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후보로 고민하는 한나라당...나서는 이 하나 없는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없다면 외부에서 영입한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서는 후보들의 경쟁이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에서는 그럴 만한 인물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딱히 나서는 이도 없다. 이에 열린우리당에서는 내부에서 인물이 없다면 굳이 당내 출마자를 고집할 필요없이 외부에서 인사를 영입하자는 대안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역시 기존의 인물들과 함께 외부에서 ‘뉴 페이스’를 물색하는 것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대선의 전초전이라고도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 이미 그 힘겨루기는 시작된 듯 해 보인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눈여겨 볼 대목 가운데 하나가 외부인사 영입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경우 당내 서울시장 후보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외부인사 영입을 요수하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조순, 고건, 이명박 시장 등 ‘대권후보급’ 역대 민선시장들에 비해 현재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거론되고 있는 당내 의원들의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외부인사 영입설이 끊이지 않는 주된 이유이다. 역대 민선지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 역시 외부인사 영입을 요구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참고로 조순 전 시장은 학계, 고건 전 시장은 정통 관료, 이명박 시장은 경제계 출신이다. 조 전 시장이나 고 전 시장은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최근 이명박 시장이 “(차기 서울시장은)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이 국민들의 뜻 아닌가요?”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시장 선거나 당내 경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 시장의 이 말 한마디는 그 울림 결코 적지 않다. 역대 서울시장들의 케이스를 본다면 결코 공허한 대안만은 아닐 듯 하다. ◈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모두 좋은 카드들”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주장은 당내에서도 활발히 오가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형오 의원은 최근 당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지난 1990년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전남 영광·함평 보궐선거에 이수인 영남대 교수를 공천했고 이는 끈질긴 동진책의 첫 신호탄으로 향후 영남에서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끌어내는 것으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도 한나라당이 (인물 영입에 있어) 기득권을 포기하는 등의 몸부림과 개혁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도 “예상 가능하고 영입 가능한 외부 인사들을 당내 경선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면 한나라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선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좋은 카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은 외부인사 영입의 목소리는 나오지만 실현까지는 쉽지 않을 것 박 의원이 말한 ‘인물들’이란 현재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박세일 교수, 오세훈 전 의원 등이다. 정 총장과 박 교수는 학계 인사라는 점에서, 오 전 의원은 참신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다는 측면에서 점수를 얻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논리적으로는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실현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단 현재 한나라당의 경선구조를 살펴볼 때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선뜻 뛰어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시장후보 경선은 대의원 투표 50%, 국민참여 경선 30%, 여론조사 20%로 결정된다. 오 전 의원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가 바로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 왔던 오 전 의원은 11월 3일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전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에서 나에 대한 호감도가 계속 높게 나와 한때 고무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치와 거리를 둔 시간이 길고도 깊었는데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토로했다. 국민참여 경선이나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아무리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대의원 투표가 기본이 되는 상황에서 당내 지지기반이 허약한 외부인사가 경선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나마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경쟁력을 지닌 오 전 의원이 부담을 느낄 정도라면 다른 인사들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나름대로 쟁쟁한 현역 의원들이 서울시장을 해보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나서서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한다면 집중포화를 얻어맞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당내 역학구도로 볼 때 누군가가 외부인사 영입카드를 빼어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열린우리당은 상대적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자유로워 만약 당내에 제왕적 카리스마를 지닌 ‘보스’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수 있다. 즉 과거 조순, 고건 전 시장의 영입이 가능했던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절대적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이 각각 주류와 비주류 세력을 양분하고 있는 형편.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두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외부인사 영입을 직접 나서서 추진하기는 어렵다. 열린우리당은 상대적으로 외부인사 영입에 자유로운 편이다. 의사결정 구조가 더 개방적이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당내에서는 아무도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서울시장감으로 오르내리는 외부인사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 정도다. 강 전 장관은 최근까지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서울시장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실정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여권에 인물이 없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누가 나가더라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나마 강 전 장관이 마음을 돌린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강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 해도 과연 부름에 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의 경우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호불호가 분명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역시 강 전 장관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여전히 지니고 있어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다. 추 의원 역시 지난 8월 “정계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민주당으로는 안 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물론 강 전 장관이나 추 전 의원의 영입설은 모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현재로서는 여권의 일방적인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의 경우 결정적 순간에는 노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추 전 의원 역시 언젠가는 정치에 복귀할 ‘운명’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 시점은 빠르면 내년 지방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