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경선도 곧 '홍보 상품'...

한나라당이 내년 5월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빅 매치'라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맹형규 홍준표 박진 이재오 박계동 의원 등 5명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져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광역시도 단체장 선거에 다른 중진들도 잇따라 출마를 준비중이다. 일각에서는 '조기 과열'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오히려 당에 득이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희정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당내 경쟁 구도가 활성화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후보자간 경쟁으로 서울시를 위한 더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다는 생산적인 측면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내 후보 경선도 '홍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국민경선'부터 세몰이를 시작해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내 경선부터 국민의 이목을 잡아끌면 본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이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부터 당내 경선에 유권자들의 귀추가 모아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그 분위기가 광역단체장 선거까지 내려온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 의원은 "이제껏 '예선'(당내 경선)과 '본선' 중 본선이라는 반쪽에만 관심이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유권자들은 그 당의 후보가 어떻게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도 알 권리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김문수(부천 소사), 전재희(광명을), 남경필(수원 팔달), 이규택(이천·여주), 김영선(고양 일산을) 의원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장 출마 후보로는 안상수 현 시장을 비롯해 이윤성 의원(인천 남동갑)이 일찌감치 ‘2파전’ 양상에 돌입했다. 관심을 끌고 있는 경남지사의 경우 강삼재 전 의원이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태세며, 이에 김태호 현 도지사가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대구시장은 당내 경제통인 이한구의원(대구 수성갑)과 비례대표인 서상기 의원이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북지사에는 김광원 의원(봉화·울진·영양·영덕)과 김관용 구미시장, 정장식 포항시장 등이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각축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시장 경선에는 현 허남식 시장을 비롯해 권철현(부산 사상) 김형오(부산 영도) 허태열(부산 북·강서을)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또 충북지사에는 최근 한나라당으로 둥지를 옮긴 정우택 전 자민련 의원과 이원종 현 지사가 격전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열세지역인 강원 충남 대전 호남지역에는 아직까지 아무도 경선 후보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내 지방선거 후보 경쟁이 때 이르게 점화된 데는 내년 5월 지방선거의 비중과 당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잇따라 터져 나오는 출마선언을 보면서 '도토리 키재기'라는 인상평도 나오고 있다"며 "유력한 주자가 있으면 이처럼 '너도나도' 달려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경선 분위기가 조성돼 무리한 경쟁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서울시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한 의원 측은 "앞다퉈 출판 기념회가 열리니 이런 행사를 하지 않으면 능력이 없는 것처럼 비쳐지는 면도 있다"며 "(다른 후보 캠프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사실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 중에는 이른바 특정 후보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나선 '허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조만간 옥석이 가려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지난 10·26 재선거에서 확인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바람(朴風)이 여전히 거세고,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는 현 여권에 대한 반감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경우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은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당내 경선이 실제 지방선거보다 더욱 힘든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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