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관리, 기획처 이관으로 관련부처와의 신경전

기획예산처는 30일 공청회를 열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마련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공공기관의 기관장ㆍ임원을 공모제로 임명하고 경영관련 정보를 공공기관 포털사이트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등의 공공기관 개혁안이 마련됨에 따라 공공기관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관행이 어느 정도 근절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마련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 방안’은 임원 임명권, 경영평가 등 관리감독권을 국가공기업운영위원회(위원장 기회예산처 장관)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기획처 혁신방안에 대해 각 부처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낙하산 인사 폐단 시정을 위해 주무부처 장관의 기관장 인사권을 가져가겠다는 발상에 대해서는 발끈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기획처의 공기업 혁신방안이 출발부터 진통을 겪고 있어 기획처가 이를 어떻게 타계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기획처, ‘기관장·임원’ 공모제 임명 우선 기획처가 직·간접적으로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현재 101개에서 314개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관리해온 기존 정부투자기관이나 산하기관외에 재출연기관이나 자회사들도 정부 관리대상에 포함시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모든 공공기관들은 다음달 중으로 개설될 예정인 공공기관 포털사이트에경영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경영정보 공시는 상장기업 공시 수준으로 해야하며 공시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할 경우기관에 벌과금을 부과하고 담당 임원과 실무자에 대해선 인사조치와 감사원 감사 요청 등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게 된다. 기획예산처는 특히 덩어리가 큰 94개 주요 공공기관들을 '우선 혁신추진 대상'으로 지정하고'국가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재편해투명성과 경영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경영 전반을 주무 부처가 관리하던 것을 민간이 다수 참여하는 위원회로 넘긴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전담기구를 신설해 부처와 산하기관의 유착관계를 끊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94개 우선 혁신추진대상 기관은 국가공기업은 27개, 준정부기관은 67개로 분류된다. 먼저 국가공기업의 경우 공기업운영위원회(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가 관리, 감독을 총괄하게 된다. 이 공기업운영위는 민간위원 과반수로 구성돼 사장 제청과 이사·감사의 임명, 경영목표 설정 등 경영관리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공기업운영위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해필요한 경우 기관 폐지나 민영화 등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준정부기관 역시 준정부기관 운영위가 신설돼 주무부처가 해오던 경영평가를 대신 맡게 된다. ◆ 관련부처와 진통 예고 이처럼 기획처의 공공기관 지배구조개선안을 두고 공기업 관리의 칼자루가 기획처로 이관된 데 대해 관련부처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획처 등이 내놓은 공기업 개혁안에 대해 “(재경부와) 협의는 있었으나 아직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고 말해 기획처의 개혁안과 배치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경영공시 등 정부의 관리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서도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다”며 “그러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만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처럼 박 차관이 선뜻 이번 방안에 대해 지지를 보내지 않는 점은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로서는 그동안 세수부족 해결의 한 방안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전제, 우량 공기업의 상장을 검토해왔지만 이번 방안이 추진되면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과거 한식구였던 기획처의 방안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유다. 비단 재경부뿐 아니다. 최근 한은의 한 핵심 관계자는“어느 나라에서 중앙은행과 금융통화위원회를 일개 부처 산하에 놓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기획처 산하 포털 사이트에 경영공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앙은행의 위상을 깎는 일이라는 얘기다. 산하기관을 다수 거느린 일부 부처에서도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인사권 등 핵심권한을 쥔 공기업 운영위원회 등의 수장이 전부 기획처에 몰리는 건 지나친 권한이양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공기업 개혁은 민간 수준의 경쟁원리를 적용하는 방향이 맞지 옛날처럼 정부가 직접 통제와 감시를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자칫하면 개혁은 되지 않고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만 더 늘린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이 출발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가운데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 '공기업 개혁'이라는 목표마저 주저앉아 버리지나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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