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정일을 이을 것인가?

김정일 북한 국박위원장의 후계자와 관련한 외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영국 일간 더타임즈 인터넷판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만간 후계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관영통신 이타르타스도 평양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김정일 후계자를 올해 안에 지명할 지도 모른다”라고 보도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일은 상속받은 나라를 다시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고 있다. 올해 초 북한 관영 조선중방송 정론에서 1943년 김일성이 연설한 “내가 하지 못하면 아들이, 아들이 하지 못하면 손자가...”라는 구절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세습체제를 다시 한 번 더 방증시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한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세 아들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더욱이 새로운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 장성택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지난 10월 초에는 김승규(金昇圭)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감사에서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외신에서 보도되고 있는 차남 김정철의 권력승계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특별한 변화는 없다”라면서 “김 위원장이 김정철과 삼남 김정운을 총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그러했듯,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아들들에게 북한을 통째로 세습할 것인가, 아니면 제3의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 “네가 커서 큰 소리 칠 자리다” 현재 김정일의 자식들로 확인된 사람은 정남, 설송(여), 정철, 정운, 일순(여) 등 3남 2녀다. 정남은 성혜림, 설송은 김영숙, 정철과 정운은 고영희에게서 각각 얻었다. 김정남은 1971년, 설송은 1974년, 정철은 1981년, 정운은 1983년 생이다. 올해 2월 러시아 주간지 블라스티는 김정일의 후계자로 첫째 아들 김정남을 꼽았다. 북한이 유교적 전통이 강한 사회인 점을 상기해도, 장자 우선주의에 따라 장남 김정남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성혜림(2002년 5월 사망)과 사이에서 태어난 정남은 김정일이 다른 남자부인을 가로채 태어난, 말하자면 ‘사생아’ 신분이다.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1996년 서방으로 망명)이 쓴 ‘등나무집’에는 김정일이 정남을 회의실로 데려가 중앙 자리를 가리키며 “네가 커서 큰 소리 칠 자리다”라고 말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정남은 자신의 출생문제와 일본 밀입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후계자 대열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어진다. 2005년 5월 1일 위조여건을 갖고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밀입국 하려다 체포된 적이 있다. 그 이후 한동안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 홍콩, 마카오 등을 여행하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 김정철의 급부상 최근의 소식통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둘째 정철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주간지 ‘아에라’는 차남 정철이 형인 정남을 제치고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정원도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해 “김 위원장의 둘째 아들 정철, 셋째 정운 중 하나가 후계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둘째가 더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장남 정남은 일단 후계구도에서 멀어진 것 같다”라면서 “김 위원장은 둘째 정철이 성격이 치밀해 좋아하는 것 같고, 셋째 정운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철과 정운의 어머니인 고영희(2004년 사망)가 김정일의 실질적인 부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김정일 리포트’의 저자 손광주 씨는 “2002년 8월부터 고영희를 우상화하는 작업이 포착된다”면서 “고영희를 우상화하는 것은 단순히 그녀를 치켜세운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낳은 자식을 후계자로 키우려는 사전 작업이다”라고 분석했다. 정남에 비해 정철은 대외적으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정철은 동생 정운과 함께 북한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는 1994년 9월부터 스위스 국제학교와 제네바 종합대학 등에서 유학하면서 나름대로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철은 비교적 온순한 성격으로 미국 NBA 농구를 좋아하고 외국 TV 드라마도 즐겨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부터 2년간, 그리고 1988년부터 3년간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에서 김정일이 정철 왕자에 대해 자주 나쁜 평가를 내렸다면서 “그 애는 안돼, 여자아이 같아”라는 발언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얼굴과 체형이 똑같은 정운 왕자를 오히려 김정일이 마음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세와 정책’이라는 책에 기고한 ‘고영희 사망과 북한의 후계구도’라는 제하의 글에서 “김 위원장이 정운을 특별히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후계자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정철이 당의 지도자, 정운이 군이나 정부의 지도자로 되는 것과 같은 권력배분은 가능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후계자에서 주목할 것은 자질보다 직책이라면서 “정남은 개인적으로 뛰어난 자질이 있지만 당내 핵심부서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반면 정철은 당내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 아직은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 북한연구소의 탈북자 출신 김승철 연구원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서 후계자가 공식 지명된다면 그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세 아들 중 한 명일 것이며, 북한체제 특성으로 미뤄 군부대내에서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단정지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에 대한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정부 소식통이나 북한 전문가들은 차남 정철이 가장 유럭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고영희가 사망하면서 정남과 정철이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다툼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인터넷신문 데일리 NK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릉 인용, “김정남이 중국에 오래 머물렀고 중국이 정남을 지지하면서 후계구도가 정남에게 유리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후계문제는 김정일의 말 한마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게 돼있다. 첩의 자식이나, 해외를 떠돌았다느니 하는 문제는 후계 결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해 또다시 후계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최근 20여명의 외신기자와 함께 방북했던 워싱턴 타임즈의 앤드류 살몬 기자 역시, “북한에는 여전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건재하고 있다”며 “아직은 누가 다음 세대 북한을 이끌고 갈지 전혀 알 수 없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세습은 어렵지 않겠나” 한편 현재 김정일 정권이 처한 대내외적인 조건과 환경을 고려해보면 과연 3대 세습 대물림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위원은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후계자를 나름대로 준비하는 징후는 노동신문 등에서 포착되고 있다”면서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세습은 어렵지 않겠나”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류길재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후계자 논란에 대해 “새로운 후계자가 나온다고 해서 북한의 정책방향이나 정치체제상의 변화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잘라 말하며 “북한의 후계구도를 보는 관전 포인트는 북한이 처한 대내외 상황이 얼마나 호전되는가, 이를 위해 김정일이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한 것인가에 있지 누가, 언제 되느냐는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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