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신성한’ 의무 중 하나가 바로 납세의 의무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이 세금을 내줘야 그 돈을 가지고 여러 가지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각자가 벌어들인 소득만큼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부류가 대부분이지만 이에 반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정책의 대의원칙이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는 부류들도 있다. 바로 ‘탈세자’들과 ‘체납자’들이다. 탈세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과세 당국이 직접 나서 세무조사를 벌이고 또 ‘떼어먹은’ 세금을 추징하는 한편 검찰 등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등 적절한 제재조치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체납자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탈세를 하면 법의 처벌을 받지만 세금을 체납할 경우에는 뾰족한 제재수단이 없다. 일정액 이상의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와 신상명세가 공개돼 망신만 당하는 선에서 그친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세금을 체납해도 ‘얼굴에 철판 깔고’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허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1억원 이상 고액 체납자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총 3421명이 고액 체납자로 분류되었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의 액수는 무려 1조 653억원. 개인당 3억1000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1억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한 체납자의 수는 지난 2000년 2673명(세액 1조606억원)이었지만 2001년 다소 줄어들어 2127명(세액 1조14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2년 2670명(세액 9175억원)으로 다시 늘었고 2003년에는 2423명(세액 7276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3421명으로 전년대비해 무려 1000명 가까이 증가했고 체냅액도 3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올해 6월까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체납자의 수는 이미 예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4414명으로 나타났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체납자들인 것. 이처럼 체납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래 많은 전문가들은 고액 체납자의 별도 관리를 통해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등 적극적인 체납정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다 더 효과적이고 강도 높은 체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년 근로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근로소득세수 규모를 올해보다 26% 더 걷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상대적으로 과표추적이 용이한 근로다들의 세금부담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세금을 떼먹을래야 떼먹을 수 없는 이들 근로자들은 고작 3400여명의 체납자가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이들의 박탈감을 해소하고 ‘조세형평’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과세당국의 적극적이고도 성의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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