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의 길을 걷는 ‘사람’ 이야기
2013년 독립다큐멘터리 최고의 관객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 ‘길위에서’가 책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금남(禁男)의 공간이자 금속(禁俗)의 공간인 비구니 스님들만 수행하는 백흥암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창재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며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큰스님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불호령을 받았다. 수많은 방문과 설득 끝에 간신히 백흥암의 문이 열렸고, 이 감독은 그만의 수행을 거듭한 끝에 영화 ‘길 위에서’를 완성했다.
책 ‘길 위에서’는 300일 동안 백흥암에 머물며 촬영을 했음에도 시간상 제약으로 편집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여유 있는 호흡으로 담겨 있다. ‘수행 공간’이라는 특성상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백흥암의 숨은 이야기부터 한 여인이 출가를 결심하고 스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때론 말간 웃음과 함께, 때론 가슴 먹먹한 울음과 함께 펼쳐진다.
이창재 감독은 매순간을 마지막처럼 살아가며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걷는 비구니들,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책 속에 잔잔히 풀어냈다.
살아가는 일에 어찌 한 가지 길만 존재하겠는가. 이 책은 살면서 지금과는 다른 길을 꿈꾸는 사람들, 삶에 의문을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쫓기듯 사는 삶에 지쳐 지금 자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면, 자신의 삶을 온전히 감싸 안은 스님들처럼 인생의 ‘길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소박한 행복과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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