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사건으로 인한 YS, DJ에게 또다시 맹비난 퍼부어

김영삼, 김대중 두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는 숙명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다. 김 전 총재는 지난 2004년 총선의 참패를 책임지고 정치적 은퇴를 선언, ‘칩거’에 들어갔었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의 인사들과 골프 회동은 물론 신당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는 등 각종 공식활동을 재개하고 나선 것. 이러한 가운데 지난 주말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먼저 걸어 대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김 전 총재 역시 두 전 대통령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정적의 구도를 탈피하고 이들은 과연 화해를 이룰 수 있을까? 한국 현대정치사의 양대 줄기 김영삼(YS), 김대중(DJ) 주 전직 대통령. 사실 이 두 사람은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투쟁의 동지였지만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놓고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때문에 얼만 전 두 사람간의 전화통화는 무척이나 극적이었고 뒤 이야기도 무성하다. 측근들에 의하면 지난 6일 오후 2시 YS는 느닷없이 “김대중을 (전화로) 연결하라”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당직비서는 즉각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연락처를 수소문하기에 바빴다. YS와 DJ간 전화통화는 12년 전인 1993년 1월이 마지막이었기에 비서는 당연히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을 연결하려 했던 것. 14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DJ는 YS에게 전화를 걸어 “영구으로 떠난다. 앞길에 영광이 있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을 언론인으로 오해한 비서는 당시 휴일이었기 때문에 “김 고문과 연락이 되지가 않는다”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YS는 “거기(조선일보 김 고문) 말고 동교동을 대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상도동 당직 비서는 동교동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동교동의 DJ비서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중 알았다고 한다. 두 전직 대통령 간의 통화 직전 양측 비서는 의전 문제를 협의했다. 전화기를 일단 대기 상태에 놓고 YS와 DJ가 동시에 수화기를 들었다고 한다. 두사람은 서로를 ‘김 대통령’이라고 부르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통화는 5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 YS, “당분간 두고 보자” 사실 YS는 퇴임 후 DJ를 ‘독재자’로 부르며 맹비난을 가했다. YS자신과 주변을 상대로 정치적인 보복을 했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약간의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한 측근의 말에 의하면 호감을 보이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맹비난을 노골적으로 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번 전화통화 사실이 알려진 후 정치권의 관심은 회동의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형식은 YS가 동교동으로 문병을 가는 것이 매끄러워 보였지만 잠시 고민하던 YS의 “당분간 두고 보자”라는 말로 일단락되었다. 만나지 않겠다는 뜻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과정이다.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만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전화통화’건 이후에 YS를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화를 한 것을) “잘 하셨다”라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양측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에 의하면 YS와 DJ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말이 국민들이 좋아한다라는 것이다. 아울러 한 측근은 “황혼기를 맞는 양김의 진정한 화해는 지역통합의 정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 뗄려야 떼어지지 않는 악연 하지만 무수한 예상들은 깨졌다. 꽁꽁 언 빗장이 봄바람에 풀리는 듯 하더니 더욱 차갑게 얼어 붙어 버린 것. 김영삼과 김대중. 뗄래야 떼어지지 않는 두 전직 대통령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 역시 악연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DJ정권 시절 자신이 도청을 당했다는 검찰발표를 듣고, 16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박종웅 전 의원과의 통화가 도청당한 것으로 보도되자, “동교동(DJ)에서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을 두고 ‘무도하다’고 했다는데 그 쪽(DJ)이 더 무도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그 사람(DJ)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말은 YS가 DJ를 비난할 때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이다. 지난 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병문안 전화를 건지 불과 열흘만이다. 두사람의 화해무드는 ‘도루묵’이 되고 만 셈이다. 당시 YS는 DJ에게 전화를 걸어 DJ 본인과 가족들의 건강상태를 물었고, DJ도 감사로 화답해 두사람의 통화는 정치권에 큰 화제를 몰고 왔다. 두사람이 대화를 나눈 것은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직후 두사람이 청와대에서 회동한 후 5년 만이었다. 그런데 이런 화해의 제스추어가 국정원의 불법 도청 폭탄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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