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위주의 국익?... 무기구매 미국 의존 탈피 신호탄?

5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한국형 헬기 사업의 해외 협력사로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회사인 유로콥터사가 선정됐다.그동안 미국업체가 거의 독식해 왔던 항공관련 대형 국책 방위사업에 유럽업체가 선정됨에 따라 향후 한미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13일 한국형헬기개발사업(KHP)에 참여할 국내,외 업체들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확정된 업체는 모두 30개 업체이며, 이 중 국내업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체계)를 포함하여 모두 19개 업체이고, 국외업체는 EC(체계)를 포함하여 모두 11개 업체. 참여업체들은 국내 개발주관기관(KAI, ADD, KARI)과 사업단 책임 하에 2005년 4월부터「제안서 접수 및 평가」-「협상대상업체 선정 및 협상」 -「심의 및 확정」등 3단계 과정을 거쳐 확정되었고, 앞으로 사업단은 확정된 업체들과의 협상결과가 반영된 KHP개발계획(안)을 확정하고 정부 집행승인을 득한 후 국회에서 심의중인 2006년 예산이 확보되면 계약을 체결토록 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한국형 헬기 사업 (KHP)은 우리 군의 노후 헬기를 오는 2011년부터 국산 헬기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핵심 해외 사업체로 프랑스,독일 합작 회사인 유로콥터사가 결정됐고, 미국의 벨사와 이탈리아.영국 합작회사 아윌사가 탈락한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유로콥터 등은 총 사업 비용 5조여 원 가운데 1조 3천억 원이 투입되는 연구 개발까지만 참여하게 되는데, 그 연구 개발비 1조 3천억 가운데 20%를 유로콥터가 가져가며 나머지 20%는 탈레스등 해외 10개 부품 협력 업체가 또 나머지 60%는 한국 항공 우주 산업등 국내 업체 19 곳이 나누게 된다. 그 다음 단계 계약은 기술 이전 수준 등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부가 한국형 헬기사업(KHP)에 참여할 핵심 해외체계업체를 미국이 아닌 유로콥터로 선정한 것은 당초 사업목적에 부합되는 실리 위주의 결정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우리 군과 무기거래가 많았던 미국 업체의 손을 뿌리친 것도 이 같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첫 대형 무기획득사업인 점을 감안할 때 무기거래에 있어 대미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올 연말 업체 선정을 앞두고 있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형헬기개발사업(KHP: Korean Helicopter Program)이란? ◆ 현재 우리 군이 외국에서 들여와 사용 중인 UH-1, 500MD 등 노후화된 헬기를 2011년부터 국산헬기로 대체하기 위한 사업이다. KHP는 개발비와 생산비를 포함해 총 5조원 가량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2005년 12월 본격 착수돼 2008년쯤 시제기를 제작하고, 2011년 9월쯤 시험평가와 시험비행을 마친 뒤 2012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총 소요대수는 245대. KHP사업으로 개발될 헬기는 길이 13.7m, 높이 3.6m, 쌍발 엔진에 조종사 2명과 승무원 2명, 완전군장 병력 9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60㎞이고 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7.62㎜ 이상 기관총 2정이 장착되고 헬기의 치명적인 약점인 생존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사일 경보수신기 등 각종 경보 및 대응장치도 마련된다. 2004년3월 한국형다목적헬기(KMH)개발사업단이 창설되어 KMH를 개발하기 위한 업무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KMH개발사업은 많은 예산투입이 요구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국회, 감사원 및 예산당국의 부정적평가와 국민적 공감대 미흡으로 KMH개발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정부차원의 종합점검을 수행하게 되었다. 종합점검결과, 시급한 군소요충족, 예산부담 경감 및 개발성공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기동형 헬기를 우선 개발하는 KHP 사업을 결정하였다. 현재 군이 보유하고 있는 기동형 헬기 중 UH-1H 및 500MD등은 노후화가 심화되어 가동률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 더구나 헬기 생산국들은 우리나라가 운용중인 헬기의 생산라인을 더 이상 가동하지 않고 있어 수리부속을 주문제작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여러 나라로부터 도입한 다양한 기종을 운용함으로써 복잡한 교육훈련 및 정비 체계가 요구되어 경제적인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선정배경◆ 당초 KHP에는 '시코르스키'와 '벨' 등 미국을 대표하는 2개 헬기 생산업체가 참여의사를 표시했고, 국방부가 계획한 헬기 소요 대수(245대)나 북한 및 주변국 비교, 한미동맹 등을 고려할 때도 KHP 참여업체로는 '시코르스키'와 '벨'이 유력시됐었다. 그러나 시코르스키가 중도에 포기하였고, 벨은 KHP를 통해 국방부가 대체하려는 UH-1과 1965년 본격적인 공격용 헬리콥터로서는 처음으로 AH-1을 개발한 데 이어 1983년 AH-1W 슈퍼코브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헬기를 생산, 한국에 판매했던 업체다. 반면 유로콥터는 국내에 알려진 것이 1988년 9월부터 99년 2월까지 대통령 전용헬기로 사용된 AS-332L 슈퍼퓨마 헬기 3대를 우리 공군에 판매해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결과는 유로콥터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 관계자는「국방부가 국내업체 주도의 헬기 부품개발을 원했지만 벨은 벨이 추진 중인 헬기 개발사업에 우리 업체가 파트너로 참여하기를 원했고, 벨사는 처음부터 면허생산방식을 제안해 거의 협상을 하지 않았다」며「국방부가 요구한 방식에 맞는 유로콥터쪽으로 눈을 돌렸고, 결국 유로콥터가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KHP사업의 경우 단순 무기를 수입해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키로 한 헬기사업에 해외파트너를 구하는 것인 만큼 사업목적에 부합되는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며 「한미동맹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무기획득과정에서 기존 무기와의 상호 연동성을 고려, 주로 미국 무기나 업체를 선정해온 게 사실 이지만 KHP사업은 국방부 무기체계 개발 사상 처음으로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추진, 민수용 헬기 생산까지 고려하다보니 가장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국내 헬기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업체 주도'의 기준을 마련했지만 벨은 '벨 주도, 국내업체 보조'의 개발방식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결국, 유로콥터가 기술이전과 가격면에서 벨사보다 많은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한 것도 판세를 뒤집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의미◆ KHP 해외체계업체로 유로콥터가 선정된 것은 무기거래업체의 다변화란 측면을 뛰어넘어 무기개발 및 구매사업에 있어서 미국의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무엇보다 한미동맹을 우선시했고, 미국도 연합방위체제와 상호운용성 등의 논리를 내세워 공공연히 자국 무기의 구매 압력을 가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에서 추진한 굵직굵직한 무기획득사업은 말 그대로 미국의 '전유물'이었고, 이 같은 배경을 등에 업고 미 업체들은 한국의 무기사업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KHP 해외체계업체로 미국이 아닌 유럽업체가 선정된 것은 의외의 결정이며, 향후 한미관계에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이달 중 기종이 결정될 예정인 E-X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 사업은 미국 보잉사의 E-737과 이스라엘 엘타사의 G-550이 경합 중이다. 이미 미국은 버시바우 미 대사 등을 통해 국방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의 버시바우 미국 대사의 대북 강경발언도 이런 바탕이 깔려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KHP를 놓친 데다 E-X마저 다른 나라에 뺏길 경우 한국에서의 미국의 우월적인 지위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배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무기거래에 있어 『탈미국』 분위기는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동맹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으며, 기존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는 헬기 시장에 한국이 후발업체로 들어가서 뚫을 수 있느냐, 만약 뚫을 수 없다면 엄청난 국민 세금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독자 모델이 됐을 때 부품이 안정되게 공급되어 구매가 이뤄지기까지 20년 이상 걸리고, 일본에서도 독자헬기를 개발은 했지만 양산하지 않는다. 그것이 양산으로 까지 갔을때 국가적으로 이득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국방부는 '이번 유로콥터 선정은 당초 사업목적에 부합되는 실리 위주의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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