기를 하기 위해선 온 몸으로 운동하고 달려야 한다고. 운동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운동에만 전념하기에 기분이 좋다는 홍 선수. 많은 사람들이 선수이기에 태능 선수촌에서 연습하고 생활할 거란 생각을 지니곤 하는데, 현재 홍 선수는 제주도 자택과 회사를 오고가면서 틈틈이 운동을 하곤 한다. 아직 체계가 잡혀지지 않아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그가 활동한 99년 방콕 아시안 게임,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2004년 아테네 장애인 휠체어 2관왕 등 여러 경기에서 훌륭한 성적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운동시설조차 혜택 받지 못한 현실이다. 물론 체육계의 문제점이 장애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점과 체계적이지 못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 운동을 하고 싶어도 변변한 시설이나 선배가 없어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특별한 선배 없이 혼자 운동을 하고 있지만 어린시절 중고 휠체어로 운동 하면서 참 서러웠다고. 열악한 환경이 우리나라의 장애인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건 아닐까. 체육계의 발전과 특히 모든 것을 올인 시키는 장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욕심이 생긴다. ◆두려운 산행, 정신적 지주가 되어 KBS희망원정대(원정대장 엄홍길) 2기 대원으로 킬리만자로 등반은 홍 선수는 산행인이 아니지만 자신과의 싸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하기 위해 이번 산행을 선택이었다. 물론 비장애인들도 산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홍 선수 역시 산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다. 혼자서 등반하기란 비장애인도 힘든 일이다. 홍 선수는 더 악조건으로 등반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도보용으로 사용하는 휠체어로 등반을 시작한 홍 선수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조금 수월하게 오를 수 있을 정도.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될 거란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제가 몸으론 도와줄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도와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 의지하며 오르는 등반이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장애인으로써 어려운 등반을 하기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홍 선수의 마음의 변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어줬다. 그의 이런 생각은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확인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가 킬리만자로로 떠나기 전 박범신 소설가는 「산을 오르는 것보다 산을 마음에 품고 오라」라는 말을 전했다고. 홍 선수는 박범신 소설가의 말에 따라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목표를 세워 자신만의 목표를 깬다는 생각으로 등반을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호롬보(3,270m) 산장까지 도착하는 게 목표이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물론 그는 이겨냈다. 호롬보 산장에서 산 밑으로 구름이 깔려 있는 모습을 볼 때 성취감을 느꼈다고 홍 선수는 말한다. 소화 불량과 두통 등 고산증세가 나타나 다른 대원들보다 하루 먼저 하산을 했지만 그곳에서 느꼈던 성취감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의 일부였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처음 마음으로 항상 임하길 99년부터 장애인선수들 중 눈에 띄기 시작한 홍석만 선수. 그의 대한 인기는 포털 사이트를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제주도와 서울을 왕복해가며 행사나 인터뷰, 방송 출연까지…. 3개월 동안 회사에 출근 일수가 15일 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의 바쁜 일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회사 일을 마치고 하던 운동 시간보다 최근에 운동 할 시간이 더 부족하다는 홍 선수는 본지와의 인터뷰가 끝나도 일본에 있는 처갓집을 방문 일정이 잡혀 있다. 또한 일본 방문 이후에도 인터뷰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정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홍 선수에게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운동선수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과 일본 같은 경우 영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에 비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영웅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어떤 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면 언론과 방송에 출연부터 해서 많은 이슈거리가 되죠. 그러다보면 운동 시간도 부족하게 되고 무엇보다 부담이 커지게 되서 그 다음 경기의 좋지 않은 성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사람들은 바로 비판을 하죠. 거만해졌다는 둥, 연습을 하지 않는다는 둥 여러 가지 루머도 돌고요. 하지만 막상 부담도 부담이지만 연습할 시간도 없이 다음 경기에 임해야 하는 선수들은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그러한 부담감 속에 경기를 할 정도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노력보다는 결과에 집착하는 지 알거 같다. 홍 선수 역시 경기마다 그러한 부담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조금 실수 하더라도 감싸주고 격려해주는 아름다운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웅을 우상 숭배하는 것이 아닌 영웅을 만들어 주는 나라가 된다면 현재 열악한 체육계 현실도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이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부분들을 추구했으면 한다고. 또한 새로운 것에 어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는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처음과 같은 마음을 유지하자』는 그의 좌우명처럼 어릴 때는 어려워하지 않고 도전하지만 점차 주변을 생각하거나 어려움을 먼저 감지해 도전하지 않는 자세를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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