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관음증을 당장 집어치워라”

11세기 중엽 영국의 코번트리의 영주 레오프릭은 살인적인 세금으로 영주민을 시름 속에 빠트린다. 영주의 부인 레이디 고디바는 세금을 낮춰 달라고 영주에게 간청을 했다. 영주는 아내의 애원을 뿌리치며 옷을 다 벗고 마을을 돈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대답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 고디바가 실행에 옮기는 날, 커튼을 닫았다. 하지만 마을 주민 중에 재단사 은 그 장면을 훔쳐본다. 이후 고디바의 알몸을 지켜 본 재단사 톰은 시력을 잃게 된다.

이 사건으로 관음증을 뜻하는 영어 피핑 톰(Peeping Tom)’과 숭고한 뜻을 위해 관행이나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일컫는 단어 고디바이즘(Godivaism)’이 탄생됐다.

속옷 광고 사기사건으로 유출된 가수 에일리의 누드사진이 SNS타고 대량 유포되고 있다. 이 사건을 지켜보며 피핑 톰(Peeping Tom)’을 유래시킨 레이디 고디바를 생각했다.

에일리 누드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예전 연예인 누드사건을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디바의 모습을 훔쳐 본 재단사 톰과 고디바를 훔쳐보지 않으려고 커튼을 내렸던 마을 사람으로 나뉜 모습이다.

SNS에서는 집단적 관음증에 분노하며 누드사진을 더 이상 유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에일리 누드 사진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SNS으로 배달될 경우를 대비하는 행동 지침도 SNS를 타고 퍼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에일리의 누드사진을 훔쳐보며 죄의식 없이 그녀의 사진을 유포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행실 운운하며 에일리를 비난하고 있다.

에일리의 누드 사진을 훔쳐보고 사진을 불법적으로 유포하면서 에일리의 명예와 사생활 침해에는 무관심하다면 당신은 범죄자다. 에일리를 인격살인하고 있는 주범인 것이다.

에일리 사건은 당신에게도 닥칠 수 있다. 몰래카메라로 찍힌 당신의 목욕하는 사진이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량으로 유포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의 딸, 누이가 이러한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 때도 행실운운하며 돌을 던질 것인가?

우리는 이 사회에 만연한 집단적 관음증에 눈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2013 멜론 뮤직 어워드가 열렸다. 에일리는 본상을 수상했다. 팬들과 동료들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에일리를 향해 연호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에 담담하던 에일리는 수상 소감을 말하려다 눈물을 흘렸다.

이에 팬들은 에일리 울지마”, “괜찮아를 외쳤다. 상처받은 에일리에게 보낸 그들의 위로에서는 인간사랑이 배여 있다. 우리의 화살은 에일리가 아닌 에일리의 누드 사건을 동의없이 유포한 그들에게 돌려져야 한다.

이 사건이 숭고한 뜻을 위해 관행이나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일컫는 또 다른 고디바이즘(Godivaism)’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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