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종교는 정치에 눈감아야 하는 것인가?

탄압을 중지하시오!군부에게 명령합니다나를 쏘아 주시오!”

1993년에 개봉된 영화 로메로(Romero)’오스카 로메로대주교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이 있던 1980, 중남미에 위치한 엘살바도르에서 군부에 의해 암살당한 오스카 로메로대주교의 마지막 생애 무렵을 그렸다.

오스카 로메로 신부는 처음에는 보수적인 종교 인사였다. 2차 바티칸공의회의에서 밝힌 개혁적 사목방침에 반대하는 전통주의자였으며, 해방신학을 증오에 가득 찬 그리스도론이라고 비판했던 사람이었다. 그가 산살바도르 대주교로 전격 발탁되었을 때, 엘살바도르의 군부, 상류층은 로메로를 환호했다.

1977년 산살바도르 대주교로 로메로가 취임하는 날. 그는 독재자인 엠베르토 장군이 선거부정으로 당선됐다며 외치던 군중들이 무차별 총격에 사살되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성직자였다. 그는 세상과 격리되어 하느님의 사랑을 설교하는 순수(?) 성직자였던 것이다.

영화속에서 루틸리오 그란데 신부는 로메로 대주교에게 압제자의 폭력 속에서 힘없는 민중이 죽임을 당한다라며 참혹한 현실을 이야기 한다. 그란데 신부는 농지개혁, 임금, 인권 문제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산주의자로 몰려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한다라고 말하지만 로메로 대주교는 반응하지 않는다.

정치에 대해 거리를 두던 로메로는 그의 삶과 함께 했던 그란데 신부가 아길라레스 성당으로 미사를 봉헌하러 가다가 암살단에 의해 피살되는 일을 겪게 된다. 이후 로메로 대주교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는 군부를 끊임없이 비판한다

로메로 신부의 주변에서는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며 회유와 협박을 가한다. 하지만 그는 선량한 사람들이 실종되는 때에 어떻게 강복을 하겠습니까라며 우리의 신앙은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변한다.

1980324. 로메로 대주교는 프로비덴시아 병원 성당에서 폭력이 숨쉬기처럼 일반화되어 있는 나라에 대항하라고 강력하게 호소한다. 강론을 마치고 미사가 진행되던 중 총소리가 울렸다. 로메로 대주교의 사제복은 4명의 무장괴한이 쏜 총격에 피로 물든다.

죽기 하루 전 날, 로메로 대주교는 군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나는 그대들에게 부탁하고 요구하고 명령합니다. ‘탄압을 중지하시오군부에게는 명령합니다 나를 쏘아 주시오!’”라는 선언을 했다.

천주교 시국미사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영화 로메로가 기억났다.

22일 열린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에 정치권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종교는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박 신부의 발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국가기관이 개입한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며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 것이며 또 하나는 이러한 움직임을 종북몰이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박 신부의 국가기관이 개입한 지난 대선의 부정선거 발언이 아닌 북방한계선(NLL)과 천안함 관련 발언에 공세를 집중하는 양상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당은 국가기관을 동원한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국미사의 취지를 왜곡하여 성직자들에게 종북 이미지를 씌우려고 하고 있다.

과연 종교는 정치에 눈감아야 하는 것인가? 박 신부는 정치가 부패하면 비판해야 한다그렇지 않을 경우 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메로 대주교는 교회의 사명은 가난한 자들이 정의를 위해 싸울 때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는 구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탐욕에 물든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이 독사같은 무리들아를 외치던 예수의 정의가 이 땅에도 구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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