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의 자율화, 과연 택시업계의 ‘부활탄’ 될 것인가?

직장생활을 하는 러리맨들. 술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사회생활의 연속이라는 개념에서 불가피하게 퇴근 후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리에 함께 하다보면 분위기에 젖어 원치 않은 술을 한 잔, 두 잔 받아 마시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현실. 그러나 문제는 원치 않는 술을 마시게 되는 것보다, 자가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한 잔, 두 잔으로 인하여 차를 놔두고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술보다 더욱 자리가 불편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한두 잔쯤은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 혹은 단속에 걸리게 되는 경우. 그 벌금이나 보상금 등을 생각했을 때, 당장은 씁쓸하더라도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물론, 음주운전을 돈으로 연결해서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일수록 활기를 치는 택시나 대리운전 기사들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하는 것이 사실이다. ◆술 마신 날이면 “예전 같았으면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갔었겠죠. 그런데, 심야시간에 걸려 할증까지 붙으면 택시 요금이 만만치가 않아요. 더군다나 요즘은 택시 요금도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에게는 택시 요금이 보통 부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릉동에서 마포까지 출퇴근을 하는 황 모씨는 심야시간에 종종 동료 직원들과 가볍게 술 한 잔을 마시고 퇴근을 하는 편이다. 술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동료들과의 화합을 위해 이 같은 자리를 자주 갖는 황씨는 그럴 때마다 택시 요금이 약 25,000원에서 30,000원 사이로 나온다고 한다. 택시 요금도 택시 요금이지만, 그렇게 회사 앞에 놓고 간 자가 차량이 걱정되어 마음까지 불편해, 돈 쓰고 마음고생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초례된다고 한다. 때로는 유흥가가 밀집한 지역에서 유료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시켜 놓은 경우에는 다음날 교통비에 주차비까지, 주머니 사정은 더욱 곤란해진다. 술 한 잔 마시고 치러야 하는 대가가 이 정도라면 결국 차는 ‘애물단지’라는 말이 어울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대리운전 사업의 호황 얼마 전부터 이런 현실을 간파하고 있던 몇몇 사업자들로부터 시작하여 대리운전이라는 신종 운수사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업의 아이템이 기발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소비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던 탓에 대리운전 사업의 번창은 예고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먹이가 많은 곳에는 고기가 몰리는 법.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대리운전 사업자들은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다한 출혈 경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갖게 되었고, 이들의 경쟁은 동종 업계 사업체들과의 경쟁 뿐 아니라, 기존 심야시간의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군림하고 있던 택시 사업자들과도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물론, 신종 사업이 뜰 수밖에 없는 여건은 갖춰져 있기에 택시 업계의 경우는 대리운전에 1라운드 완패를 당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택시 요금과 같은 비용이 든다고 할지라도 다음날의 또 한 번 수고로움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선택은 택시보다는 대리운전이 현명한 것으로 보여 진다. “저녁 시간 이후 시내에 10~20분 만이라도 잠시 주차를 해 보면 아실 겁니다. 차를 온통 도배 하듯이 각종 대리운전 업체들의 전단지가 꽂혀 있거든요. 업체들마다 제각각 차별적인 요금체계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비슷비슷한 것이 사실입니다. 거리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같은 지역권 안에서는 택시보다 아무리 못 해도 5,000원에서 10,000원 이상은 저렴하다고 할 수 있죠” 또 다른 회사원 박기오 씨(29. 남)는 편의적인 측면에서도, 요금적인 측면에서도 택시보다는 대리운전이 더 이득이라는 주장을 한다. 실질적으로 대리운전 사업자들이 홍보를 하기 위해 내걸고 있는 광고 문구만 보더라도 택시 보다는 대리운전이 더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서울시 전 지역 9,900원” 등의 광고처럼 말이다. ◆버스에 깨지고, 대리운전에 깨진 택시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들의 앓는 소리는 끊이지를 않는다. 12시간을 운전대에 앉아 있어봐야 벌이는 통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는 택시 요금에 시민들은 점점 택시를 외면하고 있고, 지난 날 보다 눈에 띄게 처우가 개선된 버스 기사들을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영업용 택시 운전을 3년 전부터 해 오고 있다는 남광석(32. 남)씨는 근래 자신의 직업에 대한 회의를 많이 품고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 쪼개고, 쉬는 시간 쪼개서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봐야 회사에 입금 시키는 것도 간당간당합니다. 운이 좋아 10,000원 넘어가는 요금의 거리를 가는 손님이 몇 분 있는 날이라면 모를까. 회사에 입금할 돈이 모자라서 제 사비로 채워 넣는 날도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영업용 택시에게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개인용 택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개인택시 기사를 한지 올해로 7년이 되었다는 최경현(48. 남)씨는 “가스 넣고, 밥 먹고 하고나면 경기도 안 좋은데, 아무리 벌어봐야 얼마나 남겠습니까. 근로 대비해서 돌아오는 것은 푼돈밖에 안 됩니다. 대형 면허를 따 둔적이 있기에, ‘버스 회사에나 들어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버스기사도 아무나 못 한다고 하더군요. 돈 잘 벌겠다. 대우도 좋겠다. 도로에 전용차로까지 생겼겠다. 이러다보니 버스기사 하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끝도 없답니다” 결국, 택시는 현재 다른 어떤 운송사업체보다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악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나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되는 대리운전 등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1라운드에서 대리운전에 완패를 당한 택시는 2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시행 예정인 택시요금자율화. 택시 업계는 이것을 비장의 카드로 하여 대리운전 등 기타 운수사업체들과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요금이 자율화 되면, 자연스럽게 택시 업체들끼리도 현재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붙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요금에 있어서도 경쟁이 붙게 될 것으로 예측되어진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승객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더 많은 승객 모시기를 위해 택시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서로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택시라는 특성상 고급적인 서비스도, 대중적인 서비스도 아닌 중간 단계에서의 서비스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에서의 경쟁은 이미 큰 차이를 두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결국에는 실질적인 요금에서 경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논리가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택시 업체들의 경쟁을 통하여 요금이 낮아질 수 있는 최저 선은 어디까지일 것인가. 출혈 경쟁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역시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비의 문제나, 인건비, 최대 탑승 인원 등을 생각하며 아무리 더하고 빼 봐도 명쾌하게 답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택시를 살리기 위해 시행하는 요금자율화는 업계들 간의 충분한 조율 없이 성급하게 시행될 경우 헤어날 수 없을 만큼 깊은 늪에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택시를 위해서도 시민들을 위해서도 적정선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단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상대 또한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최근 대리운전의 경우 사고가 났을 때 보험과 관련하여 많은 시비 거리가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한 건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과속과 위험천만한 운전으로 인하여 차주도 모르게 날아오는 과태료는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할 만큼 억울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대리운전의 경우는 택시만큼의 ‘책임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대리운전이 아무리 값싸고, 편리하다고 할지라도 이용을 꺼리는 사람들 또한 많은 것이다. 택시의 경우에는 이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값이 싸지만 불안한 대리운전인가, 값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안전한 택시인가의 선택은 승객들의 몫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서로가 살아남을 생각만 하지 말고 진정으로 시민들의 편리한 발이 되어주겠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살아남게 될 것으로 본다. 내년 초 다시 한번 불게 될 운수업계의 파란. 시민들은 2라운드에서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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