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책’ 마련에도 여전히 벼랑 끝

▲ 최근 2년 동안 신용카드 발급 규모가 약 1,000만장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금융권 전반에 거세게 불고 있는 구조조정 한파가 신용카드 업계에도 몰아닥칠 전망이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중심으로 위기를 탈출하려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신용카드 업계 전체가 벼랑 끝에서 벗어나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상반기 카드 순익 35% 줄어…업계 ‘직격탄’
업계 1위 ‘신한카드’, 구조조정 첫 대상될까
업계 전반 “비용 줄일 수 있는 부문 검토”

‘경제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때, 사회 곳곳에서는 여러 징후가 나타난다. 특히 내수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는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카드 순익 크게 줄어

이는 각종 통계 수치를 보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최근 2년 동안 신용카드 발급 규모가 약 1,000만장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전업 카드사 및 겸영 은행의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1억1,179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발급 실태는 지난 2012년 8월의 발급장수인 1억1,534만장보다 525만장 가량 줄어든 수치라 주목할 만하다. 또한 2년 전 동기간의 1억2,254만장과 비교하면 무려 1,075만장이나 감소한 수치이기도 하다.

이렇게 신용카드 발매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상황과 정확히 비례하여 신용카드 보유자의 사용 금액 또한 여러 해 동안 침체된 소비 심리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올 상반기 신용카드사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가량 감소했다. ⓒ뉴시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1.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카드 사용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초로 나타난 마이너스 증가율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올해 상반기 전업계 카드사들의 순익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신용카드사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가량 감소했다.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전업사 일곱 곳 카드사(지난 4월 출범한 우리카드는 제외)가 올해 상반기에 거둔 순익은 총 9,785억 원이다. 이 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의 1조5,035억 원에 비해 34.9%(5,250억 원)나 감소한 수치다.

각 회사 별로 보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순익이 4,313억 원에서 3,744억 원으로 1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순익이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삼성카드다. 작년 동기 순익이 6,909억 원이었던 삼성카드는 올 상반기에는 1,497억 원으로 무려 78.3%나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세련된 이미지 메이킹으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높은 현대카드도 부진을 피하기 어려웠다. 현대카드는 작년 동기 1,061억 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올 상반기 순익은 833억 원으로 21.5% 줄었다. 롯데카드 역시 순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작년 893억 원에서 올해 883억 원으로 10억 원 선(1.1%)만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신한카드 구조조정, 확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부정적인 여파가 신용카드 업계 전체로 퍼지게 마련이다. 일차적으로 발급 매수가 줄어드니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고스란히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회사 경영진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게 된다.

▲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뉴시스

이 때문에 향후 현재 금융계 전체를 긴장시키고 있는 구조조정이라는 혹독한 칼바람이 신용카드 업계 전반에도 불어 닥칠 전망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위기 탈피를 위해 신용카드 업계가 감행할 구조조정 움직임은 일단 업계 1위로 꼽히는 신한카드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다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구조조정에 전격적으로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측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더라도 임직원을 할당된 수에 따라 강제로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자칫 임직원의 반발을 일으키기 쉬운 무조건적인 인원 감축 방식이 아닌 일정 수준의 퇴직금을 보장하는 희망퇴직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실 업계 전반에서는 “신한카드에서 구조조정 설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반드시 카드업계 상황이 침체되어서 뿐만은 아니다”라는 시각도 있다. 신한카드는 예전에 LG카드와 통합할 때 고용승계를 실현하며 인력감축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의 임직원 수는 거의 3,500명에 이른다. 카드사 가운데에서도 단연 인력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업계에 정통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신한카드의 인원 구조를 보면 부장 직급 바로 아래 직책인 부부장이 2백여 명 선이나 된다”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신한카드 내에서는 해마다 승진하는 인원수가 다섯 명을 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인사적체 상황이 동종업계에서도 꼽힐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만약 올해 말 신한카드가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되면 이번이 두 번째로 기록된다. 2008년 신한카드가 최초로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때는 희망자가 예상과 달리 5백 명을 훨씬 넘은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속사정이 어찌 됐든 업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카드가 먼저 칼을 빼들고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다른 경쟁 카드사들은 이를 하나의 상징적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이후 10년 만에 다시 구조조정의 거대한 먹구름이 신용카드 업계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 외에도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 가운데에는 모바일 시장에 전격 진출할 예정인 카드사 한 곳, 합병설이 유력한 카드사 한 곳, 실적이 눈에 띠게 곤두박질 친 카드사 한 곳이 최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여”

아울러 인원감축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급적 막기 위해 다른 사업 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신용카드사들도 많다. 이에 따라 올해 신한·KB국민카드·삼성 등 각 카드사들이 발급을 종료한 제휴 카드상품은 이미 1,000종을 넘어섰다.

▲ 카드사들이 제휴카드를 크게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뉴시스

카드사들이 제휴카드를 크게 줄인 이유는 경기불황 및 수수료 체계 개편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발급이 종료된 카드는 대부분 장기간 발급된 적이 없거나 사용실적도 없는 제휴상품들로 제휴 목적이 사라졌다고 판단되는 상품들이다.

이와 더불어 각 카드사들은 우편명세서 발급을 최소화하고 부가서비스를 줄줄이 축소하는 등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카드사들이 모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문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이러한 경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카드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진행하던 오프라인 포인트몰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해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12월 경 오프라인 ‘M포인트몰 롯데월드점’의 폐점을 끝으로 오프라인 매장 사업을 모두 종료할 방침이다.

이렇게 신용카드사들이 마른 수건 짜내듯 처절하게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를 둘러싼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리 인하 방침을 놓고 카드사를 죄어오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갈 전망이다.

지난 11월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다른 금융권의 신용대출보다 2~3배나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말 제2금융권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따른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의 인하 폭과 시기 등을 분명하게 명시한 이행계획을 제출할 것을 각 카드사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카드는 오는 11월 20일부터 신용등급 중하위 계층에 대해 현금서비스 금리는 1.5%, 카드론은 12월 6일부터 금리를 2.5% 인하하기로 발표했다. 또한 신한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은 처음에는 당국 눈치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지만 결국 12월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을 잡고 검토 중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이를 반드시 인하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은 금리를 1% 인하할 때마다 약 2,700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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