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점 뚜렷…신중한 접근 필요

 공기업 민영화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한국기업데이터·농지개량·그랜드코리아레저·안산도시개발·경북관광개발공사 등이 민영화 작업을 완료했다. 아울러 현재 한국거래소·우체국금융·청주공항·한국문화진흥원·한국건설관리공사·인천종합에너지가 민영화를 진행하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추세는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는 반면 경제·사회적 혼란 등의 부작용 및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게 지적되고 있다.

정부 민영화 움직임 ‘가시적’…한국거래소 첫 신호탄?
최경수 ‘민영화 천명’…‘방만 경영’에 발목 잡힐 듯
청주공항 민영화, 난관 봉착…‘재검토’로 노선 바꿔

공기업 민영화란 국가가 출자하고 운영하도록 되어 있는 공기업의 기업구조 및 재산을 민간이 경영하도록 해 공적 영역을 축소하고, 이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강화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한다.

“정부, 민영화 의욕적?”

공기업 민영화는 각기 장단점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다. 우선 장점 측면을 보면 민영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탄탄한 재정과 규모를 보유한 민간 기업으로 자리 잡는다. 재계 및 정계에서는 이러한 성공 사례로 포스코·KT·KT&G를 꼽는다.

▲ 성공적인 민영화 사례로 손꼽히는 기업들. 위부터 포스코, KT, KT&G

상당수 전문가들은 공기업 민영화의 장점으로 △ 민간 부문으로부터 인력이나 자본이 유입되어 민간 경제 부문이 살아날 수 있다는 점 △정부 규모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속할 수 있어 부담을 덜고 이른바 ‘작은 정부’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 △이를 통해 정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꼽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성공적인 민영화 사례로 꼽히는 기업들에도 문제점과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경제평론가는 “무엇보다 이들 기업이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예외 없이 대표이사 교체 관련 문제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공기업 민영화에 따르는 문제점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평론가는 “아울러 이 같은 문제점이 오히려 국민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선입견을 갖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공기업 민영화의 단점으로 △가격 및 요금의 대폭 인상으로 물가 및 소비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 △민영화된 기업 사이에서 책임 소재를 서로 미뤄 불분명해질 가능성 △겉만 민영기업이지 사실상 독점기업이 될 우려 등이 꼽힌다.

▲ 민영화의 단점에 집중,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 자료사진 / 이광철 기자
이렇게 장단점이 골고루 거론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의 민영화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원래 정부 출범 초기에는 공약 사항은 물론 여러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게 마련인데, 공기업 민영화도 여기에 단골 레퍼토리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민영화를 향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공기업으로 한국거래소가 꼽힌다. 지난 10월 새롭게 임명된 최경수 이사장이 한국거래소를 민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기회가 날 때마다 강력하게 밝히고 있어 그 추이에 대해 재계는 물론 정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래 한국거래소는 민간기업이었지만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한 경제평론가는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워낙 독점력이 강한 성격의 기업이기 때문에 아예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게 용이하다고 판단했던 듯하다”며 “그렇지만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일단 한국거래소를 건전화시킨 다음 2~3년 내에 다시 민영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바로 그와 같은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민영화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일종의 샘플 같은 공기업”이라고 설명한다. “일종의 바로미터로 한국거래소의 향후 민영화 추진 과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민영화 의지 ‘천명’

한편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1월 9일 취임 이후 출입기자단과 처음으로 가진 산행 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최 이사장은 “국내 시장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5위쯤 되는데 15위권 국가 중 거래소가 공공기관인 곳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한국거래소가 지금처럼 독점구조로 계속 가면 그만큼 수익도 제한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소가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경수 이사장은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 거래소를 영업조직으로 바꿔 수익구조를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른 국가들의 거래소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뉴시스

이러한 최경수 이사장의 강력한 의지는 지난 10월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날 최 이사장은 부산 문현동 기술보증기금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거래소 민영화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먼저 거래소가 민영화 되어야 하며 시장 감시 기능 같은 공적기능 분리 사안은 향후 정책 관련을 논의하는 부분에서 거론되어야 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최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한국거래소의 순이익은 지난해 2012년 1,200억 원에서 올 2013년에는 4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이 되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며 “민영화를 통해 한국거래소가 다른 금융기관처럼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동시에 사업다각화를 꾀하지 않으면 앞으로 유지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최 이사장은 “지난 1월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률상 독점적 지위가 해소될 경우 공공기관 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해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향후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최경수 이사장이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국거래소가 민영화 과정을 순탄하게 밟아나가리라고 보는 전망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국거래소가 방만한 경영 문제로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에서도 낙하산 인사·성과급 잔치·고임금 유휴인력 문제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지적받았다”며 “과연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를 위시한 정부 기관이 순순히 민영화에 동의하겠느냐”는 의견을 보였다.

청주공항 민영화, ‘난관’ 부딪혀

이와 아울러 우체국금융에 대한 민영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계를 중심으로 “우체국의 금융기능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체국금융 민영화의 해외사례와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우체국금융은 전 세계적으로 민영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도 이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기 연구위원은 “채권발행 등 정부의 자금 조달 방법이 다양해져 우체국금융의 본래 목적은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며 “그동안 우체국예금에게 독점적으로 주어진 면세·예금보장·지급준비금 미적용 등의 혜택은 지금 시점에 와서는 불공정 시비로 번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한 민간 금융기관으로 가야할 시중자금이 우체국에 몰리는 바람에 민간 금융회사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우선 공정경쟁기반을 조성한 뒤 추후 민영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공공기업의 민영화를 향한 움직임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 표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로 지난 정권부터 꾸준히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난관에 봉착한 청주공항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 민영화를 추진 중이던 청주공항이 ‘재검토’ 방향으로 돌아섰다 ⓒ뉴시스

현재 정부의 청주공항 민영화 계획은 ‘재검토’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은 2014년 4월까지 ‘청주공항 운영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매각’이라는 용어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그만큼 관련 당국이 청주공항 민영화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방공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민영화’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국건설관리공사·한국문화진흥원·인천종합에너지 등의 공기업도 현재 민영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국정감사에서 “정부출자기업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효율화·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국민에게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의 민영화는 국민의 편익 관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움직임에 대해 재계 및 정계에서는 “공기업 경영에 대해 장기적으로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기업을 민영화시킬 지의 여부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부각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장의 혼선 문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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