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후 증자, 속사정은?

다소 갑작스러웠던 두산건설의 감자 결정으로 ‘두산건설發 두산그룹 위기설’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산건설은 자본금을 1/10로 줄인 뒤 4000억원 규모 전환상환우선주 발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자 이후 증자’ 수순이 예고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이 회사채 상환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산그룹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이 과거 두산건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공세로 ‘두산건설發 위기설’에 수차례 휩싸인 바 있다는 점에서 동반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 두산건설의 감자 후 증자 계획이 알려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RCPS 흥행실패 시 두산重 추가지원 가능성
두산重 지분법 손실로 재무지표
악화 겪어

‘10대1 감자’ 결정으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두산건설이 불과 하루 만에 유상증자를 예고했다. 올해 4월 유상증자(3900억원 규모)를 단행한지 1년도 안 돼서다. 이번에도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톡톡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두산중공업을 통한 그룹차원의 ‘두산건설 살리기’가 계속되면서 부실전이 우려가 나온다.

감자 후 증자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연내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원금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RCPS는 미래 일정기간에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정해진 조건에 따라 상환도 가능한 우선주다.

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의 증자를 회사채 상환 재원마련 성격으로 바라봤다. 장기화된 건설업 불황 및 낮은 신용등급(BBB+)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우선주 발행 등 자기자본 조달 방안을 택했다는 것이다. 두산건설이 2년 내 상환해야할 기업어음(CP)과 회사채는 9월말 기준 1조원에 달한다.

이에 앞서 두산건설은 전날 “과다한 발행주식수를 축소하고, 배당 가능한 자본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며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두산건설의 감자 결정을 증자(RCPS 발행)의 사전작업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었다.

LIG투자증권 채상욱 연구원은 이와 관련 “감자차익은 2조4800억원이며 연초 유상증자, 현물 양수시 액면 이하 발행에 따른 주식할인발행차금(9419억원)과 결손금(3479억원)을 상계할 경우 자본잉여금은 1조1800억원이어서 배당 가능한 구조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즉 RCPS 발행을 하려면 배당가능이익이 필요해 두산건설이 감자를 결정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문제는 ‘RCPS 발행’ 성공여부다. RCPS 발행이 흥행할 경우 두산건설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두산중공업 등이 추가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자금조달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이 나아져야 근본적인 어려움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지난 2년(2011~2012년)간 매출이 2조6340억원→2조2291억원으로 줄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3096억원→4535억원, 2935억원→6148억원으로 늘었다. 비록 올해 9월말 영업이익은 흑자였지만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318억원으로 여전히 적자였다. 총차입금은 1조9285억원(지난해 1조9326억원), 부채비율은 221.7%에 달하는 등 재무지표가 좋은 편은 아니다.

이전 지원공세 회자

이처럼 두산건설이 전폭적인 그룹지원을 받았음에도 재무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은데다 추가 자금조달 계획까지 전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지난 3년간의 지원이 회자됐다. 두산건설은 2010년 부동산 미분양 등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으면서 두산중공업을 통해 전 방위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2011년 두산건설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2000억원을 확충했다.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함께 실시했다. 총 5000억원 규모 자본 확충안이었다. 당시 유상증자에는 두산중공업(2183억원)과 오너일가(155억원)가 참여했다.

 

그럼에도 두산건설 재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올해 두산그룹의 ‘두산건설 살리기’는 본격화됐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2월 두산중공업은 알짜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5716억원 규모)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두산건설에 넘겼다. HRSG 사업과 플랜트 기자재 사업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명목에서였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4월 두산건설의 39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3436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청약이 100%에 못 미치면서 발생한 실권주까지 모두 떠안았다. 지난 3년간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투입한 돈은 총 2조5000억원. 이번 유상증자는 자금이 아닌 ‘신용’ 지원이지만 우발채무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두산중공업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의 피해(?)는 재무지표에도 드러났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증가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2617억원에서 147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결정적 요인으로는 두산건설에서 발생한 지분법 손실(4903억원)이 지적됐다. 지분법은 지분율만큼 피투자회사의 경영실적을 반영하는 방법이다. 올해에도(9월말 기준) 두산중공업은 영업이익이 7409억원에 달했지만 당기순이익은 99억원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전폭적인 지원이유를 두산그룹의 지분구조와 결부시키기도 한다. “두산건설이 흔들리면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네오트랜스로 이어지는 지분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며 그룹차원의 지원도 길어지는 가운데 두산건설이 유동성 위기설을 언제쯤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두산그룹 측은 이번 결정을 놓고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 연합뉴스에 “이런 과정은 (기업이) 망가지는 게 아니라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밝혔다. 두산건설 계열분리 가능성을 일축하며 재무악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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