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국가보안법 위반혐의 수사 착수…또 보혁 갈등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 발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박 신부가 제기한 국가기관이 개입된 부정한 선거에 대한 문제는 일체 언급 없이 일부발언을 부각해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보수단체와 보수신문도 연일 종북 덧칠로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일부 종교계는 물론 누리꾼들은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가 문제 제기한 국가가 개입한 부정한 선거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박 신부를 “종북”으로 몰고 가고 있다.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 자료사진 ⓒ이광철 기자

대선개입 사건 함구한 채 박창신 일부발언에 십자포화
보수단체, 朴신부 고발…검찰 수사 착수 속도 ‘LTE ’급
조국 서울대 교수 “박 신부 피소는 코미디, 무죄 명백”
천주교 시국미사, 개신교·불교계 확산…政敎갈등 ‘증폭’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는 박창신 원로신부의 일부 강론에서 비롯됐다.

박 신부의 강론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국가기관이 개입한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며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 것이며 또 하나는 이러한 움직임을 종북몰이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26분에 달하는 시국미사에서 정권에 반하는 집단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북(從北) 프레임이 악용되고 있다는 내용이 20분을 차지했다.

 朴 신부 발언, 문제 내용은?
“일부발언 왜곡해 종북몰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박 신부의 국가기관이 개입한 지난 대선의 부정선거 발언이 아닌 연평도 사건과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에 공세를 집중하는 양상이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박 신부가 문제 제기한 국가가 개입한 부정한 선거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박 신부를 종북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들이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근거는 연평도 사건과 NLL 관련 발언이다.

박 신부는 “NLL은 유엔군사령관이 우리 쪽에서 북한으로 가지 못하게 잠시 그어놓은 것이다. 군사분계선도 아니고 휴전협정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NLL,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을 계속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나? (청중이 쏘아요, 라고 대답하자, 이 양반이 국가보안법에 걸리네)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다라고 말했다.

박 신부의 일부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해석에 따라 천안함 사태를 당연시하고 NLL을 무력화하는 주장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박 신부의 발언을 겨냥,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날 박 신부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적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또한 종교인에게는 엄연히 조국이 있다대한민국 국토 수호 국론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유가족에게 커다란 분노를 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이 가세한 이 같은 발언에는 박 신부의 시국미사를 유발하게 했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그들은 일부발언을 부각하여 종북 공세에 고삐를 쥐었다.

사정이 심각해지자 일각에서는 박 신부의 일부 발언을 전체맥락에서 떼어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들은 박 신부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맞받아치면서 메카시즘 광풍이라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bang***)박창신 신부님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옳았다고 주장한 바는 없다. 왜 연평도 포격이 있게 됐는지를 얘기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roht****)일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도, 깊은 고뇌와 신념을 갖고 하신 박창신 신부의 강론을 천박한 매카시즘으로 모욕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박 신부의 강론을 읽어보면 전체맥락은 이념 대결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 그것을 이용해 선거를 치룬 것을 비판한 것이다. 박 신부가 강론 전체를 읽어본다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 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이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 입당하고 있다. ⓒ뉴시스

사제단, 盧정권때도 퇴진 운동
정권의 행동이 중요 판단기준

논란의 중심에 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9월에 결성됐다. 서슬 퍼런 유신독재 시절 천주교 원주교구장이었던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사제단은 유신헌법 반대운동과 긴급조치 무효화운동 등으로 유신체제에 정면으로 맞섰다. 특히 사제단은 1987518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폭로하면서 전두환 독재를 종식하는 6월 민주항쟁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운동, 미군 희생 여중생사건 시국기도회,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국미사,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집회 등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참여와 연대의 정신을 보여줬다.

사제단의 사회참여는 정권을 가리지 않았다. 사제단은 어느 정권 하에서도 양심에 따라 비판자의 입장을 견지했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에도 정권과 각을 세웠다. 사제단은 20046월 이라크 파병과 관련,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을 벌였다.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25정의구현사제단은 노무현 정권 때도 정권퇴진을 외쳤고 또 요구했던 분들이라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또 호재를 만난 듯이 달려들어서 사제들과 싸우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사제단의 노무현 정권 퇴진 주장을 상기시켰다.

당시 사제단은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종북으로 매도하지 않았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mind****)노무현 정부시절 사제단이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정권퇴진도 불사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물론 보수언론도 종북이라고 하지 않았다종북 논리는 수구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제단에게는 진보와 보수라는 정권의 성격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이 판단 기준이었던 것이다. 사제단은 이후에도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 시국미사, 4대강 사업 반대 등으로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이렇듯 사제단은 정권과 불화했다. 그리고 그 불화는 신앙과 양심에 따른 불협화음이었으며 어느 정권의 편들기는 아니였다. 박 신부는 평소 미사 강론 등을 통해 ()을 행하도록 명령받은 사제에게는 피할 수 없는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 조계종 승려 1012명 시국선언 ⓒ유용준 기자

검찰, 박창신 신부 수사 착수
개신교·불교계 동참…政敎갈등?

박창신 신부가 시국미사에서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지 4일 만에 검찰은 26일 국가위반혐의로 박 신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25일이 하루 지난 뒤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상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박 신부의 발언이 일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검찰까지 나서 수사를 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는 의견이다.

서울대 법학과 조국 교수는 26일 트위터에 박창신 원로신부, 5.18 강론 이후 괴한들의 대검에 찔러 다리를 전다라며 이제 검찰의 칼날을 받아야 하나? 사제 잡아넣는 정권, 끝이 좋은 경우 못 봤다고 꼬집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재화 변호사도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박창신 신부를 수사하겠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이 싫어하는 발언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국가보안법이 대통령 심기 보호법인가?”라며 검찰을 질타했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shin****)수백만건 부정선거 트윗은 대충 수사하면서 단 한마디 그것도 멋대로 왜곡 곧바로 수사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Jaem****)이젠 대통령 비판도 국가보안법 위반이겠군... 군통수권자를 비판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니...”라는 의견을 표했다.

박 신부의 발언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국가보안법 7조인 찬양·고무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히 북한에 동조했다손 치더라도 국가보안법으로 박 신부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송훈석 변호사는 트위터에 비판의 대상은 될 수는 있어도, 사법처리의 대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진보와 보수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박 신부의 발언으로 시작된 정치·종교의 갈등이 종교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개신교 목사들의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평정) 는 다음달 16일부터 성탄절까지 열흘 동안 서울광장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금식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현직 목사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지난 1984년 출범해 통일·평화·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 문제에 참여해오고 있다.

목평정 상임의장인 정태효 목사는 지난 23CBS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인터뷰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기반에 올라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라며 그래서 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기독인연대도 다음 달 첫째 주 시국기도회를 주최하기로 했다. 불교계도 시국선언을 계획하고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오는 28일 오전 1130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조계종 승려 시국선언을 진행한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시국선언에서는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개입에 관한 특검 도입과 박근혜 대통령의 참회 극단적인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현 정부의 행태 중지 민생 우선 정책의 시행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 등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담긴다.

역대 민주화 운동에서 종교계는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정치권에서 사제단의 행동이 일부 극소수의 일탈행위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의 국가보안법 수사가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