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은 초강세지만 당지지도와 인물지지도는 별개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미 많은 대권후보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영향력있는 인사들은 궁색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최근 정치 행보를 통해 그의 정치적 재개를 예상하기는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전 총재도 달가워해 보이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병역의무 회피자’는 외부인사 영입 대상에서 가장 먼저 제외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선 것. 이에 이 전 총재의 행보도 사실은 불투명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특단의 인물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병역의무 회피자'를 외부인사 영입 대상에서 가장 먼저 제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방침이 이회창 전 총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외부인사영입위원장인 김형오 의원은 외부인사 영입 기준과 관련, "병역의무 회피, 납세의무 회피, 철새 정치인, 파렴치범 등은 영입 대상에서 제일 먼저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 홈페이지에 '이런 사람은 사양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이 같이 밝히고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 하더라도 도덕성을 상실한 정당을 지지할 국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병역문제만 봐도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 대통령후보 본인이 아닌 자식의 병역이 문제가 되어 결국 두 번이나 패배했다"면서 "공동체적 자유주의를 지향한다는 한나라당이 공동체 의식과 애국심이 결여된 모습으로 두 번씩이나 비춰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회창 전 총재 측에 대한 견제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지도자가 되려는 분은 국민의 의무, 그 중에서도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실패한 여당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면서 유기준 의원 등이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면제와 기피는 다르다"면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900명 정도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면서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입노력이 시작됐느냐"라고 묻자 "시작했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지방선거와 관련해 그 분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고 전 총리 등과 만나기는 했지만 지방선거에 나오라고 권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서울대총장 영입작업 이러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서울대총장에 대한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음이 확인됐다. 앞서 언급한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 김형오 의원은 역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의사를 공개적으로 인정했지만 내년 지방선거 출마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피피새치’라는 용어를 사용해 병역기피, 세금회피, 철새정치인, 파렴치한을 영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김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 견제용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것은 아니다”며 “지도자가 되려는 지망생들은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날 자신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내용을 반복한 셈. 특히 ‘한나라당의 대선패배가 뼈아팠다는 분석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인재영입을 위한 원칙과 기준에서 이런 사람들은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당연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피피새치’라는 별칭을 둔 이유에 대해서는 “당연한 얘기가 화제가 되는 사회, 상식이 지배하는 정치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며 “두 번의 대선패배는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도덕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탈세나 철새정치인이 경쟁력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특히 자신이 이전에 했던 발언을 예로 들어 신중한 이해를 당부했다. 그는 “‘한나라당에는 필드형이 적고 책상형이 많다’는 (나의) 지적도, 분석의 결과로 필드형만 영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내 글을 끝까지 안 읽어본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이 책상형이 많고, 열린우리당이 필드형이 많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필드형으로 가자는 얘기는 아니다”며 “서로간의 경쟁력을 분석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대목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된 인재영입 현황. 진행자인 손석희 아나운서가 ‘데이터베이스 900명을 확보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그는 “그렇다”고 인정하고, “확정한 건 아니고 실무선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작업이 시작된 것이냐’는 질문에도 “광범한 의미에서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900명을 다 영입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각계각층에서 한나라당이 고려해야 할 분들은 이런 분들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인원을 확충하되 내년 지방선거만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는 아니라는 뜻이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영입위원회는 정권교체를 위해 각지의 인재를 분석하고 어떤 분을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라고 말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님을 강조했다. ‘차기대권주자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서울대총장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한 얘기”라고 답했다. 또 ‘영입노력이 시작됐느냐’는 질문에는 “시작했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지방선거와 관련해 그 분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고 전 총리 등과 만남은 있지만 지방선거에 나오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나라 걱정, 한나라당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밝힌 김 의원은 ‘그 이상의 깊은 얘기를 나눴어도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손 씨의 발언에 웃음으로 답하고, “정운찬 총장하고는 이곳저곳에서 현직에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반드시 당의 영입대상으로 고려하고 만난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대권으로 가는 길목의 최대 승부처, 서울시장 선거 현행 선거법 제34조는 ‘임기 만료 30일 전 이후의 첫째 목요일’을 선출직 공무원 선거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다음 지방선거는 내년 6월 1일에 치른다. 불과 6개월 남짓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대권으로 가는 길목의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는 무수한 시나리오만 있을 뿐 아직 뚜렷한 양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은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거점이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서울·경기만 이긴다면 사실상 지방선거는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얼마만큼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해찬 총리,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장관, 김한길 의원 등 자천타천으로 거론된 쟁쟁한 ‘서울시장 후보’들도 선뜻 “차기 서울시장은 나요”라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한나라당 역시 최근에야 서울시장 후보에 ‘이름올리기’ 경쟁을 하고 있다. 맹형규·박계동·박진·이재오·홍준표 의원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진영 의원도 출마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 주간지가 메트릭스 코퍼레이션과 공동으로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서울지역 민심을 읽어봤다. 지난 11월 17~18일 이틀 동안 서울시민 51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 4.3%포인트다. ◈ 정당지지도는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이 우세지만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11.6%, 한나라당이 34.5%다. 무려 3배 가까운 격차다. 민주노동당이 5.3%, 민주당이 2.2%였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정당지지도와 비슷하다. 전국적인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은 45.6%이고 열린우리당은 20.3%(651호 참조·메트릭스 코퍼레이션 여론조사)였다. 정당지지도가 개별적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호감도와 일치하지는 않았다. ‘서울시장을 뽑는다면 어떤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15.1%로 1위로 나왔다. 강 전 의원은 물론 열린우리당 후보로 분류됐다.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이 7.8%, 맹형규 의원이 7.3%, 홍준표 의원이 6.9%로 2~4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4.9%),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4.5%), 이해찬 총리(3.7%)가 그 뒤를 이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3.1%)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2.2%) 한나라당 박계동(2.2%)·이재오 의원(0.6%)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를 받았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만 놓고 본다면 서울시장 선거결과 예측은 어렵지 않다. 강 전 장관의 지지도가 거의 2배 이상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런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한다. 서울시장 경선후보의 한 관계자는 “강금실 전 장관이나 이해찬 총리는 정국운영을 해오면서 이미 언론을 통해서 인지도가 꽤 높은 상황”이라며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인기도 조사에 가깝다”고 말했다. ◈ 열린우리당, 강금실 카드 내놓은 상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는 “인지도가 낮은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의 분산된 지지가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릭스 이경태 정치여론조사본부장은 “개인적 인기보다 공천받을 정당의 지지율이 낮으면 실전에서는 지지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의 발전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김형준 부소장도 정당지지도가 낮은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가 1위를 기록한 데 대해 “서울시민들이 정당에 대한 일체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결과”라면서 “대중성(인기도)과 퍼포먼스(서울시민을 위한 정치적 행위)라는 두 가지 관점이 중시된 여론조사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부소장은 이어 “아마 강금실 전 장관을 연고가 없는 부산이나 대구 후보로 대입시킨다고 해도 상당히 높은 점수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금실 전 장관이 재임 시절 일관된 검찰개혁을 추진했고 ‘강단있는 여성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게 독주 이유라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와 맥락이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강금실 전 장관이 22.9%로 단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없다’는 답변이 13.9%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이해찬 총리가 10.2%, 김한길 의원이 8.4%,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8.2%를 얻었다. 사실상 여권내 ‘가상 경선’에서 강금실 전 장관의 독주형태다.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니면서도 강금실 전 장관은 본선 경쟁력은 물론 당내 경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김 부소장은 “강금실 전 장관에 비해 이해찬 총리 등 여권 예비후보들이 서울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업적’이나 인상을 주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여당에서 어느 누구도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 당연한 결과”라면서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서울탈환’을 목표로 거물급 인사를 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면서 “그래야 민주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해찬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면 한나라당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총리가 반(反)한나라당 연합의 구심이 될 수 있는 인물이란 뜻이다. 이런 흐름은 곧 정계개편을 위한 새판짜기를 해야 할 정도로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대선경쟁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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