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兎死狗烹). 이 말은 토끼몰이가 끝나면 사냥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의 재상 범려의 말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다.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버리는 경우를 일컬어 쓰이는 대표적인 말이다.

현재 토사구팽이라는 고사성어는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대표적인 예로 거론할 수 있다.

201112월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난파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새누리당이 개혁과 쇄신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공을 세우고 총선과 대선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비대위의 주요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그들이 떠나기 전,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은 비리 경력으로 얼룩진 친박인사들과 공안인사들로 채워졌다.

우리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비대위의 좌장이며 경제민주화정책과 대선 복지공약을 수립한 박근혜 정부의 1등 개국공신인 김종인 전 위원장의 탈당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의 탈당이 의미하는 것은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거한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 대부분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손을 거쳤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며 중도층의 표심을 집결시켰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서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경제·노동 분야 대선주자 2TV토론을 앞두고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을 비롯한 학계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박근혜 대선 후보와 손잡은 김종인 전 위원장을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고, 해야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며 반박한 바 있다.

국민들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경제·복지 공약이 민주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박근혜 후보의 개혁성에 환호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 지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행태는 경제민주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관련 정책과 관련해 소신을 꺾지 않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과다하게 믿은 판단착오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책적 과제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걸었고 그 공약을 만들기 위해 김종인 전 위원장과 손을 잡았다. 이제 사냥은 끝났다.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쓸모없어진 것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새누리당 탈당은 현 정부에게 경제민주화에 대한 어떠한 가능성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탈당은 새누리당과 현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토사구팽은 상대가 위험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토사구팽은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이다.

토사구팽을 당한 것은 김종인 전 위원장 만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에 눈멀어 박근혜 정부를 지지한 국민들이다.

박근혜 정부와 현 여권은 친재벌적 경제정책으로는 일반 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경제민주화의 요구를 직시해야 한다. 이 사실을 부정한다면 다시한번 정치적 기반이 위험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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