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보좌관 "황 교수가 직접 책임져야"

'적극 옹호'에서 '발' 빼기로... 황 교수에게 '화살'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 진위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초반에 '적극 옹호'하던 자세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19일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로 일일상황점검회의를 갖고 황 교수 파문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황 교수를 엄호하는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후 김만수 대변인은 황 교수 파문에 대해 "특별히 전달할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 동안 황 교수와 가까웠던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학 논문의 생명은 정직성인데 현 상황은 '인위적 실수'가 '조작'으로 판명돼 가고 있다"며 "황 교수가 논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 박기영, "황 교수가 직접 책임져야" 황 교수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 보좌관은 19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슬그머니 사태의 책임을 황 교수에게 돌렸다. 박 보좌관은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황 교수의 주장에 대해 "지난달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는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황 교수와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아 그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보좌관은 "지난 2001년부터 황 교수와 함께 일을 해왔지만 이번 논문 조작사건으로 상당히 실망했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박 보좌관의 태도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즉 '황우석 지원정책'을 주도해온 청와대 참모로서 자신의 책임은 회피한 채 황 교수 연구진위를 둘러싼 상황이 반전되자 황 교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또 박 보좌관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줄기세포 유무와 관련해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에 걸쳐 황 교수가 서울대에서 줄기세포라며 보여준 적이 있다"며 "하지만 그것이 수정란 줄기세포인지 복제된 줄기세포인지는 구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그때는 황 교수를 믿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보좌관은 황 교수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누군가 복제 줄기세포를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지난달 21일 연구원 난자 기증에 대한 노성일 사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황 교수와 'PD수첩'의 입장을 보고할 때만 해도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보좌관은 "이달 초 다른 경로를 통해 복제 줄기세포가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확인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현재 황 교수나 노 이사장, 김선종 연구원의 얘기가 모두 달라 나 자신도 무척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기영, 줄기세포 오염 심각성 몰랐을까? 황우석·박기영 두 사람의 특수 관계는 황 교수가 지난 1월9일 줄기세포 오염 사실을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아니라 박 보좌관에게 구두 보고한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박 보좌관은 이 사실을 과기부에 통보하지 않았고, 청와대 내에서 공유한 것도 아니고,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의 주요 사업과 관련된 보고 체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보고를 누락시킨 것은 이미 드러난 귀책 사유다. 게다가 박 보좌관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 15명 중 한 사람으로서 '무임승차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생명윤리 문제를 자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이 논문에 사용된 난자 기증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는 "난자 기증 과정과는 상관없다"고 발뺌했다. 또 박 보좌관이 '축소, 왜곡보고'를 한 정황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박 보좌관은 지난달 21일께 MBC 'PD수첩' 취재와 관련해 노 대통령에게 취재 윤리를 어긴 점을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를 받아 "맨 처음 취재 방향은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것으로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취재 동기나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가 있었는데 물론 호의적인 내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 보좌관이 이런 내용의 보고를 한 시점은 11월 17일 'PD수첩' 팀의 'DNA 1차분석 결과'가 나온 뒤였다. 그가 의도적으로 'PD수첩'의 검증 결과를 은폐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일방적으로 황 교수에게 유리한 내용만 보고한 것만은 분명하다. 김병준 정책실장이 지난달 28일 김형태 변호사를 만나고 돌아와 박 보좌관을 청와대 내부 논의구조에서 배제시킨 사실에서도 그간 박 보좌관의 보고 내용에 문제가 있었음이 방증된다. ◆정치권, '황우석 파문' 국정조사 실시 논란 황우석 교수 파문과 관련,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민노당을 비롯한 야3당이 청와대의 황 교수 문제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자 파면과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이에 우리당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하자며 맞서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20일 "과학적인 진실을 규명하는 서울대 조사와는 별개로, 바이오(BT) 산업에 대한 정부 예산 투입과정이나 정부 의 지원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전날에도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며 "착수 시기 등에 대해선 의원단 회의를 통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 역시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김병준 정책실장, 박기영 보좌관의 즉각적인 파면, 주무부처인 과기부의 책임 있는 진상공개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명확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노동당과 공조해 국정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국정조사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낙연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뒤 당의 공식입장을 밝힐 계획"이라면서도 "그러나 (국정조사를)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야 3당의 이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당은 국정조사보다 서울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관련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부대변인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며 "일단 국회가 열려야 국정조사가 가능한 만큼 해당 상임위인 과기정위의 소집을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의 후원자 박기영 보좌관은 누구인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 책임론의 한 중심에 서 있는 박기영 보좌관의 역할과 황 교수와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보좌관은 2004년 3월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프로젝트를 가장 강력히 지지해온 핵심인물이다. 주요 행사때면 거의 대부분 황 교수옆에 모습을 드러낼 만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5월 25일 서울 순화동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사무처에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한 연구자의 연구지원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 총리실,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외교통상부, 국정원, 특허청 등 주요 부처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물론 이 연구자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였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다. 이날 박 보좌관 주재로 열린 '황우석 교수 연구팀 지원 종합대책회의'에서는 올해 예정된 연구지원 시설비 245억원을 차질없이 지원하고, 줄기세포분화연구 강화를 위한 연구비는 기존 20억 원에 10억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박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관심과 지원, 대한변리사회의 특허업무 지원 등 황 교수 연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드림팀'을 만들어가겠다"며 확실한 지원을 약속했다. 황 교수는 바로 이런 친분 관계 때문에 곰팡이로 인해 줄기세포가 사멸한 중대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주무부처인 과기부 대신 박 보좌관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조차도 사고 발생후 이틀이 지난 11일에야 겨우 인지한 데다 그나마 정상적인 보고절차 아닌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연구원 행사에서 겨우 전해들었을 정도였다. 지난 1월 청와대 보좌관으로 임명된 박 보좌관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황 교수와 함께 이름을 올리면서 친분을 공고히 했고, 이후에도 황 교수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예산 확대 등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과학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박 보좌관은 황 교수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함께 과학정책 연구모임인 `황금박쥐'를 만들어 친목을 다져왔다. 이 모임은 정부가 차세대 핵심기술로 집중 육성키로 한 IT(정보기술)와 BT(생명공학)의 모임이어서 업계 안팎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1990년 연세대에서 식물병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 보좌관은 경실련 과학기술위 등에서 일했고 1992년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가 됐다. 박 보좌관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환경분야 정책자문을 맡았고, 교수들의 노 대통령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박 보좌관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03년 대통령직 인수위에 과학분야 위원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황금박쥐'란? 황금박쥐는 황우석 교수의 '황(黃)',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의 '금(金)', 박기영 청와대 보좌관의 '박(朴)', 진대제 장관의 '진(陳)'의 발음을 따 만든 별칭으로, 이들 네 사람의 비공식적인 모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 네 사람은 2004년 2월부터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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