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개선·조직정비 과제, 삼성출신·통신非전문 우려

KT 이석채 전 회장의 후임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 이에 따라 황 회장 내정자에게 내려진 과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급감한 실적을 끌어올리고 이 전 회장 재임시절 만들어진 내부-외부인사 간 갈등구도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또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낙하산 의혹’도 불식시켜야 한다. 이는 황 내정자가 통신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막역한 사이라는 점에서 나오는 의혹이다. 황 내정자는 본인을 향해있는 기대와 의혹을 어떻게 해소시켜나갈까.

▲ KT 회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 황 내정자에 놓인 과제와 황 내정자를 둘러싸고 나오는 잡음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 뉴시스)

KT 회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 KT CEO추천위원회는 지난 16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후보들에 대한 면접심사를 진행한 결과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회장 내정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 전기과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스탠퍼드대 책임연구원, 미국 인텔사 자문을 맡았다. 1989년 삼성반도체 DVC 담당으로 입사해 삼성반도체 상무이사, 연구소장, 부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및 기술총괄사장 등 주요보직을 거친 인물이다.

특히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에 근무 중이던 1994년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하고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에서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발표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MB정부에서 지식경제R&D 전략기획단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있다.

황 내정자는 내년 1월께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KT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데다 추천위에서 선정한 최종후보가 주총에서 부결된 선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황 내정자도 무리없이 KT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는 오는 2017년 정기주총까지 3년이다.

실적개선과 조직정비 급선무

이석채 전 회장이 떠나고 약 한 달간 공석이었던 최고경영자 자리가 채워지면서 황 내정자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무엇보다 경쟁사보다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진입이 늦춰지면서 급감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황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올해 1~9월 KT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조233억원, 48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1836억원, 1조126억원)보다 각각 13%, 52% 줄어들었다. 이동통신 시장점유율도 9월말 기준 30.1%로 1월보다 0.9%p 감소했다. 특히 올 들어서는 경쟁사보다 광고시간이 훨씬 길었음에도 가입자 수(1~8월)가 28만명이나 줄어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 수는 각각 13만명, 66만명 늘었다.

조직정비도 예고된다. 이 전 회장 재임시절 KT에는 외부인사가 대거 영입돼 ‘원래 KT(기존)-올레KT(외부)’라는 갈등구도가 만들어졌었다. 이 때문에 조직이 융합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상당했다. 민주당 최은희 의원에 따르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KT 임원만 이 전 회장을 포함해 36명이었다. 차기회장 선임과정에서도 특정인사의 응모와 관련 “파벌싸움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나왔을 정도다. 임직원들의 갈등봉합이 시급한 이유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 시절 영입된 외부인사들의 거취문제가 관심거리로 떠오른다. 2008년 남중수 사장이 퇴임할 당시 그가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 대부분 퇴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회장이 영입한 인사들도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이 전 회장도 사의표명 직후 “KT는 매년 경쟁사보다 인건비를 1조5000억원 이상 소요하고 있다”며 “임원 수를 20% 감축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어 이들의 자리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노사문제 우려와 낙하산 의혹

기대와 함께 잡음도 상당해 주목된다. 먼저 황 내정자가 삼성출신이라는 점에서 향후 노사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삼성이 대표적인 무노조 기업이서다. 

이 때문에 이해진 KT새노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 “삼성의 탐욕경영이 재현돼 공공성이 더욱 후퇴될 수도 있다”면서 “노동인권 문제가 심각한 KT에 반노동 기업문화의 상징인 삼성출신이 왔다는 점에서 노동인권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와 관련 낙하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황 전 사장이 회장으로 내정된 직후 업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간 KT 회장 내정자로는 통신전문가이자 현 정권과 연관이 있는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나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이 내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던 탓이다.

김 전 차관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했고, 임 전 원장은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자문활동을 한 바 있다. 이들의 경우 통신전문가이기는 하지만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는 통신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돼 김 전 차관이나 임 전 원장보단 덜 주목받는 후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현 정권과의 고리도 이들보단 약하다고 평가됐다. 대신 황 내정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실장과는 같은 PK(부산-경남)출신이면서 서울대 동문이다. 황 내정자 선임과 관련 낙하산 의혹을 완전히 끊어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황 내정자는 내정직후인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 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비전을 나누고 참여를 이끌어 KT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임직원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KT새노조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우려를 드러내는 한편 일단 황 내정자를 인정한 상태다. 이들은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황 내정자가 삼성출신으로 삼성의 반사회적 경영이 재현돼 또다시 통신공공성과 기업의 사회적책임 후퇴와 노동인권 침해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제기된다”면서도 “황 내정자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