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찬바람 불면 간절해지는 뜨끈하고 맛있는 우동

날이 추워지면 간절히 생각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맛있고 뜨끈한 국물 음식이다. 그 중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우동. 우동은 겨울철뿐만 아니라 언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지만 역시 제철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이다. 요즘은 간편하게 집에서 끓여 먹을 수 있는 일회용 제품들도 많이 나오지만 역시 우동은 제대로 만드는 집에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철 3 호선 을지로 3 가 8 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우동 전문점 '동경'이 바로 그런 집이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가 파하면 거의 매일같이 을지로 지하보도를 걸어서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읽다가 집에 들어가곤 했다. 어쩌다 용돈을 좀 모은 날이면 영화를 보거나, 그 돈으로 책을 보았다. 그러나 한 창 먹을 때라 왕성한 식욕을 아쉬운 대로 학교 매점에서 산 빵으로 달래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바로 '동경'이었다. 그 당시 우동 한 그릇은 1,200 원이었는데 푸짐한 내용물과 끝까지 다 마시지 않고는 못 배길 맛의 국물은 배고픈 고등학생에겐 천국 같은 음식이었다. '동경'의 추천 메뉴는 바로 튀김 우동이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큼직하게 튀겨낸 새우튀김과 투박하게 얹혀있는 고명의 맛이 일품이다. 우동은 원래 일본음식이고, 일본 음식은 장식성이 강한 것이 특성이지만 '동경'에서 먹을 수 있는 우동은 장식성 보다는 푸근한 느낌이 더 강하다. 위장이 큰 성인 남자라도 우동 한 그릇 국물까지 비우고 나면 속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겨울에 더 맛있는 메밀국수와 양이 많은 사람을 위한 우동카레 콤비, 튀김 우동과 함께 먹으면 더 좋은 유부초밥 등 맛있고 푸짐하면서 저렴한 메뉴가 가득하다. 카레 이야기를 빼 놓을 뻔 했다. 어지간한 음식점에서는 레토르트 카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경'에서 먹을 수 있는 카레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감자와 당근, 호박 등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다. 중국집에서는 짬뽕과 짜장면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동경'에서는 우동이냐 카레냐를 놓고 갈등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엇이 되었든 양껏 맛있게 먹고 난 후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거리를 산책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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