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맹신하다시피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선거 직전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야권 후보들을 상대로 승리한다는 결과가 다수였다.게다가, 그해 봄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천안함 사태는 선거판에 북풍을 몰고 오기까지 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천안함 조사 결과를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조작설 등 끊임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정권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혹’ 확산이 부담스러웠던 정권은 더 강력한 공안통치로 정국을 돌파해 나갔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하거나 받아들이면 종북론자로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이는 나아가 반정부 성향이면 모두 종북론자라는 이미지까지 만들어냈다.

6.2지방선거는 그야말로 공안정국 속에서 치러졌던 것이다. 야권 지지성향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얼마나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을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었다. 여러모로 야권으로서는 좋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6월 2일,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모두가 놀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반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야권이 지난 수 년 간의 패배에서 벗어나 승리를 거뒀던 것이다. 무엇이 야권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일까? 당시 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정권의 공안통치를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여론조사에서 야당을 향해 다이얼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불안함을 느꼈던 유권자들이 기표소 안에 들어가서 거침없이 反정권 표를 던졌던 것이다.

공안통치, 당장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며 집권세력의 안위를 언제까지나 보장해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공안통치는 무능의 반증일 수밖에 없다. 유능한 집권세력이라면 국민을 탄압하고 억누르기보다 달래고 어루만져 같이 가려는 노력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열을 야기한 발언들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왜 그런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살폈어야 했다. 탄압하고 억누를수록 더 강한 반작용의 감정이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이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反정부 목소리들을 일일이 어떻게 다 대응하겠다는 것인가. 그럴수록 공안은 가깝고 민주주의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들에게는 나와 다르다 해서 채찍을 휘두르는 리더십이 아닌,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며 상처 난 가슴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카리스마 넘치는 공안통치의 그림자가 아닌, 온화한 여성적 포용의 리더십이 간절히 그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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