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 물갈이’ 막차가 재계를 지나가고 있다. 최근 탑승자는 KT 이석채 전 회장(12일 사표)과 포스코 정준양 회장(15일 사의표명)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줄곧 청와대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는 소문에 시달려왔다. KT와 포스코의 ‘정권교체=수장교체’ 전례 때문이다. 이들도 MB정권에서 낙마한 전임수장들의 자리를 꿰찬 경우였다. 공공기관장, 금융기관장들을 대거 교체하며 ‘MB색 지우기’에 착수했던 박근혜 정부가 대표적인 ‘MB맨’들을 가만히 둘리 없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두 기업을 둘러싼 여럿 정황도 ‘사퇴압박설’에 설득력을 더했다. KT와 포스코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수행하면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최한 국빈만찬에 나란히 초청받지 못했고, 이후 베트남∙유럽 방문에는 동행조차 하지 못했다. 청와대가 사의종용(이석채 전 회장), 청와대에 사퇴표명(정준양 회장)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KT는 이석채 전 회장의 배임혐의와 관련 검찰로부터 세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고, 포스코는 3년 만에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우연이라기엔 두 기업에 대한 정부의 냉담함은 일관적이었다.

사퇴압박설이 거듭 나돌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때마다 청와대와 KT, 포스코는 사실무근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하지만 결과는 소문대로 였다. 두 사람은 새 정부 출범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던 전임수장들과 마찬가지로 회장직을 임기도중 내려놓았다. 각각 “외압은 없었다”고 했지만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된 광경이라는 점에서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이는 없었다. 국민들은 당연한 듯이 남은 MB맨이 누구인지, 누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지 좇고 있다. KT&G 민영진 사장과 관련 ‘사퇴압박설’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민간기업 수장이 정권교체기마다 바뀌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라니 참으로 부끄럽다. 특히나 씁쓸한 건 MB맨이 떠난 자리를 친박맨이 채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그간의 전례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이들 후임에 대한 하마평에는 친박맨이 다수 거론되고 있다.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악습이 반복될시 초래될 상황은 분명하다. ‘CEO 리스크’ 재발로 인한 각 기업의 경쟁력 감소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하락이다. 이제는 낙하산이 낙하산을 밀어내는 악습이 끊어져야 한다. 그래야 이석채 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의 사퇴와 관련해 나돌았던 ‘사퇴압박설’도 힘을 잃는다. 박근혜 정부가 앞장서 악습을 끊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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