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즈’라는 그룹의 ‘벌써 일년’이라는 노래가 있다. 발표된 지 10년도 지난 노래인지라,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자주 듣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노래를 1년쯤마다 한 번씩은 어떤 계기로든 듣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들을 때마다 매번 똑같이 드는 생각은 ‘그래, 벌써 1년이 지났구나’하는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남기고 싶은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견디기 힘들 만큼의 아픈 기억이 지속된다면 ‘벌써’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빨리 시간이 훌쩍 지나가길 바라는 입장이라면 ‘아직도’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라는 노래도 있지 않나. 92년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이곡이 묘하게 3당합당을 비판하는 느낌이라면 오버일까?

지난해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도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누군가는 ‘벌써 1년이 지났나?’ 생각하는 이도 있고, 누군가는 ‘아직도 1년밖에 안 지났나?’ 생각하는 이도 있다. 그동안의 시간이 유익했다면 ‘벌써’일 것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아직도’라는 생각일 것이다.

대선 당시 야권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MB정권을 5년 연장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많았다. 일부는 ‘MB정권보다 더 심한 5년이 되고 말 것이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년을 ‘아직도’로 생각하고 있다. 더러는 MB정권과 이어서 아직도 6년째라는 표현까지 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생각일까?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년을 ‘아직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도 야권도 모두 지난 1년이 결코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뜻이다.

하나의 문제를 두고 정치권 모두가 겪고 있는 이 같은 불행은 결국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정치권에 국민들의 희망과 기대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정권의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비판하며 감시해야 할 의무를 가진 야당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 대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제기해온 의혹들만으로도 문제는 확연히 드러났다. 따라서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명확하게 답할 차례다.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거나, 그 어떤 정치공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 또한 이제는 그만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자, 정권의 성공을 위한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지체하고 또 다른 이슈로 이슈 돌려막기를 한다면, 박근혜 정권은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지난 대선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은 ‘벌써 일년’을 바라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신명나는 국정운영으로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것조차 아쉬움을 느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과거의 고리를 끊고 미래로 나아가는 박근혜 정권이 되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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