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려대학교 학생 주현우씨가 써 붙인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는 대학생들은 물론 중·고생들에게도 큰 주목을 받았다. 많은 학교에 손수 쓴 대자보가 붙었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에 부채질을 했다. 그러나 그 와중, 사회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를 담담하게 담아낸 대자보 한 장이 눈길을 끈다.

바로 건국대학교에 붙은 ‘안녕들 하시냐길래’ 대자보다.

“안녕들 하시냐길래 올 한 해 내 삶을 돌아봤어요”로 시작되는 이 대자보는 한 해 필자가 겪었고, 느꼈던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 내용까지 담담하지는 않다. 필자는 봄에는 학점을 땄지만 장학금을 받지 못했던 이야기, 여름엔 토익 공부를 하느라 시간을 보낸 이야기를 전한다. 가을에는 자기소개서를 썼고, 겨울에는 면접을 본 이후에 느낀 점 등을 담아냈다.

이 대자보는 페이스북 등 SNS 등지에서 20대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기록적인 좋아요 수를 기록했다. 댓글엔 너무도 공감된다는 내용들이 가득 담겼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은 마지막 문단이었다.

“안녕이라는 것, 그런 건 애초부터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우리네 삶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닐 텐데. 우리네 삶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을 텐데.”

이 대자보가 많은 공감을 얻어 낸 이유는 봄부터 겨울까지의 사계절을 필자와 비슷하게 보내는 20대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다 마지막 줄에 이르러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것이다.

취업이란 목표를 향해 가는 20대들의 삶은 팍팍하다. 2013년 한 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취업 스펙을 갖추는 게 부담스럽다고 대답했다. 또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취업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48%에 달하는 구직자는 이미 빚이 있었으며, 그 이유로 가장 ‘학비’를 꼽았다. 또 2013년 한 해 구직자들이 면접을 위해 지출한 돈은 평균 50만 원에 달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8월 발표한 '2013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건강보험DB연계 취업통계' 결과를 보면 취업자는 총 28만 6천896명, 전체 취업률은 59.3%이다. 다시 말하면 대학 졸업생 10명 중 6명은 취업, 나머지 4명은 청년백수가 된다.

대자보를 쓴 이는 이문세의 노랫말을 인용했다.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슬픔보다 기쁨이 많은 걸 알게 될 거야.”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의 한 구절이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참 터무니없이 해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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